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머신과 사람의 공통점
얼마 전 남편이 회사에서의 인간관계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 함께 매진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러저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팀 분위기가 개선되지 않는다고 속상해했다. 남편의 이러저러한 노력은 대부분 리더십에 관한 책이나 유튜브에서 흔히 보던 매뉴얼에 입각한 것이었고 나는 이렇게 조언했다.
"여보, 딱 한 번만 머리로 생각하지 말고 진심으로 다가가 봐. 오늘은 정말 저 사람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줘야겠다 생각하고 대화를 하면 진전이 있을 거야."
전형적인 이과인에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의 남편은 입으로는 "알겠어."라고 대답했지만 무슨 진심 타령이냐는 표정을 숨길 수 없었고, 우리의 대화는 그렇게 일단락되었다.
그런데 며칠 후 남편과 맥주잔을 기울이며 얘기를 나누던 중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오늘 당신 말처럼 다 내려놓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어. 조금 진전이 있는 것 같아."
오! 내 얘기를 듣고 있었다. 게다가 실천까지 하다니! 놀라운 변화다. 그 후로 별다른 얘기가 없는 걸 보면 남편의 진심 작전은 어느 정도 효과가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남편 역시 나에게 비슷한 조언을 한 적이 있다. 몇 달 전 구입한 커피머신과 씨름하며 몇 잔째 아까운 커피를 버리고 있는 내게 "여보, 기계랑 좀 친해지려고 노력해 봐. 진심으로."라고 얘기했었다. 남편 얘기를 듣고 보니 나는 한 번도 기계에 애정을 갖거나 진심이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대부분 매뉴얼조차 읽지 않고 사용법이 복잡하면 안 쓰고 만다. 그러니 내 손에 들어오는 기계는 망가지거나 오작동을 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커피머신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커피를 내려 주는 존재이기에, 난생처음 기계에게 애정을 쏟아보기로 했다. 매 공정마다 공을 들여 연습하고 그러다 커피가 잘 나오는 순간엔 동지애마저 느끼며 폭풍 칭찬을 했다. 일주일 간의 노력 끝에 우리는 꽤 친한 사이가 되었고, 여전히 매일의 시작을 함께하는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다.
이렇듯 사람에게도, 기계에게도, 어쩌면 우리가 대하는 모든 것들에 진심은 꽤 잘 통하는 방법이다. 대상에 대한 관심은 관찰하게 만들고 관찰은 애정을 만들고 애정은 진심을 실천하게 한다. 그리고 그렇게 진심을 들인 시간과 노력은 언젠가 빛을 발한다고 믿는다. 물론 때로는 내가 준 진심을 악용하는 사람도 있고, 노력한 만큼 대가가 따라오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성공 확률이 꽤 높은 방법임은 확실하니 눈 딱 감고 한 번 실천해 보시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