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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리 Sep 25. 2018

뭐라 해도, 더 사랑할래.

보름달을 바라보며  나무소녀 우경이가.

"프랑스식 결혼생활"이라는 책이 세상에 빛을 본 지 1년이 되었다. 2015년 추석전쯤, 우면동 우리 집에서 나금과 이나네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우리 프랑스 남편과 결혼하고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솔직하게 나누어 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의견에 매우 격하게 흥분하며 그냥 그 날 이후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런 과정에 이야기나무라는 출판사를 만나서 2017년 5월 말에 책이 나오게 되었다. 책이 뽀롱뽀롱 뽀로롱~~ 뿅! 하고 나왔을까?

절대 아니다.


글을 쓴다는 게 쉽지 않았다. 일기 쓰는 마음으로 편하게 술술 내 마음을 풀어보자 했지만 안될 때가 많았다.  

글을 쓰자는 서로의 약속으로 생각나는 주제마다 마감 날짜를 정해놓았는데... 나는 항상 늦었다. 글을 쓸려하면 갑자기 꺼지는 컴퓨터( 보다 못한 남편이 컴퓨터로 인한 스트레스로 변비가 도질 것 같다면 작년 2월에  밸런타인 선물로 노트북을 사 주었다), 막상 쓰기 시작하면  잘 자고 있던 아이들이 눈 비비고 울면서 날 찾았다. 정말 머피의 법칙이 살아 움직였던 순간들이 지속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남편 아침 준비, 아들 쌍둥이의 어린이집 등교, 분재원 업무, 그리고 아이들 하교, 저녁을 먹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갔다. 이런 와중에 글을 써 내려갔다. 조금 일찍 일어나서...

아니 솔직히 일찍 일어났기보다는 새벽에 일어났다고 하는 게 맞겠다.

새벽 3시에 눈 비비고 일어나 조금은 몽롱한 상태에서 글을 쓰다 보니 당연히 오타도 많았다. 중복되는 단어도 참 많았다. 그리고 늘 약속한 마감이 늦었다. 이런 나를 이나와 나금은 끝까지 힘내라고 볻돋아주고 문장들을 검열해주며 함께했다. 뭐... 나한테 대놓고 말은 안 했겠지만 속으로 욕한 적도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지금 돌이켜보면 욕을 좀 더 먹어야 되지 않았나.. 싶을 일도 있었다. 바로 최종 원고 수정.


마지막 원고 교정인 작년 5월 초. 다 같이 머리 맞대고 해도 부족한 마지막 원고 검열인데, 그때가 결혼기념일이었다. 결혼 기념을 챙기는 부부이기에, 어쩌다 보니 난 나금과 이나에게 모든 원고 검열을 맡겨 둔 채 결혼기념일 기념으로 싱가포르에 다녀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난 겁나게 복 받은 사람 중에 한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나와 나금은 날 이해해주고 배려해 주었다. 아마도 이런 애틋한 마음이 담겨서 원고 마무리는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고, 책 표지를 한번 보게 되면 뇌어 각인이 될 정도로 강렬하게 나왔다.

심지어 책 표지는 작년 2017년 디자인 책 표지 부분 상도 받았다(깨. 알. 자. 랑.)



지금 누군가 "프랑스식 결혼생활"이란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게 뭔데요?라고 묻는다면 난 당연히 "사랑"이라고 말하겠다.


"결혼이란 정답이 있지는 않지만 그 누군가가와 함께
길을 같이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사랑이자 행복이다" 
"나 자신을 아끼는 것에서부터 진정한 사랑이 시작된다"
"부모는 아이의 주인이 아니라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사랑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받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나의 색을 발산할 수 있는 것이 일과 사랑이 되어야 한다" 


아이의 엄마로서, 일을 하거나 혹은 일을 잠시 쉬거나 일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아이를 키우며 남편을 돌보며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하면 할수록 커지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책에 썼다. 


그리고 그 책을 쓴 나금, 이나 그리고 나 우경이는 제멋대로 다른 곳에서 추석을 맞고 있다. 나금은 한국의 용인에서, 이나는 프랑스의 파리에서 그리고 나는 타이완의 타이베이에서. 책 부제목이 제멋대로 섹시하게였는데 그래서일까? 섹시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장소가 제멋대로 다 다르다.


이나는 남편의 일로 인해 책이 나온 직후 작년 여름 6월에 파리로 갔고, 그리고 나는 남편의 일로 인해 지난 7월 말쯤에 타이베이로 이사 왔다. 아직은 낯선 곳에서 추석을 맞이하자니 (여기서는 중추절(中秋節)이라고 부른다)  그리운 얼굴들이 보름달에 다 보이는 듯하다. 그러면서 다짐해본다. 내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내 옆에 있는 가족과 그리운 사람들을 더욱더 사랑하며 풍성한 인생을 만들어 나가자고.

뭐라 해도 더 사랑하며 살고 싶다. 

  

       타이완 화가-Patrick Lee(李紹榮)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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