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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Jan 30. 2023

완벽한 위로라는 게 존재할 수 있을까?

위로받는 것도 위로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위로에 정답이 있을까? 진심을 담으면 상대방에게 위로가 되는 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납득이 되지 않으면 상대의 위로가 나를 달래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의 말이 진심이고 나를 위한 따뜻한 말이라는 걸 느끼지만 납득이 되지 않으면 상대의 말이 귓전에서 공허하게 맴돌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것이 조심스러워졌다.

내 말이 저 사람을 납득시켜 마음을 달래줄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 때면 그냥 말없이 가만히 있게 된다.

무언가 적절한 말을 찾아야 할 것 같은데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일은 몰라서 위로하기 어렵고

내가 경험한 일은 저 사람의 일과 똑 닮을 수 없으니 빗대기 어려워진다. 예전엔 뭣도 모르고 내 얘기만 해대었는데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드라마에서 어떤 위로의 장면을 보았는데 참 위로받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디어마이프렌드에서 희자할머니는 (김혜자 님) 어느 날 자신이 치매임을 알게 된다.

비슷한 시기 희자할머니의 친한 고향동생인 장난희아줌마는 (고두심 님) 자신이 암일 수도 있다는 의사소견을 듣게 된다.

장난희는 희자언니가 치매라는 소식을 듣고 희자언니네 집으로 간다.

희자언니는 자신을 환자 취급하는 주변사람들 때문에 섭섭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자신이 치매라는 사실 때문에 힘들기도 하다.

그것을 희자는 난희에게 이야기한다. 그러자 난희는 희자언니에게 “언니 내가 암 이래. 많이 크대. 암이… 내일 병원 들어가. 진짜”라고 말한다.

희자언니는 난희를 안고 자신이 치매인 걸 순간 잊고 “어떡해 어떡해”하며 난희를 위로한다.


그러자 난희는 희자언니에게 말한다.

“언니가 나보다 낫다고 생각해. 나는 나는… 언니보다 내가 낫다고 생각할게. 우리 그냥 그렇게 생각하자.


…..


“이제야 좀 위로가 된다. 병자끼리 있으니까…




저 순간 희자언니를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은 난희동생뿐이었고 난희동생을 위로할 사람은 희자언니뿐이라고 생각했다. 둘은 진심으로 서로의 소식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서로의 아픔을 그대로 이해했을 것이다. 내가 겪고 있는 것을 상대도 겪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둘은 말이 필요 없었을 것이다.


아직 위로의 정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저 둘은 서로를 납득할 수 있는 위로받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슬프지만 인간은 그런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함께 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각자 한 사람으로 존재하기에 함께함에 한계가 있다. 혼자서 뒤처지거나 혼자서 힘이 들 때는 상처뿐 아니라 혼자가 되는 외로움까지 감당해야 한다. 그것을 알아가기에 점점 위로가 더 어려워지는가 보다.


다음에 주변의 누군가가 힘들어한다면 완벽한 위로 따위는 없으니 같이 술 한잔, 커피 한잔 마시며 힘든 시간이 지나가도록 함께해 주어야겠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거라고 나 자신을 위로해야겠다. 어차피 힘든 건 각자의 몫이란 걸 다들 알면서도 건네는 게 위로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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