SNS를 시작하면 벌어지는 일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다.

by 꿈꾸는 달

나는 하루 평균 방문객 200명의 블로그와 팔로워 3770명의 인스타를 운영하고 있다. 모두 집 짓기가 계기가 되어 시작한 활동이고 집이 완공되고 난 후 블로그 활동은 조금 뜸해졌다. 이렇듯 두 개의 SNS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인플루언서라는 명칭은 나에겐 먼 얘기였다. 기존에 내가 생각했던 인플루언서란, 파워 블로거나 최소 1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정말 '핫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나 같은 적은 수의 팔로워를 가진 사람에게도 다양한 제안이 들어오고, 기회가 주어졌다. 이곳은 서로의 '목적' 또는 '이해관계'가 맞다면 얼마든지 소통과 협업이 가능한 곳이었고, 따라서 얼마든지 새로운 일과 직업이 생성되는 곳이기도 했다.



나에게 처음 들어온 제안은 대부분 광고였다. 물건을 사용해 보거나 체험을 해보고 후기를 올려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대부분의 제안을 거절했다. 일단 내가 관심이 있거나 필요한 것들이 아니었고 그 후기를 올림으로 인해서 '무상 제공'을 받는 것 이외에는 나에게 이익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에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일에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았다.


다음으로 들어온 제안은 방송 출연이었다. 현재까지 집과 관련된 총 네 곳의 프로그램에서 출연 제의를 받았다. 평소 즐겨 보던 프로그램도 있었고,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이것 역시 다 거절했다. 있는 그대로의 삶의 모습 보다는 연출이 많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방송 출연에 대한 부담감과 사생활 노출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그러다 최근 인플루언서의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제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나에게도, 의뢰한 분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만한 일들을 추려서 하나씩 도전해 보려고 한다. 어제는 그 첫행보가 될 '인테리어 플랫폼 개발 리빙랩'에 다녀왔다. 전공 분야가 아닌 일이었고, 인플루언서의 자격으로 참여하는 첫 공식 행사였기에 약간의 걱정을 안고 출발했다. 이 행사에는 나를 포함한 10분의 건축 전문가, 인플루언서, 앱 개발자, 일반 참가자 등이 참여하였고 3시간 동안 설문과 토론이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나는 이 경험을 통해 나조차 몰랐던 나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였다. 집 짓기를 하며 익혔던 건축 자재의 종류들, 셀프 시공 경험들을 통해 쌓은 시공 방법과 관련 용어들, SNS 활동을 하며 알게 된 최근 트렌드와 효과적인 정보의 노출 방식, 인플루언서 유입을 위한 방안, 앱 사용자로서의 제안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었다.



나는 사범대학을 졸업했고 정교사 자격증 2개와 어린이집 원장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동안 전공을 살린 직업들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왔었다. 이렇듯 직업이란 관련 학과나 일에서 경력을 쌓아야 하는 일이라 생각했고, 전문가란 자격을 취득했거나 한 우물을 깊게 파서 일정 수준의 결과에 도달한 사람들을 일컫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SNS에서 경험한 세계는 조금 달랐다. 의외의 분야의 콜라보들이 이루어지고 한 우물을 깊게 파지 않더라도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융합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수요도 많았다.



나는 이런 흐름에 나를 내맡겨 보기로 했다. 기존의 도전과 달리 뚜렷한 목표는 없지만 자격증으로 규정된 역할 이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정해진 목표가 없기에 조급한 마음도 없다. 다만, 내가 하는 모든 경험들이 녹여져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음을 믿는다. 매일 풀메이크업에 예쁜 옷을 차려 입고 출근하던 나는, 이제 실내복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문 밖을 나선다. 모든 것이 준비되었을 때 나를 내보이는 것 대신 그게 무엇이든 일단 시작하고 본다. 잡히지 않는 세계이기에 한계도 없다. 준비 대신 실행이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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