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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뜰날 Apr 09. 2023

엄마는 작가가 되어보려고 해.

엄마작가.

"다온아.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사람을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


"응. 화가? 아닌가, 아티스트?"


"오~ 다온이도 아는구나. 맞아 작가라고도 하는데, 엄마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어보려고 해."


"왜?"


"엄마가 예전에 했던 일을 다시 하려면 회사에 가야 되는데,

다온이와 이솔이와 같이 지내는 시간이 너무 줄어들고,

엄마는 다온이 이솔이와 같이 하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거든.

그러다 뭘 할 수 있을까. 엄마가 뭘 좋아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더라고.


글은 누군가를 위로할 수도 있고, 읽는 사람이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하거든.

엄마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어."


"엄마, 작가는 행복한 직업이구나~

사랑하는 나와 이솔이를 매일매일 볼 수 있는 거잖아~"


"맞네. 행복한 직업이었네 작가는!"



그동안 글을 쓰는 작가라고 아이들에게 말을 하지 못했다.

아이들에게 엄마의 직업이 '작가'라고 하기엔 스스로를 의심했고,

입밖으로 꺼내어지면, 글을 잘 쓸 능력도 없는 주제에 괜히 내 어깨가 무거워질 것 같아서였다.


작년 5월, 브런치 작가가 되기 전부터 나는 몇 년 동안 꾸준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었다.

누군가는 일기를 어떻게 꾸준히 쓰냐고 대단하다고 하지만,

그렇게 하는 이유는 내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그저 나란 사람은, 내 안의 무언가를 늘 뱉어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머릿속의 생각이 막무가내로 얽혀있어 생활에 지장이 있고,

나 자신을 힘들게 하는 습관적인 생각을  풀어내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살펴볼 시간이 필요했다.


머릿속에 마구잡이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하는 게 글쓰기였을 뿐.

나는 누구를 위한 글이라기보다 나를 위한,

어쩌면 살기 위한 글쓰기에 몰입해 있었다. 


그러다 가끔 보통의 일상의 글 하나를 뽑아내 브런치에 남기곤 했다.

감사하게도 내 글을 좋아해 주시는 얼굴도 모르는 구독자 분들과(정말 감사합니다!)

친구들의 격려에 힘이 생겨 한참 동안 마음이 비행기를 타고 두둥실 떠다니는 경험을 해 본 적도 있다.


감정을 무시하고 살았던 내가

매일 감정을 마주하고

글을 쓰며 느끼는 건,

아직도 나는 생각이 여전히 많은 사람이고, 그것을 나름의 글로 뱉어내야만,

조금 마음이 후련해지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를 준다?

마음에 힘을 주는 작가면 좋겠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이런 의미 있는 작가라는 삶은 나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랬던 내가 며칠 전, 아이의 손을 잡고 하교하는 길.

아이에게 엄마는 작가가 되어 보려고 한다고,

따뜻한 글로 위로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나의 꿈을 이야기 했다.


곧 엄마가 짧게 쓴 글이 있는 책이 오는데, 오면 보여주겠다고 했다.


"진짜? 제목이 뭐야?"

라고 묻는 딸의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내 꿈을 응원해 주는 것 같은 해맑은 표정이었다.


딸에게 먼저 나의 꿈을 전한 날을 기억하기 위해 그날 밤, 일기를 썼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그날이 아주 의미 있게 기억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제 책이 왔다.


딸은 책표지에 있는 내 이름을 발견하고 소개글을 읽었고,

글을 모르는 아들은 나의 사진이 있다며 신기하다며 한참을 쳐다봤다.


그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진짜, 누군가에게 위로를 주는 따뜻한 작가가 되고 싶다.'라고.


누군가는 성취하고 싶은 무언가를 위해 확언을 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끌어당김을 한다고 하는데,


부모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내 꿈을 내 아이에게 말하는 것]만으로 그 어떤 자기 계발서에서

말하는 행위나 방법보다 동기부여가 확실한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무언가를 꿈꾸는 부모라면,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꿈을 말해 보기를.


이뤄낼 수 있는 아주 불타오르는 열정을, 마음에서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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