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쁘긴 하네. 나중에 사줄게."
"뭘 사주긴 사줘. 앞으로 눈에 거슬리는 사람이 돈 벌어 바꾸는겨."
마트에 간 남편이 문자로 사진을 보내왔다. 그리고 돈이 없어서 세탁기와 건조기 예쁜 거 못 사줘서 미안하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물욕이 덜한 나에게는 이런 것쯤이야 별일이 아니기도 했지만 우리가 절약해야 할 곳은 비단 세탁기와 건조기뿐만이 아니었다.
선배 건축주분들이 왜 입이 닳도록 부대비용을 조심하라고 한 것인지 매일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이미 고용, 산재 보험, 전기와 배수 설비, 도시가스 인입, 상수도 급수 공사 등으로 2천만 원가량이 사용됐고 대충 계산해 보아도 우리가 예상한 금액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 같았다. 코로나로 인한 물가 상승과 더불어 실시간으로 대출 규제가 이루어지는 시기였던지라 더 이상 대출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세금이나 필수 시설 비용은 줄일 수가 없으니 가전과 가구, 조경에서 최대한 비용을 아껴야 했다.
일단 조경은 준공 검사 요건에 맞게 최소 기준으로 셀프로 하기로 했다. 잔디를 깔고 나무 12주를 심으면 된다. 에어컨, 식기 세척기, 인덕션 등 빌트인 되어야 하는 필수 가전은 비교 견적을 통해 조금이라도 싼 곳과 계약하거나 직구를 통해 비용을 절감했다.
가장 큰 문제는 가구였다. 가구는 싱크대, 붙박이 책장, 신발장, 수납장 등이 필요했는데 주택 시공을 주로 하는 업체들은 기본이 몇천 단위였고 한샘, 리바트 등에서도 견적을 받아봤지만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가격을 지불할 만큼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싱크대를 예로 들자면 상판은 일찌감치 제일 저렴한 인조대리석, 도어는 원목 도어에서 무늬목 도어를 거쳐 제일 저렴한 PET까지 내려왔는데 가격까지 비싸다고 하니 도무지 납득을 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이케아 견적을 받고 돌아오며 포기하려던 찰나, 문득 시공사 대표님이라면 아는 업체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밴드에 글을 남겼다. "대표님, 혹시 아시는 가구 업체 있으신가요? 이곳저곳 다 돌아다녀 봤는데 일단 가격이 비싸고 마음에 들지 않아서 혹시나 하고 여쭈어 봅니다." 잠시 후 대표님께서 문자로 연락처 하나를 보내주셨다. "아무나 소개 안 시켜주는데 특별히 알려드립니다. 허허."
곧바로 연락을 해서 주말에 미팅 약속을 잡았고 결과적으로 우리가 받았던 어떤 견적보다 좋은 가격과 좋은 품질의 가구를 시공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붙박이 책장이었다. 원목 책장의 경우 가구 사장님 역시 외주를 맡기셔야 해서 저렴하게 해 줄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하셨다.
인사를 드리고 돌아오는 길 남편은 결심한 듯 말했다.
“그 책장 내가 만들어 볼게. MDF 견적도 수백만 원이었는데 내가 하면 원목으로 백만원 이하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당신이? 목공 학원 몇 달 다니며 작은 가구 몇 개 만들어 본 게 다잖아. 그것도 선생님께서 도와주시고.. 부피도 크고 당장 목공구도 하나도 없는데 가능하겠어?"
“아끼려는 게 목적이니까 공구는 최소로 사고 한 번 해볼게. 걱정 말고 나 믿고 맡겨 봐."
그렇게 모두의 불안을 짊어지고 남편의 도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