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의 우영우를 돕는 법

동그라미, 최수연, 정명석, 이준호에게 배우는

by 꿈꾸는 달

'특수교사로서 바라본 우영우'라는 글이 이틀 만에 2만 뷰를 넘어섰고 지금도 꾸준히 공유되고 있다. 높은 조회수만큼이나 라이킷과 댓글 수도 타 게시물에 비해 많은 편인데, 그중 하나의 댓글이 내 마음을 울렸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입장에서

(중략)

'정상'이라고 불리는
그 모든 것들이 변화하여
있는 그대로가
모두 '정상'인 세상을 꿈꿉니다.


이 댓글에 나는 이렇게 답글을 달았다. "세상 전부의 시선을 바꾸기까진 오래 걸리겠지만, 이 글이 바다에 던진 작은 돌멩이의 파장이라도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렇다. 세상 전부를 바꿀 수는 없지만 아주 작은 파장이라도 만들고자 또다시 이 글을 쓴다. 지난 글이 '제안'이라면 오늘은 우리 주변의 우영우를 돕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법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ENA채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여러 명의 주변 인물들이 나온다. 나는 지난 글에 이 드라마의 순기능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과 그들 가족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라 언급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문제 제기에서 그치지 않고 영우의 주변 인물들을 통해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대해줘야 하는지에 대한 훌륭한 모델링을 제시한다.


ENA채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먼저 영우의 단짝 동그라미는 영우의 장애를 '사람들마다의 다름' 즉 '개성' 정도로 인식하는 것 같다. 어느 장소에서나 어느 사람에게나 한결같은 그녀는 영우와 서로의 얘기를 편하게 털어놓고 상황에 따라 도움을 주고받는 여느 친구관계와 다르지 않다. 재료가 한눈에 다 보여서 안심이 되는 메뉴인 김밥을 즐겨 먹는 영우에게 재료가 보이지 않는 접는 김밥을 먹어보라며 거침없이 내미는 장면에선 배려가 없는 것이 아니라 편견이 없다고 느꼈고, 영우는 그 김밥을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먹으며 익숙한 것들에서부터 낯선 것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ENA채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영우의 로스쿨 친구인 최수연은 '어일우 -어차피 일등은 우영우-' 때문에 만년 2등을 해서 약 오르고 회전문 하나도 그냥 지나가지 못하는 영우가 짜증 나지만, 바뀐 시험 범위와 휴강 정보를 알려주고 지나치던 발걸음을 돌려 회전문을 잡아준다. 어쩌면 양립하는 그녀의 태도는 장애인들이 받는 차별과 고통을 방관하고 싶은 마음과 모른 척 하기엔 마음이 불편한 흔한 우리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녀가 다른 점은 방관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영우가 받는 차별을 지적하고 대변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나한테 자폐가 있으니까."라고 말하며 자신이 당하는 차별에 체념한 듯한 영우에게 "장애인 차별은 법적으로도 금지되어 있어. 니 성적으로 아무 데도 못 가는 게 차별이고 부정이고 비리야. 당하고만 살지 말라고, 이 바보야!" 라며 소리치던 모습은 우리에게 진정한 '공정'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조금은 타박하는듯한 말투로 "이럴 땐 그러는 거 아니야."라고 알려주고, 음료의 병뚜껑을 따주듯 무심한 듯 건네는 그녀의 배려는 영우에게 로스쿨 시절부터 지금까지 봄날의 햇살이자 낯선 길의 나침반이 되어준다.


ENA채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다음으로 영우의 직장 상사인 정명석 변호사는 초반에는 그녀의 장애에 편견을 갖고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한 팀으로 합류하게 된 순간부터 다른 변호사들과 동등하게 역량에 따른 일을 주고, 영우가 아직 모르는 부분은 나무라는 대신 "이거는 가르쳐주려는 거예요."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실제로 자폐인들은 상황이나 사회적 통념의 자연스러운 이해가 어려워 데이터를 쌓듯이 매 상황에 적절한 대응을 배워서 익힌다. 따라서 언어 이해에 어려움이 없는 장애우의 경우에는 가르쳐주면 알게 되며 당신을 당황스럽게 한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뉘앙스나 표정의 변화까지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이것 또한 영우처럼 고기능 자폐인의 경우에는 가능하기도 하다.


ENA채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직장 동료인 이준호 수사관 역시 회전문을 통과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아무 때나 튀어나오는 고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해주고, 영우가 새롭게 맞닥뜨리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 수사관의 '다정한 안내'는 두 사람이 연인이 된 후로도 계속되었다. 키스하는 방법을 묻는 다소 엉뚱한 상황에서도, 얼굴을 봤으니 되었다며 바로 전화를 끊으려는 상황에서도 영우가 연애에 대한 데이터를 쌓아갈 수 있게 기다려주고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이 수사관 역시 영우를 통해 자폐인과 사랑하기 위한 데이터를 착실하게 쌓아가고 있다.


ENA채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렇듯 우영우의 주변 인물들은 그녀를 동등하게 바라보고 각자의 방법으로 이해하려 노력하며 사회의 일원으로서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만약 당신이 우리 주변의 우영우를 돕고 싶다면, 먼저 경계와 차별의 시선을 거두고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인식해 주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일방적으로 베푸는 도움이 아닌 '동등하고 무심한 배려'를 해 줄 것을 당부한다. 나는 학부 시절 장애우들과 함께 공부했고, 분교가 있던 장애인 복지관에서 교사로 근무하며 다양한 연령대의 장애우들을 접했다. 하지만 그들이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는 '남다른 도움'을 주지 않았다. 아이가 넘어지면 일으켜 달래주고 몸이 불편한 어르신이 버스에서 내리실 때 손을 잡아 드리거나 짐을 들어드리기는 했지만 그 모든 것이 장애를 염두에 둔 도움은 아니었다. 그들은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며 각자 다른 재능과 개성을 가진 독립적인 개인이다.


살다 보면 누구나 어느 곳에서든 약자가 될 수 있다. 그럴 때 우리는 때때로 누군가로부터 익숙한 배려를 받으며 더불어 살아간다. 다름을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함께 발을 맞추어 걷는다면, 더 많은 우영우들이 우리와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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