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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뜰날 May 21. 2022

자꾸 화가 난다.

엄마의 화.

아는 어떤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의 연속이다. 앞으로의 일이 예상되지 않는 불안을 안고 사는 기분이.


아이가 나와 함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갑자기 넘어져 얼굴이 다치는가 하면, 두 아이가 화장실 문 앞에서 놀다가 아들의 발톱이 문에 끼어 달랑거려 발톱과 살을 꿰매는 수술을 하기도 하고, 잘 먹던 젤리를 먹다가 갑자기 목에 걸려서 숨이 안 쉬어질 때도 있었다.


위기의 순간 모든 일들은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 순식간에 벌어지이터에서도 내 시선 안에 아이가 없으면 불안다.


그런 사고뿐만 아니라 정서적 마음의 도 예측 불가능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아이와 마음 충돌의 결과는 늘 [화]로 끝났다.


들의 하원 시간 전에 충분히 나의 마음가짐을 하고 아이를 맞이한다. 버스에서 내리는 아들이 격하게 버스 계단에서 뛰어내과 동시에 내 손에 있던 보드를 타고 쌩~ 가며 아슬아슬 지나가는 차와 교차된다.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으면서 다졌던 마음가짐은 먼지처럼 사라지고 화가 머리끝까지 다. 


여러 번 말해도 고쳐지지 않는 아들의 습관이 사고로 이어질까 불안했다. 입으로는 소리를 지르고 달려가서 아이를 멈추게 하고 손으로는 차갑게 킥보드를 낚아 챈다. 


아이 큰소리 내는 엄마 무섭고 킥보드까지 뺏긴 서러움에 눈물을 흘리면서 어깨가 축 늘어져 놀이터로 걸어간다.


2살 터7세 딸. 아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온순하고 차분하다. 렇다면 나는 화가 덜 나는 게 맞지 않은가.


규칙이 뭔지 알고 일상생활습관을 잘 지키던 딸이 갑자기 그걸 하기 싫어할 때, 그 마음을 받아 주지 못했다. 그 퇴행하는 것 같은 딸의 모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안했다.


딸의 모습이 그저 어린이라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받아줄 마음의 여유가 없는 내 모습이 더 불안했던 것 같다.


나는 딸에게 할 줄 알면서 안 한다며 화를 냈다. 아이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는지 몰랐을 시절(알고도 받아주기 싫었다고 하는 게 더 맞을 거 같다)


 말은  날카로웠고 마음 화로 가득했다.


아이들의 작은 행동과 말에 나의 감정이 픽 상 불같이 화를 내는 날이 많아졌다. 아이들 스스로 세운 약속을 지키지 않는 모습에 괜한 오기를 부려 기싸움을 한 적도 많다. 


매번 황은 달랐지만 나의 표현 방식은 오직 하나, 화였다. 


거기에 가끔 남편의 무언의 눈빛까지 보태지면 절망적이기지 하다. 뭔가 작은 불안이라도 건드려지기만 하면 화가 나는 모양새가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마음에 품고 사는 기분 같았다.


아이에게 일관성 있게 반복해서 알려주는 것. 그것이 부모의 일이라 것을 머리는 안다.

하지만 엄마 [나름]의 노력은 처참히 무너지고 결국에는 리와 달리 마음의 폭탄은 폭발하고야 만다.

 

내 마음의 감정 그릇이 넘치고 있었다


엄마 말에 집중이 안 되는 게 당연한 5세, 7세 아이에게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닐까.

[그냥 엄마 말 좀 들어]라고 화와 함께 습관적으로 내뱉는 나의 말.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걸까? 

나는 이렇게 화로 주체 안 되는 마음으로  살아정말 괜찮은 걸까?

 
기를 쓰기 시작했다.


상처받는 게 무섭고 두려워 느낌과 감정에 대해 표현해 보지 못한, 참기만 하면서 삶이 [생존 모드]였던 나에 대해 써 내려가 봤다. 지금의 일상에서 모든 행동과 말이 어른다워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고 지금 느껴지는 마음을 찬찬히 묵묵히 기록해 나갔다.


스스로 들어갔던 마음의 감옥과 다른 점을 생각해 보자면 일기의 마지막은 늘 내 마음을 위로해주고 격려해주고 돌보는 말들로 마무리되었다. 일기는 나 마음을 보는, 정확히 말하면 마음의 감정을 돌보는 공간이 되었다


한 달쯤 지났을. 

감정을 묵히는  마음 습관이 불같은 화로 덩치가 커져간 게 일기를 살펴보며 느껴졌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나의 마음의 폭탄이었던 [화]의 마음이 변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제의 화는 서운함이었고, 어제의 화는 배려받고 싶은 화였다. 오늘의 화는 마음이 지쳐서 휴식이 필요하다는 화였다. 화는 제 각각 다른 마음을 담고 있었다. 미처 표현되지 못한 그 마음들이 켜켜이 쌓여 감정 그릇 차고 넘쳐 하나의 큰 덩어리로 표출된 게 화였다. 마음의 불안이 낮아지고 나는 나의 화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


그리고 모든 감정은 다 이유가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39년을 살면서도 잘 몰랐던 내 안의 수많은 마음을  만나기 위해, 그리고 넘치는 감정 그릇을 비우기 위해 나는 오늘도 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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