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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리 May 08. 2017

프랑스 시월드

프랑스식 결혼생활 中

나우리, 이나의 시댁이야기


전직 아동복 디자이너. 파리 유학 중 베르사유 출신의 사업가 앙뚜안을 만남.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살고 있다.



프랑스에서 결혼식을 가톨릭성당에서 치르기 위해서는 당연히 천주교 신자이어야 했다. 종교의 의미도 모르던 시절에 엄마를 따라서 세례를 받기는 했지만 성인이 된 나는 불교의 정신세계를 탐미하고 있었다. 결혼식을 마치고 얼마 되지않았던 때였다. 계속되는 야근에 몸과 마음이 매우 지쳐 있었다. 마침 별장에서 가족 모임이 있었고 집에서 쉬고 싶었지만 공기 좋은 곳에 가서 주말을 보내자는 남편의 말을 따랐다.


일요일 아침이 되자 가족들은 성당에 갈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였고 나는 눈을 떴다가 시계를 보고는 다시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깼을 때는 성당에서 돌아온 시부모님과 시누이가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나, 결혼식에서 서약하지 않았니? 그건 네가 앞으로 신자가 되겠다고 한거나 다름없어.”


나를 대변하려 애쓰는 남편의 말을 끊고 대뜸 말했다.


“’그랬었죠. 그런데 그건 남편을 영원히 사랑하고, 또 아이가 생긴다면 신앙을 가르치겠다는 뜻이지 일요일마다 성당에 가겠다고는 안했어요.”


’네’라고 대답했으면 그냥 ‘네’인거야. 그 뒤에 ‘그런데’ 가 왜 나오니?”


어머니께서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사라지셨다. 이어지는 큰 시누이의 발언.


“나도 어렸을 때 성당에 가지 않으면 나중에 성당에서 결혼할 생각하지 말라고 겁을 줬었어.”


“성당 결혼? 그건 내게 특별한 의미가 없어. 난 다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이라서 결정했던 것 뿐이야.”


“그래, 기분 나쁘게 듣지는 말고. 신앙은 우리 부모님에게 제일 중요한 문제니까 화내는 건 이해해 줘.”


그 날 남편과 나는 처음으로 날을 세워서 다퉜다. 그리고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민 남편이 조용히 내 귀에 속삭였다.


“우리 엄마에게 맞선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미안해. 분위기 망치고 싶지 않았었는데……”


그는 가끔 내게 억울함을 토로하며 말한다.


“다들 내가 한국여자가 순종적이라서 자기와 결혼한 줄 알. 얼마나 억울하다고!"


                                                                                                                                                                           ('프랑스식 결혼생활'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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