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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Feb 21. 2021

'내가 생각하는 나' vs '다른 사람이 보는 나'

 아상 [ 我相 ]


내가 생각하는 나

자기 객관화를 위해 필요한 첫 번 째는 바로 '내가 생각하는 나' 의식하기다. 법륜스님은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것을 아상이라고 했다. 불교용어인 아상은 실제로 '내가 생각하는 나'를 의식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평소 나를 돌아보는 습관이 없었다면 보통 내가 알고 나의 모습은 '되고 싶은 나' 일 확률이 높다.


내가 생각하는 나 만나기.


1. 일단 연습장을 꺼내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 단어나 문장으로 편하게 적어본다.

2. 비슷한 키워드들을 묶어서 카테고리화 한다.


하루 만에 가능하지는 않았다. 어느 날 뒤 돌아보니  일부분의 나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끄럽고

창피하고 숨고 싶고 무안하고 낯 뜨겁고 견딜 수 없었다. 그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또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가 생각하는 나' 만나보기를 추천하는 이유를 하나만 적어본다면 나의 경우 편안해졌다. 다른 사람을 만날 때 들어가는 힘이 빠졌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한참 빼야 할 긴장이 남아있다.

 


다른 사람이 보는 나

이 부분을 제대로 직면하는 건 생각보다 힘든 과정이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보통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나를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다른 사람이 보는 나'와 다를 확률이 높다. 예를 들어보면 누군가는 본인이 비판능력이 뛰어난 언변 가라고 생각하는데 주변 사람들은 보통 불평쟁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나는 사려 깊은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소심하다고 인식될 수도 있다. 나는 똑 부러지게 이야기했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저렇게 까지 말해야 하나'로 받아들일 수 있다. 행위와 해석은 늘 다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많다

 

스물일곱 살에 친구들 여섯 명이 모여 놀다가 재미있는 놀이를 했다. 각각 빈종이 다섯 장씩 받고 본인 이름을 제외한 나머지 친구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 빈종이를 세등분 해서 1번 대화방식 2번 성격 3번 하고 싶은 말 순으로 각자에 대한 이미지를 솔직하게 적어주기로 했다. 함께한 지 7년 정도 된 친구들이라 서로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사회생활이나 나를 객관화해보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황당한 놀이인데도 다행히 모두들 재미있게 참여해주었다. 나에 대해 쓴 글 중  몇 개를 여기에 그대로 옮겨보았다.


**이는 일단은요. 참 마음이 따뜻해요. 그런데 주장도 참 세요.(굽히는 게 필요하죠) 그렇지만 수긍도 빠름 ^^그리고 대화할 때 리액션이 좋아요. 약간 단호할 때 어투가 엄청 단호해서 슬픔. 성숙미가 커지는 듯. 너무 주저하지 않고 이야기하는 습관이 필요함. 너무 깊이가 있어서 고민을 많이 함
-머리는 푸는 게 이쁨 진짜 (혹시 궁금할까 봐 ^^)
말부터 먼저 하는 게 아니라 우선 그 상황에 대해 깊이 생각 후 천천히 말을 꺼내는 듯, 특히나 누군가의 고민에 대해 얘기해줘야 할 때 더더욱 신중해지는 듯 (아, 근데 이 타이밍에 얘기해주면 좋겠는데, 너무 신중해 늘어지는 경향이 있는 듯)
한 번씩 알 수 없는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을 때 있음. 그게 안 좋은 게 아니라 , 때로는 다 같이 모여있는 자리에서도 혼자서 생각하는 게 많은 듯
한 해 겪을수록 깊이가 생기는 것 같다.


 1. 친구들이 적어 준 내용 중 공통 키워드에 줄 친다.

2. 비슷한 단어들끼리 카테고리화 한다.



내용만 봐도 나를 알 수 있다. 생각보다 내가 집중하고 있었던 내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경우도 있다. 나의 경우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지만 (나를 잘 알아서가 아니라 나에 대해 자주 생각해보는 편이라서) 친구들의 언어로 들으니 새로웠고 여기 공개하지 않은 다른 쪽지에서는 더 솔직한 말도 쓰여있었다. 주의할 점은 친한 사람이 아니면 무의미한 칭찬만 적혀있을 수도 있으니 가까운 사람들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가족과 해도 좋다. 말로 하는 것과 텍스트로 적는 것은 느낌이 다르기에 나는 텍스트를 추천한다. 코로나 시기 지인들과 만나거나 온라인으로 한 번쯤 다양한 나를 만나보면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다. 나를 잘 안다고 자만하지 말 것. 그래야 다른 누군가도 쉽게 판단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
가장 먼 존재다"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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