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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뜰날 Aug 10. 2022

동그라미 마음

현실 육아에 지친 날.

들이 감기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 유치원에 가서 더 감기가 심해질까 봐 걱정이 되면서도, 내 피곤함이 감당이 안되어 가정 보육에 자신이 없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계속 갈등을 하다 유치원을 보내고 아이들이 더 아플 까 봐 불안해 하기보다 내 마음이 편하기 위해 유치원을 보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날 정오가 지나기도 전에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내가 안해서 결정한 행동인데 고작 몇 시간 지나고 마음이 더 불편해진다. 

아이들의 몸이 힘들까 봐 안 보낸 유치원이었는데 가정보육을 하면서 나의 화와 짜증으로 아이들 몸보다 마음을 더 아프게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본다.


아주 저질이다.


이럴 거면 보내는 게 현명했다. 화내고 짜증 낼 거였다면 그냥 감기약을 하루 더 먹이더라도 아이들과 하원후 시간이 유쾌하고 즐거운 게 더 낫다.


보내지 않겠다고, 그런 선택을 한 나 자신이 싫어진다. 그러면서도 싫어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이왕 안 보내기로 선택했으면 각오를 하고 하루를 잘 보냈어야 된다는 압박감 나를 짓누른다.


오전의 육아로 짜증이 나면 종일 뭔가 그 기분에서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다.

짜증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아마, 스스로에 대한 자책 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게 맞는 것 같다.


화장실로, 안방으로 잠깐의 틈을 내서 그 현장을 벗어나 보지만, 두 아이가 번갈아가면서 나를 찾는 상황에서는 오늘은 이것도 크게 도움이 되질 않는다. 결국 나는 다시 아이들이 있는 거실로 가서 감정을 참아보지만 화난 마녀로 금세 바뀌어 아이들과 지지고 볶는 시간을 갖는다.


그렇게 화낼 일은 아니었는데...

그렇게 다그칠 일도 아니었는데...

그렇게 소리 지를 일이 아니었는데...


감정의 파도가 잔잔한 날이 거의 없는 육아.

그 일상을 겪는 나의 모습은 생각보다 참 로다.

정확하게는 내 성격이 별로라고 느껴지는 날이 많다.


육아란, 드러나지 않았던 엄마 사람의 밑바닥 성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아주 적나라한 현장이다.


누가 카메라로 오늘의 나를 찍어놨다면 정말 아주 몹쓸 엄마의 예시로 안성맞춤인 영상이 될 거다.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엄마인 나는 내 안의 모난 성격이 육아현장 여기저기서 삐죽하게 나와 있는 것을 느낀다.


삐죽한 마음들은 여기저기서 과도하게 표현된다. 어느 날은 짜증으로, 어느 날은 통제로, 어느 날은 비난이나 화로 모습을 바꿔가며 나타난다. 나는 그 부분을 스스로가 알고 있기에 어떤 날은 내 마음을 달래면서, 또 어떤 날은 입술을 깨물고 하고 싶은 말을 삼키면서, 어떤 날은 마음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가까스로 억압해가며 겨우겨우 지내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밑바닥인 나의 성격들이 고스란히 대물림되어 거울처럼 비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매일이 쉽지 않은 게 육아인 것 같다.






국민 육아 멘토 오은영 박사님이 나오는 육아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편이다. 재밌어서 본다기보다 부모의 모습의 변화를 눈여겨보는 편이다. 나의 아이들과 환경은 다르지만 매회 다르게 출연한 부모들의 일상생활이 담긴 모습에서 나의 모습이 겹쳐질 때가 있다. 그런 게 발견될 때면,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면서 반성도 된다.


오은영 박사님의 금쪽 처방이 이뤄진 후, 아이들의 변화보다 부모의 작은 노력의 변화가 쌓이면서 아이들에게 더 많은 변화의 나비효과를 일으키는 것을 애청자인 나는 숱하게 봐 왔다.


그리고 어렵지만 꾸준히 노력하는 부모의 모습을 본다. 그 부모들의 눈빛과 말투를, 그리고 그동안의 모르고 했던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아이에게 기꺼이 사과하는 부모들의 모습을 본다.


아마 부모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안다. 내가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이기를 선택한 이상 아이가 자라는 만큼 부모의 마음 그릇도 넓어져야 한다는 것을.


오늘도, 내일도 우리들의 마음에서 아이들에게 욕심을, 기대를, 내가 편해지고 싶은 그 이기적인 마음을 부모가 더 내려놔야 한다는 것도.


기꺼이 불편함을 감내하고 버티며, 채근하지 않고 아이의 시간을 뒤에 서서 기다려 줘야 한다. 그래야 아이도 나도 편안하고 건강한 거리의 관계가 유지가 된다. 모든 부모가 원하는 그런 관계 말이다.


지금까지 엄마가 아닌 나로 살아온 나의 고정관념과 인식을 조금씩 바꾸고 둥글게 다져 가야 한다. 네모지고 세모진 마음 그릇을 동그라미로 바꾸는 작업도 해 나가며 나의 마음 그릇을 유연하고 부드럽게 바꿔 나가야 한다.


그렇지만 오늘 같은 날은, 내 마음이 그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


오늘 하루 밑바닥인 줄 알았지만 아마 내일, 그리고 그 이후에도 무수히 더 밑바닥인 나의 성격들을 또 어김없이 발견하게 될 거다.


스스로 육아 현장에서 그것들을 경험하면서 내가 얼마나 미숙하고 신경질적인 인간이었는지 본성을 알아가고 그게 나인 것을 수용하면 육아가 좀 쉬워지려나.


내가 엄마라는 이유로  완벽한 엄마가 되기 위한 과도한 준을 갖고 있는 걸까.


힘들지만 그래도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서 바꿔나가려고 하는 나를 스스로 격려해주기 힘든 오늘이다.


어떻게 하면 나의 현실 육아에서도 마음의 여유로움을 가지고 아이와 눈 맞춤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지금 아이들에게 어떤 엄마로 지내고 있는 걸까.



오늘은 숨 쉬는 공기조차 무거운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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