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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Nov 01. 2024

주변사람이 가지는 의미

따뜻한 시선의 물동이

두 인격의 만남은 두 화학물질의 접촉과 같다.

만약 어떤 반응이 있다면, 둘 다 변형된다.


-칼 구스타프 융-





어렸을 때는 예쁜 사람과 친구하고 싶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성장하는 사람이 예뻐 보인다. 그래서 지금 내 주변에는 성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을 보고 만나기만 해도 배우는 것이 넘쳐난다. 내 주변 사람들은 타인의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모두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나를 이해하면서부터 이미 주변은 변화되기 시작했다.



주변사람이 중요한 이유


가장 친한 친구 다섯만 보면 나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너무나 유명한 말이다. 하지만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문장이다. '유유상종'이라는 사자성어와 함께 쓸 수도 있고 비슷한 처지, 비슷한 수준의 사람과 사귄다는 말로도 쓰일 수 있다. 또 가장 가까운 사람들은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닮아간다는 말로도 쓰일 수 있다. 만약 내 주변에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나는 알게 모르게 내가 싫어하는 사람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시간을 함께 보내면 자연스럽게 가치관이나 관점이 비슷해지기 때문이다. 주변사람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주변 사람의 말에 의해 나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부정적이고 단점만 짚어내는 사람들 속에서는 스스로를 사랑하기 어렵다. 멘털이 아주 강하면 가능하겠지만 주변사람들의 말을 완전히 무시하고 자신을 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들을 전부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겨내지 못하는 순간이 많았지만...) 하지만 독서를 하며 생각의 세상이 넓어지니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상에 사람은 많다. 그런 사람은 멀리해야 한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안경에 먼지가 끼기 전에 얼른 멀어져서 안경을 다시 닦아야 한다. 나의 좋은 면을 봐주는 사람과 함께할 때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해진다.


장점과 단점


살다 보니 모든 성향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는 걸 알았다. 예를 들어 착한 성격이면 (착한 유형도 다양하지만) 배려심 있는 장점과 우유부단한 단점이 함께 있는 식이다. 남편은 올빼미형이다. 밤잠이 없다. 신혼 초에는 그 점이 싫었는데 아이를 낳고 보니 이 단점이 선물이 되었다. 첫째는 모유만 먹어서 내가 늘 새벽에 일어나 수유를 했다. 그때가 패기가 넘치던 때라 눈이 번쩍번쩍 떠졌는데, 둘째는 첫째를 케어하며 수유를 하다 보니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곤욕이었다. 그 와중에 고맙게도 둘째는 분유도 곧 잘 먹었다. 그래서 늦게 자는 남편이 둘째 수유를 새벽까지 맡아주었다. 그래서 나는 몇 시간 동안 밤잠을 자며 꽤 피로를 풀고 일어날 수 있었다. 어떤 장점이든, 단점이든 상황에 따라 바뀐다. 주변 사람들의 피드백에 귀를 잘 기울이는 성향에도 장점과 단점이 있다. 장점은 피드백에 귀 기울여 잘 수정을 한다는 것이고, 단점은 비난이 들어왔을 때에도 귀를 잘 기울인다는 것이다. 이처럼 나는 그대로인데 내가 가진 장점이 누군가에게는 단점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장점이 된다. 이왕이면 내 모습의 장점을 봐주고 예쁜 말을 쓰는 사람과 함께하면 좋다. 내가 가진 단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조언해 주는 것과 단점을 보고 비난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단점을 짚어내는 사람 옆에서 관계를 지속하다가 자존감이 무너져내리는 사람을 수도 없이 보았다. 상대의 시선을 바꿀 수 없다면 잠시 멀어지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따뜻한 시선의 물동이


따뜻한 시선의 물동이가 가득 차지 않은 사람은 부정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을 피해 다녀야 한다. 하지만 '따뜻한 시선의 물동이'를 가득 채운다면 나의 단점을 바라보는 사람들 속에 있어도 물이 새지 않는다. 따뜻한 말을 물동이에 가득 채우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스스로 물을 채우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예전에 '따뜻한 시선의 물동이'가 채워지지 않았을 때는 상대의 비난에 잘 넘어졌다. 그 사람이 보는 시선대로 내가 나를 보는 것이 느껴졌다. 요즘에는 '나'라는 사람에 대한 침해로 여겨지면 구분한다. 아무리 좋은 사람도 나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면 나에게 좋은 사람은 아니다. 내가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일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피할 수 없다면 해소하고 흐르도록 하기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나름대로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나는 제일 답답할 때 남편에게 그 사람 험담을 한다. 뭐든 참으면 병이 되기 때문이다. 허준이 쓴 동의보감에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이라 하였다.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이야기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때문에 마음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하면 어떻게 해서든 이 답답한 마음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사람마다 방법이 다 다르다. 아직 찾지 못했다면 나를 위해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방법을 찾을 때 자신의 성향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흘려보내야 한다. 담아두는 것도 습관이다.


해소하려면 '마음속 펜트하우스'를 허물어버리기


무엇이든 마음에 담아 두다 보면 마음속에 공간이 생긴다. 공간이 생기고 나면 그 공간에 비슷한 걸로 계속 채우게 된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마음도 자꾸 담아 두다 보면 미움의 공간이 생긴다. 그리고 그 안에 누군가를 채워야만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 공간을 없애기 위해서는 집중할 다른 상황이나, 주제, 활동을 찾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는 공간이 작아지고 작아져서 미운마음을 오래 담고 있지 않아도 공허하지 않게 된다. 눈앞에 있으면 그 사람을 미워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미워하지 않음으로써 성장한다. 나는 미운 사람이 있을 때 이 생각을 지금 끊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을 또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힘들어서 이 생각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섰다. 나는 마음속으로 '나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생각을 선택할 수 있다'라는 말을 되뇌기도 했다. 그래도 계속 생각날 때는 관련된 전문가의 강의나 책을 찾아봤는데 전문가가 어떤 행동을 하라고 하면 그것을 하는데 집중했다. 그러니 해결되는 일이 꽤 많다. 수많은 전문가를 만나고, 책을 읽었음에도 내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은 아직 나에게 맞는 전문가를 찾지 못했을 수도 있고, 내가 실천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따뜻한 시선의 물동이


엄마의 물동이가 가득 차면 아이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줄 수 있다. 엄마의 마음속에 따뜻한 시선의 물동이가 비어있으면 자녀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 줄 에너지가 없다. 그래서 기꺼이 엄마가 먼저 행복해져야 한다. 엄마는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힐링할 의무가 있다.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따뜻한 시선의 물동이'가 가득 찬다. 그러면 아이의  따뜻한 시선의 물동이를 채워 줄 수 있다. 나의 경우 주변이 바뀌고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관계를 정리하자 비로소 아이들의 사랑스러움에 완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철저히 나에게 좋은 사람을 만날 것. 엄마인 시절에는 내가 좋고 편안한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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