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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가면 저는 유독 인문실을 자주 들어가게 됩니다. 어문학실과 자연실에도 가끔 가지만, 확실히 제가 좋아하는 책은 인문실에 많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인문실 입구를 지나 안쪽으로 직진하면 제가 좋아하는 심리학과 철학책이 한가득 있습니다. 이 책들을 볼 때마다 압도되는 느낌을 받지만 어차피 제가 읽을 수 있는 책은 한정적입니다. 한때 제가 꽂혀있었던 정신분석코너로 갑니다. 무의식에 관련한 책을 읽고 싶어서요. 되도록 쉬운 책이면 좋겠습니다. 그중에 한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습니다. 제목은 [누구에게나 숨겨진 마음이 있다]라는 책입니다. 차분한 파란색 표지에 노란색과 분홍색 반사되는 재질의 종이가 붙어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벽이 되기도 하고 문이 되기도 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작가님 이름은 '장정은'님입니다.
이름이 친숙해서 이 분 책을 읽은 적이 있나 보다 ~ 하고 빌려와서 틈이 날 때마다 읽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반납일이 되었습니다. 아직 다 읽지 못해 혹시나 밀리의 서재에 있다면 표시해 두려고 밀리의 서재 앱을 켰습니다. 이 책을 검색하고 들어갔는데, 순간 눈을 의심했습니다. 딱 제가 읽은 만큼 책진도가 표시되어 있고, 중간중간에 초록색으로 하이라이트도 표시되어 있더라고요. 이미 읽은 책이었던 거예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과연 그때 이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읽었던 책을 이렇게 새로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고?? 글이 흥미로와서 두 번째인지도 모르고 읽은 걸까요? 심지어 다시 읽으며 붙여놓았던 인덱스와 정확히 일치하는 부분에 하이라이트가 체크되어 있었습니다. 무려 80% 이상이요. 이 책은 제가 읽은 것이 분명합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전문가의 말을 제가 너무~ 잘 이해하더라니까요! 이쯤 되면 정신분석을 어느 정도 아는 일반인이라도 해도 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만큼 술술 읽혔습습니다. 한때 정신분석 대학원에 가볼까? 할 정도로 꽂혀있긴했습니다. 면접을 보기도 했고요. 대학원 합격문자를 받았다는 이유로 정신분석이라는 분야에 친숙함을 느낍니다. 아무튼 일순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쓴 작가님의 공은 어디로 가고, 술술 이해되는 내 머리를 칭찬하며 박수를 치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 읽고 있으면서 그것도 모르고요. 나름 당황스러웠네요.
중요한 건 다시 읽어도 좋은 책이었다는 것입니다. 부모로서 정신분석과 관련한 책을 읽는 건 육아를 하는 본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부모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어떻게 아이에게 영향을 주느냐도 잘 설명이 되어있고요. 그래서 [엄마심리수업]이나 [누구나 숨겨진 마음이 있다], [소년 : 한 정신분석가의 성장기]와 같은 책은 육아서로도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이어리에 읽은 책들을 잘 표시해 두어야겠습니다. 무엇보다 읽은 책 리스트를 보며 뿌듯해하는 사람인데, 2025년에는 통 읽은 책을 기록해두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얼른 다이어리 메모와 도서관 리스트, 서점 구매리스트를 찾아서 2025년 읽은 책 리스트를 작성해 놓고 뿌듯해하러 가봐야겠습니다. 생각보다 중요한 의식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