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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Oct 28. 2022

예민한 사람 vs 예민하지 않은 사람?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자기 객관화가 잘되는 사람들과 가까이 오래 지내는 편인 것 같다. 자기 객관화가 잘되는 사람은 사소한 갈등이 생겼을 때 크게 억울한 마음을 가지거나 상대의 행동에 과하게 분노하지 않는다. 어떤 갈등이든 손바닥을 맞부딪쳐야 소리가 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자기 객관화가 잘 된다고 문제가 생겼을 때 덜 속상해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대방과 상황만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기 때문에 갈등이 생겨도 해결할 여지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수료하며 손가락 지문으로 기질검사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나의 타고난 기질은 '관계적이고 원칙적인 감성형'이 나왔다. 실제로 주변 사람들의 에너지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주변에 있는 사람이 부정적인 언어를 쓰거나 하루 종일 다른 사람 욕을 한다면 그 에너지를 버거워하는 편이다. 이유가 있는 욕은 신이 나서 함께 할 때도 있지만 사람을 바꿔가며 이유 없는 욕을 하는 사람 옆에서는 누구나 지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과 데이트하고 온 날은 악몽을 꾼 것처럼 피곤할 때가 있다. 지금은 예전보다 타인의 부정적인 에너지를 차단할 힘이 생겼지만 굳이 애써서 관계를 이어가고 싶지 않다. 또 다른 나의 성향 중 하나는 함께하는 사람들의 기분을 살핀다는 것이다. 이런 성격은 철학과 심리학을 알게 되면서 많이 보완되었지만 노력해도 감지되는 어떤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기질로 인정하기로 했다.  


나를 돌아보기 전 스스로가 예민한 사람이라 생각하며 지냈다. 규정짓길 좋아하는 사람들이 '너는 예민해'라고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림자'(융의 개념)를 찾는 과정과 나를 돌아보는 속에서  내가 타인의 기분이나 불편한 분위기에는 예민하지만 타인의 단점을 발견하는 면에서는 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내 성격 중 예민한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동안 타인의 말을 듣고 나 또한 스스로를 예민하다고 규정지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 반대로 규정짓는 말을 자주 하던 사람들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타인을 관찰하는데 아주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타인의 변화를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타인의 단점을 누구보다 빨리 발견한다. 타인에 대해 촉각이 서있기 때문에 내가 다른 사람의 기분을 예민하게 살피는 것이 쉽게 눈에 들어왔을 것이다. 타인이 불편해 보이면 무언갈 챙겨주거나 표정을 살피거나 하는 내 모습을 보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관계의 갈등의 시작은 늘 그들에게서부터 일어난다. 타인의 관찰하며 단점을 보다 보니 그것이 얄밉게 보이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면서 갈등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들은 타인의 행동에 과하게 반응하지만 문제의 원인이 모두 상대에게 있기 때문에 자신의 반응은 과하지 않고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예민함의 센서가 자신에게 향해있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예민한 건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서 자신보다 타인에게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자기 객관화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주관적인 경험통계로 개인적인 생각일 수 있어요)


* 여기서 말하는 규정짓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들이란?

너는 이런 사람이야 라고 자주 이야기하는 사람, 성격을 정해서 계속 알려주는 사람을 말한다. 누구나 어느 정도 규정짓는 말을 하며 산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규정짓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들'은 그 강도가 지나친 경우를 말한다.


그리고 주변에 무던한 성격을 가진 사람 중에서는 나에게 예민하다고 말한 사람이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과정에서 주변인들에게 내 성격에 대해 물어보고 대화를 한 적이 있는데 (앞에서도 적었지만 의외로 나에 대한 평가에 상처를 안 받는다. 내가 모르는 나를 만나는 기쁨이랄까? 두근두근 대는 느낌이 있다.) 무던한 성격의 사람들은 규정짓길 좋아하는 사람들보다 나의 예민함 척도를 낮게 평가했다. 어떤 이는 네가 예민하다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이런 결론을 내게 되었다. 누구나 예민한 한 부분을 가지고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고 예민함이 발동하는 분야가 다를 뿐이라는 결론이다. 모든 것에 털털한데 특정 사람에게만 예민한 사람도 있다. 관계에 예민한 사람들도 있다.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관계’에 예민한 사람들도 예민함의 초점이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상대의 행동에 예민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두 번째로 내가 상대를 기분 나쁘게 했을까? 하는 부분에 예민한 사람도 있고 세 번째로 타인의 기분을 살피며 예민한 사람도 있다. 이것 외에 더 많은 관계 예민함이 있을 수 있고 다양한 형태의 예민함은 교집합으로 존재할 수도 있다고도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예민함은 예민한 분야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서로 감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신체적, 신경질적 예민함은 제외) 나의 경우 타인의 기분이나 분위기를 예민하게 감지하기 때문에 상대의 행동에 예민한 사람들이 신경 쓰이고 불편하다. 규정짓는 말을 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규정짓는 말에 당해본 사람은 이것이 얼마나 성가신 것인지 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이런 사람들을 보면 피하게 된다.


이것 또한 경험에서 나온 주관적인 스키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진다. 규정짓는 유형의 사람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맨 처음 누구를 떠올릴까? 이것을 스스로에게 적용해서 읽어볼까?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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