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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Feb 20. 2021

직장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칭찬

고이 접어두었다가 때 되면 펼쳐보는 기억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만큼 칭찬받을 일이 줄어드는 일이다. 태어나자마자 눈만 깜박해도 칭찬을 받고 배냇짓만 해도 박수를 받지만 커 갈수록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 당연해진다. 대신 나이가 든 다는 것은 욕먹을 일이 많아지는 일이다. 나이만큼의 기대감이 생겨서도 있겠지만 나이만큼 상대를 보는 눈들도 참 못나진다. 극단적으로 표현해보면 비난과 비판을 구분 못하는 사회에서 칭찬받는다는 것은 '사회생활'이거나 엄청난 '성과'다. 그렇지 않고서야 칭찬받기란 힘든 일이다.


잘해보겠다고 시작한 일에 뭘 하기도 전에 욕을 먹을 때 나는 꾸깃꾸깃 접어놓았던  칭찬받았던 순간을 꺼낸다. 누군가는 그냥 지나갔을 그 찰나가 나에겐 왜 이렇게 힘이 되는지 모를 일이다.


변화의 변화를 거친 전 직장에서 2개의 조직이 합쳐지는 일이 있었다. 당연히 합쳐지며 스텝도 늘고 일도 늘었다. 구시렁 소리를 BGM 삼아 일을 했다. 듣기 싫으면 이어폰을 꼈다. 일 할 때는 업무 때문에 부딪힐 때도 있지만 회식 시간엔 모든 스텝이 절친이었다.


분위기가 익으니 타 부서 스텝이 얘기했다. 사업단이 합쳐질 때  본사 기획팀 차장님 중 한 분이 '나와 함께 일 할' 스텝들에게


 " OO이가 일하는 걸 잘 봐라. 제대로 일하는 사람이다 "


라고 칭찬해 주셨다고 했다. 그게 얼마나 좋은지 먹은 술이 다 증발해버린 듯 정신이 깼다. 제대로 일한다는 말. 나를 증명해 보이기도 전에 계약직이기에 받아야 했던 대우가 있었기에 그 말이 너무나 힘차게 내 마음속까지 다가왔다. 가볍게 지나가 듯 전한 말일 수도 있지만 그동안을 보상받은 듯 기분이 좋았다.


칭찬이라는 게 전해 들으니 기분이 더 좋더라. 말 수가 적은 분이지만 늘 웃고 계셨던 분이었는데 미소만큼이나 따뜻한 자존감을 선물해 주셨다. 내가 그분의 말을 닳고 닳도록 꺼내어 보고 있는지 그분은 알지 못할 것이다. 지난 몇 년 간 난 결혼을 했고 아이를 둘 낳았다. 경력이 단절되어 미래가 걱정될 때, 둘째를 가지고 다니게 된 직장에서 일이 잘 안 풀릴 때 그 칭찬을 자주 꺼내봤다. 유일한 칭찬은 아니었는데 왜 유독 그 칭찬이 맴도는지 모르겠다.


업무에도 스타일이 있다. 특히 영업조직에서는 다양한 리더가 있다. 각각의 조직은 리더에 따라 주관적으로 운영된다. 나의 경우 현장에는 리더가 있고 본사에는 다양한 상사가 존재했기에 다양한 상사를 보고 느낄 기회가 있었다. 일 하는 동안 이슈가 있어 현장 스텝 담당자가 자주 바뀌었는데 담당자에 따라 회사생활이 달라지기도 했다. 조직에서 상사에게 나의 '업무 스타일'을 인정받고 나를 인정받는 일. 그건 노력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관계만을 중시하는 상사는 나와 스타일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분의 그 칭찬이 더 진하게 나에게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내 가슴속에 접어놓은 누군가의 칭찬이 존재하니, 이젠 나 자신이 칭찬하는 일을 해내고 싶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칭찬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사는지 괜스레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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