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사로서 바라본 우영우

by 꿈꾸는 달

남편이 요즘 핫한 드라마가 있다면서 함께 보자고 했다. 바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였다. 무슨 드라마인가 싶어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대형 로펌 생존기' 라고 요약되어 있었다.

궁금한 마음에 1편만 보자고 시작했던 나는 결국 내리 6편까지 보고 말았다.


중간에 공백이 있긴 했지만 나는 약 15년간 특수교사와 인지치료사로 일했다. 때문에 많은 자폐 스펙트럼 (이하 ASD로 표기) 아동들을 만났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내가 만났던 아이들이 겹쳐지기도 하고 그들의 부모님이 떠오르기도 했다. 장애의 경중과 상관없이 내가 만난 모든 아이들은 우영우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운 면이 있었다. 그리고 모두 자폐의 대표적 증상으로 알려진 소통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지만,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는 분명히 있었다. -비록 자기중심적인 소통이긴 했어도-


특수교육의 최종 목표는 '자아실현과 사회 통합'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자아실현은 온데간데없고 어떻게든 이질적인 모습을 '정상화' 시켜서 덜 티 나게 하려는 노력만 도드라진다. 나에게는 늘 그런 의문이 있었다. '장애아'이기 전에 '아이'이고 '장애인'이기 전에 '사람'이다. 그러므로 장애 보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흥미, 강점, 개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우영우는 드라마 속 인물이기 때문에 판타지적 요소가 강하다. 하지만 우영우가 변호사로서 자아실현을 하고 사회에 통합되어 갈 수 있었던 건 우영우의 남다른 능력을 다르기 때문에 숨겨야 하는 것이 아닌 독특한 재능으로 바라보고 교육했기 때문은 아닐까.


드라마 덕분인지 최근 지인들에게 기존엔 없었던 ASD 관련 질문을 많이 받게 되었다. 연일 관련 기사들도 쏟아지고 있다. 이 드라마가 장애인과 그들 가족의 문제를 소수의 문제로 묻어두지 않고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는 큰 기여를 한 것 같다. 이번 기회에 일시적인 호기심을 넘어 그들을 알아가고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확장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반면, 드라마의 인기 때문인지 ASD의 특성을 따라 한다거나 희화화하는 초등학생들이나 유튜버의 기사를 접할 때면 이 드라마가 어른인 우리에게 숙제를 내 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나 역시 어쩌면 그 숙제를 조금이라도 해내고자 이 글을 쓰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출처 기사 https://news.v.daum.net/v/Kk6XAwiHpA


오늘 미국 플로리다주에 실제로 '헤일리 모스'라는 자폐증 변호사가 있다는 소식을 접했고, 그 기사를 찾아보았다. 그녀는 3세 때 자폐증 진단을 받았고 의사는 '당신의 딸은 직업을 갖기 어려울 것이며, 친구를 사귀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2019년 1월 변호사가 됐다. 그녀의 인터뷰 중에 인상 깊은 내용이 있었다. - 사실 한 마디, 한 마디가 전부 인상적이었다.-


"자폐증 환자들은 '정상의 실패한 버전'이 아닙니다. 자폐증을 가진 모든 사람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강점과 재능을 갖고 있습니다. 부모로서, 그런 재능에 관심을 갖고 격려하고 육성하여 '우리가 우리로서 있게 하는 것' 그것은 여러분에게 달려 있습니다."


평균화된 기준에 부합하는 것만이 정상인 사회가 아닌,우리 모두가 '우리가 우리로서 있게 되는' 그런 사회를 꿈꿔본다.


https://brunch.co.kr/@nowsimplego/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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