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달 Sep 01. 2022

마흔셋에 축하하는 아홉 살 생일


“엄마, 저는 다시 태어나도 저로 태어날 거예요."

아침을 먹던 아이가 별안간 꺼낸 말이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

"네."

"네가 생각해도 네 팔자가 괜찮은 거 같아?"

“네."

팔자의 뜻을 알고 대답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다고 한다.



순간 나의 아홉 살은 어떠했나 생각해 보았다. 아쉽게도 아홉 살을 포함한 나의 유년시절의 기억은 그리 달콤하지도, 따뜻하지도 않다. 그래서 그때의 나는 늘 다른 친구의 팔자를 부러워했었다. 가정이 화목한 친구, 부자라서 좋은 집에 살고 원하는 것들을 다 가질 수 있는 친구, 어떤 생각이든 솔직하게 말할 수 있고 내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도와줄 부모가 있는 친구, 심지어는 공부하러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마저 부러웠었다. 그런데 나의 아이는 자신의 처지를 만족해하는 것을 넘어 같은 인생을 다시 한번 살아보고 싶다고 한다. 어쩐지 안심이 되고 위로가 되는 말이다.



나는 남편감을 고를 때 나의 아빠와는 다른 사람이길 원했고 내가 엄마가 되었을 때는 나의 엄마 같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지금은 맞지 않는 두 사람이 만나서 평생 힘들었겠구나, 매일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하는 형편에 자식의 교육과 정서까지 신경 쓰진 못했겠구나 하고 이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자란 아이는 자신의 상처를 묻어둔 채로 성인이 되었고 뒤늦게 아이를 키우면서야 그 상처를 마주하고 보듬는 아픈 시간들을 보냈다. 무심결에 엄마처럼 행동하고 말하는 나를 볼 때마다 어릴 적 나의 상처가 아이에게 대물림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과 싸우며 좌절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기를 반복하던 시간이었다.



오늘은 나의 생일이다. 그러고 보니 독립을 할 때까지 변변찮은 생일파티를 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여전히 따로 생일을 기념하고 있진 않지만 그때의 나는 예쁜 공주 원피스를 입고 친구들을 잔뜩 초대해서 한상 가득 차려진 생일상에 앉아 촛불을 부는 친구들이 참 부러웠었던 것 같다. 그런 거창한 생일파티가 아니라도 행복한 생일의 기억이 하나쯤 없는 게 이제 와서 조금 아쉽기도 하다. 이제는 생일파티도, 축하도 시들해진 나이가 되었지만 어쩐지 오늘은 그때의 나에게 아홉 개의 초를 꽂은 작은 케이크를 건네며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싶다.


“사랑하는 당신의 생일 축하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천하태평 문여사의 비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