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한 선택의 시작

by 꿈꾸는 달


남편의 백신 휴가날. 백신을 맞고 아이 하교 시간 전에 서둘러 현장에 다녀왔다. 시공 8일 만에 벽체가 세워졌고 빔이 설치되었다. 이제 1층 바닥의 면적을 어림잡을 수 있게 되어 각 공간의 크기와 느낌 등이 어떠한지 조금 알 것 같다. “여기가 입구야. 여긴 거실, 여긴 아들 방.” 남편의 안내에 따라 현관으로 들어가 보고 거실 자리에 앉아보고 방마다 낼 창도 내다보며 어떤 느낌일지 상상해 보았다. 불과 일주일 만에 빈 땅에 채워지는 공간들이 마냥 신기하고 가슴이 뛴다.



현장 소장님의 지휘 아래 목구조 공사가 이루어지는 동안 한편에선 집짓기 내내 이어질 무수한 선택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처음 맞닥뜨린 선택은 창호와 루바스테인, 외부 금속 도장, 외벽 색상이었다. 외벽 색상은 많이 사용하는 흰색 대신에 아이보리빛 컬러를 선택했는데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우리 집과 잘 어울릴 것 같다. 외부 금속과 루바스테인, 창호는 건축사님의 의견을 여쭙고 따르기로 했다.



주택 답사를 하며 멋지게 설계를 해놓고 내외장재 선택이 조금 아쉬운 집들을 종종 보았다. 그야말로 다 된 밥에 코 빠트린 격이 되어버린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래서 나는 전체적인 밸런스를 고려하여 선택에 도움을 줄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 눈엔 대부분 비싼 게 예뻤지만, 다양한 재료를 집에 사용해 본 전문가라면 한정된 예산 내에서도 최고의 선택의 해줄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있었다.



우리는 지난겨울 건축사무소의 대표작 중 하나인 도이헌에서 한정된 예산 내에서 발휘된 오랜 내공과 남다른 감각을 보았고, 그것은 우리가 이 건축사무소와 계약에 이르게 된 결정적인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했다. 그래서 설계에 이어 감리 계약을 진행했고 예산 내에서 3~4개의 샘플을 추천받고 선택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이것이 고민의 시간을 아껴주는 방법이기도 하고 조화로운 선택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도 발품을 팔아야 할 일이 전혀 없지는 않다. 자꾸 보아야 선택도 할 수 있기에 틈틈이 욕실과 주방 답사를 다니며 자재 용어와 장단점을 익혀야 했다. 10년 넘게 주부로 살아왔지만, 싱크대 상판과 도어, 수전 종류가 이렇게 많다는 걸 이때 처음 알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웠던 건 작은 욕망이 추가될 때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시공 금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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