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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Mar 02. 2023

관계에 대한 나의 철학

철학 :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인생관, 세계관, 신조 따위를 이르는 말.


아이는 자신이 누구인지 오직 타자의 시선에 근거해서 알 수 있을 뿐이다.

부모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긍정과 부정의 신호들은

아이에게 자기 이미지를 추구해야 할 것과 피해 가야 할 것들을 구분하도록 강제한다.

- 고독의 매뉴얼-


고독의 매뉴얼에 나오는 이 부분은 아이가 어떻게 자아를 형성해 가는지에 대한 부분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 오직 타자의 시선에 근거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생애 전반에 일어난다. 자아를 형성하는데 스스로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시선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함께하는 사람들이 중요하다. 함께하는 사람과 언어를 주고받으며 나에 대한 자아상도 계속해서 정립되어 가기 때문이다.


하인즈 코헛의 자기 심리학에서 ‘자기 대상’이라는 개념이 있다. 자기 대상은 자기의 일부로 경험되는 대상을 뜻한다. 통합적이고 건강한 자기 감의 발달을 위해서는 자기 대상이 필요한데 부모는 아이에게 중요한 자기 대상이 된다. 양육자가 공감적인 조율을 통해 유아의 과대적 욕구와 이상화 욕구 및 반영욕구를 이해하고 적절히 반응해 주면 아동은 자기 내면과 대인관계의 환경 내에서 응집감을 발달시킨다. 자기 대상은 자기 감과 자존감을 고양시키고 지탱해 주는 역할을 한다. 아이가 아니라도 건강한 자아감을 가지기 위해서는 자기 대상이 필요하다.

(출처 : 네이버카페, 책 : 누구에게나 숨겨진 마음이 있다)


책을 읽으며 이런 부분이 와닿았던 이유는 공감되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타인의 영향을 잘 받는 것을 알고, 이런 부분에 대해 의식하고 기준을 세우려고 노력하는 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기하게 사회생활을 할 때는 노력한 대로 그럭저럭 잘 살아간다. 적당한 관계를 잘 정립해 간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정서적인 관계에서는 한 번씩 무너진다. (상대는 모를 때도 있다)그래서 친구나 동료들과 편안한 관계나 거리를 유지하는 것에 시간투자를 많이 한다. 예를 들면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유독 이런 감정이 힘들기 때문이다) 무너지는 경험을 반복하고 무너지는 지점을 파악해 가며 관계를 재정립하는 시기를 가졌다. 우선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들여다보고 , 어떤 사람과 함께 했을 때 힘든지를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어떤 말을 해도 공백을 남겨두는 편안한 사람들만 만났다. 몇 년을 그렇게 살다 보니 주변에 함께하는 사람들과 가치관이나 생각을 깊이 공유하며 지내게 되었다. 정도의 깊이는 다 다르지만 지금의 관계에 꽤 만족하고 있다. 서로의 생각과 상황에 대해 알고 대화를 지속했더니 서로의 차이점을 그대로 인정할 수도 있게 되었다. 상대의 역사와 과거를 알고 나면 상대의 행동이나 생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인 것도 같다. 또 나의 생각을 귀 기울여 들어주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존감이 올라가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깊은 대화’를 해야 가까운 사이다.라는 철학이자 편견이자 가치관이 생겼다. 물론 그 과정이 아름답지는 않다. 남편과 그랬고 절친과 그랬다. 중간중간 다른 상황과 의견에 미워질 때가 있었지만 기회가 되면 솔직하게 대화를 했다. 그 좁아지는 구간을 지나고 나면 ‘인정’과 ‘지지’의 구간으로 들어갈 수 있다. 지금도 누군가와는 좁아지는 구간을 왔다 갔다 하는 과정에 있기도 하지만 이전보다는 유연하고 짧아진 좁은 구간임이 느껴진다. 이 과정은 단언하건대 쿨하지 않다. 어떨 때는 유치하기도 하고 쪼잔하기도 하다. 하지만 상대를 통해 나를 알고, 과정을 통해 상대를 아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나에게 필요한 자기 대상은 우연히 만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과는 가치관, 희망, 슬픔, 상처를 나눌 수 있는 ’ 깊은 대화‘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상대를 판단하지 않고 공백을 남겨두어야 한다. 이효리가 말한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사람이 온다는 말처럼 스스로를 알고 되돌아보며 상대를 대하면 상대도 더 좋은 사람이 되어 나를 대한다. 관계는 불편한 것도 쿨한 척하며 묻어두고 모르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를 설명하고 상대를 들어야 하는 과정이다.

이것이 경험과 시간을 통해 만들어진 관계에 대한 나의 철학이다. 관계는 당연한 것이 아니라 노력하는 것이다.


1. 나를 돌아보고 나를 먼저 알기

2. 상대를 판단하며 내 생각 속에 가두지 않기

     (공백 남겨두기)

3. 깊은 대화로 상대를 알기

      (판단 NO! 그대로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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