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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Jan 09. 2023

한 사람을 만난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다.

정현종 님의 방문객이라는 시를 좋아한다. 시를 어려워하지만 이 시는 감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분명 시를 이해하게 된다면 침묵하라 하였는데 그래야 그 시를 제대로 이해한 것이라 하였는데 이 시는 공감을 표현하지 않고는 들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

방문객

                 -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흘러오다 보니 어느덧 서른 중반을 넘어섰다. 분명 긴 시간은 아닌 것 같은데 이십 대의 시절이 엊그제 같기도 하고 아득하기도 한 이상한 나이다. 이 시를 읽을 때마다 내 삶 속에 들어왔던 많은 사람들이 떠오른다. 어릴 적에 만나 지금까지 함께하는 이들도 있고 그때 그 시절만 공유한 사람들도 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끝없이 말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서로의 생각과 세계를 공유해 왔다. 친해지면 과거에 겪은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현재 겪은 일을 듣기도 한다. 이 순간 우리는 서로의 시선을 겪는다. 네가 바라보는 세상과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조금씩 섞여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되고 그 시선 속에는 너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조금씩 버무려져 있다.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미 수없이 많은 인연을 통해 겪은 일이라 초반부의 문장들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진하게 읽힌다.


하지만 중반부에서 후반부까지는 내가 겪지 못한 세계의 이야기 나온다. 잘은 모르지만 앞으로 바람처럼 살아야 할 것만 같은 느낌도 든다. 우리는 어떤 인연과 적당히 시간이 지나면 각자의 아픔과 아픔의 시선을 공유한다. 그러면 부서지기 쉽고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어렴풋이 보인다. 지금까지의 나는, 나의 마음과 비슷하면 이해하고 다르면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지금까지의 나는 바람일 수 없었던 것 같다. 바람을 흉내 낸다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하지만 이 시를 읽고 읽고 또 읽다 보니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침묵이란 소리의 부재가 아니라 모든 소리를 담을 수 있는 심연이라고 이진경 님이 말씀하진 적이 있다. 침묵하고 곁에 있어주는 것, 판단하지 않는 것, 그 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것. 바람의 실체를 잡아본다면 이런 것이 아닐까? 앞으로 나에게 자신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기꺼이 공유해준 이에게 나만의 바람으로 환대해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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