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꿈꾸당에 전기가 들어왔고 CCTV 배선 작업도 마쳤다. 그리고 비용 때문에 포기 직전까지 갔던 열회수장치와 에어컨 배관 작업이 이루어졌다. 집을 짓다 보면 무엇을 넣고 무엇을 뺄지에 대한 고민이 수도 없이 반복되는데 열회수장치 역시 그러했다. 방마다 공기청정기를 놓는 것보다 효율도 좋고 미리 설치하지 않으면 나중에 추가도 어려운 부분이라 결정을 했지만, 덕분에 조경과 책장 만들기로 한정되었던 셀프 시공 영역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남편에게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워야지."라며 농담을 건넸지만 늘어나는 셀프 시공의 비중만큼 마음의 부담도 더해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귀찮아도 반복한 견적 비교 덕분에 에어컨 비용을 200만원 정도 아끼게 되었다.
주말엔 남편과 논현동의 건축자재 거리에서 마루와 조명을 보러 다녔다. 대부분의 선택을 건축사무소에 맡겼지만, 마루와 조명만은 꼭 직접 보고 고르고 싶었다. 조명은 동네 백화점에서 우연히 본 브랜드 제품이 마음에 들어 본점에서 더 다양한 종류를 살펴본 후 바로 구입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놓기 어려운 부분이 원목마루였는데 마루의 색과 결이 집의 인상을 좌우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직접 보니 나의 생각에 확신이 더해졌지만 가격을 듣고 나니 취향 따윈 다음 생에 이뤄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힘겹게 붙잡고 있던 나의 마지막 욕망마저 현실에 날려 보냈다.
그런데 며칠 후 현장에 가니 원목마루 샘플이 세 개 놓여있었다. 시공사에 문의를 하니 저렴한 가격에 시공할 수 있으니 그중에서 골라보라고 하셨다. 순간 나의 마지막 욕망은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뛸 듯이 기뻤다. 그러고 보니 매번 그랬다. 붙박이장도, 에어컨도, 열회수장치도, 원목마루마저도 우리가 알아본 것보다 시공사를 통하는 편이 훨씬 더 저렴했다. 아마도 중간 마진 없이 업체와 직거래를 하시기 때문인 것 같다. 깜짝 선물 같은 마루 샘플들을 바닥에 대어보며 이 마루에 발을 디딜 때마다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야지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