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나는 대단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by 이제 봄

호흡이 불편할 것 같은 전조증상이 있었다.
그것은
분노일 때도
서러움 일 때도
슬픔 일 때도
억울함일 때도
그도 아니면 그리움 일 때도 있었다.

나는 어린 시절 살아남기 위해
그랬던 것처럼
감정의 출구를 아예 닫고
그것이 통증으로 밀려 새어 나올 때까지
버티고 있었다.
그렇게 살아온 것이 틀림없었다.

환자를 만나고
마케팅 팀과 이야기를 하면서
명치끝에서 뭔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가만히 느껴보았다.
갑자기 눈물이 비어져 나왔다.
이번 통증은 서러움 같았다.

문득 시어머니가 보고 싶었다.
시어머니는 앞뒤 가리지 않고
그저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 욕을 해댔다.
어떤 때는 나를 찾아오는 환자들을 지칭해
xx들이 우리 며느리 괴롭히러 온다고 밑도 끝도 없이 화를 내었다.
그것이 이상하게 낯간지럽기도 하고 좋기도 했다.
나는 한 번도 그런 맹목적인 내편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런 어머니를 등에 업고 평생을 살아온 남편이 부러웠다.

서러우면 어머니를 떠올리는 사람들의 인생은 어떤 걸까.
버티는 데에만 급급해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며 살아온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이것이 궁금한 것을 감사해야 하는가.
나는 그래도, 남편이 있고 아이가 있고 꽤나 근사해 보이는 직장도 가졌다.
아마 그래서 이런 것을 생각해 볼 여유가 생기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내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선생님께서 간혹 여태 살아남은 것이 대단하다고 하신 이유를 희미하게나마
알 것 같았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대단한 것이 싫다.
정말이지 정말이지 싫었다.
대단하지 않아도 되는 삶은 왜 내 것이 아니었을까.
억울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왜 키가 크지 않냐고 억울해하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차피 인생은 불공평하다.
나를 보면 누군가는 부러운 인생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나는 너무도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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