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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리 May 01. 2017

'일'에 관한 세 여자의 수다

프랑스식 결혼생활 中

엄마가 '일'하면 떠오르는 생각과 느낌은 무엇일까요?

일하는 엄마들- 나금, 우경, 이나가 '일'에 관해 수다를 떨어보았습니다.




나금:      우리나라는 여자가 일하기도 힘들지만 엄마가 일하는 건 몇 백배 더 힘들어. 아이를 낳기 전에는 상상도 못했어. 직장맘이 얼마나 눈치를 보며 회사를 다녀야 하는지. 예전 직장에서 애 둘 키우던 선배가 간 쓸개 다 내놓고 일하는 모습이 참 불편했는데, 이제야 그녀를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다니까.


이나:      난 프랑스에서 정말 놀랐던 일이 있었어. 결혼 후에 직장을 찾기 위해 면접을 보고 있었거든. 하루는 친구에게 ‘난 결혼을 했고 곧 애를 낳을 텐데 나를 채용할까?’하고 고민을 털어놨어. 그랬더니 친구가 하는 말이 ‘당연하지 오히려 너를 더 써줄 걸.’이라고 하는 거야. 왜냐하면 가정도 있고 아이도 있는 사람이라 회사가 더 원할 거라면서.


 

아동복 디자이너로 활동할 당시, 파리의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샘플 확인 중
한국에 와서 큰 포부를 안고 시작했던 나의 아동복 사업
내 아이에게 입힐 거라 좋은 소재로 예쁘게 만드는게 고민이었던 시절



우경, 나금:         정말 다르다!


이나:      여기서는 셋째를 낳고 싶다고 하면 ‘지금으로는 만족을 못해?’, ‘이제 일해야지.’하는 말이 돌아오잖아. 일하는 엄마를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달라.


우경:      어린이집 원장님 눈치도 봐야 하지.


이나:      맞아! 우경 언니도 옛날에 애들 다니던 어린이집 원장이 그랬다며. 엄마가 일을 해서 신경을 못 쓰니까 아이가  공격적인 면이  있는것 같다고.


우경:      응. 그게 2년 전 일인데 넌 어떻게 그걸 다 기억하니?


이나:      너무 충격적이었거든.


나금:      지금 들어도 충격적이다. 그럼 일하는 엄마의 아이들은 다 문제가 있다고 보는 거야? 그런 인식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양질의 보육시설을 구비할 수 있을까. 어린이집 시스템의 문제가 한두 개는 아니지만, 정말 한계가 많다. 한숨이 푹푹 나와. 엄마는 아이를 맡기는 입장이라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퀄리티를 보장받는 것도 아니잖아. 종종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들을 들으면 참 심란해. 게다가 난 어린이집을 세 군데 신청했는데 두 달이 넘도록 연락이 없어. 아이를 맡길 곳이 있어야 회사도 복귀할 텐데. 기다리다가 안 되면 종일 아이를 봐줄 사람을 구해야 하나 봐. 요즘 엄마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애 봐줄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더라.


이나:      한국에서 아이 엄마들이 일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가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없거나 내가 일해서 번 돈이 고스란히 애 맡기는데 들어가서 결과적으로 통장에 남는 게 없기 때문이라 하더라고. 우리 큰 시누이가 국제 변호사거든. 근데 애가 셋이야. 물론 도우미가 있지만 일도 진짜 많이 해. 일해서 번 돈 대부분이 애들한테 들어가지만 노후가 보장되어 있어서 괜찮다고 . 우리나라랑 좀 다르지?


나금:      사회보장 시스템이 많이 다르지. 열심히 일하면 노년의 삶도 보장되니까 안정적이고 행복도가 다른 것 같아. 우린 엄마들이 직장생활을 유지해서 그나마 커리어라도 지키면 다행인 게 현실이잖아. 내 일이 나의 노후를 보장해 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해봤어. 그리고 직장맘은 늘 아이를 팽개치고 밖에 나온 기분이야. 외벌이로는 먹고살기 힘든데 맞벌이는 죄의식을 안고 살아. 아이는 사회가 같이 키우는 거 아냐? 왜 모든 비난은 개인에게만 집중되는 것일까. 아직까지 아이를 키우기 참 힘든 사회야.  


아이를 두고 마음편히 일할 수 있다면!
그래도 일할때는 씩씩하자!



우경:      그래도 요즘에는 나아지고 있잖아. 아빠가 육아휴직을 쓰는 경우도 많아지고.


나금:      나아지고 있다지만 그 속도가 떨어지는 출산율을 따라잡지는 못하네.


이나:      아이 엄마들이 애를 낳고 일을 다시 시작하는 경우를 보면 전공과 다를 때가 많은 거 같아. 본래 하던 일로 돌아가기 힘들고, 애들이 다 커서 심심한 나머지 일한다고도 하지만 결국 뒷바라지를 하고 싶은 거야. 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일단 시작하는 거지.


나금:      가정경제가 우선이니까. 그냥 돈 되는 일을 하는 거지. 경력이 단절된 마흔 중반의 엄마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비정규직, 계약직 말고는.


이나:      그러니까 여자들이 결혼을 안 하거나, 해도 애를 안 낳는 거야.


나우리:   …….


나금:      일 이야기하다 보니까 너무 우울하다.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우경:      개인의 일이 아니야.


 

즐겁게 일하는 엄마는 아름답다


이나:      사회 전반에 걸쳐 변화해야 해. 입시 위주 교육과도 관련 있는 것 같아. 요즘 젊은 친구들 보면 졸업 후에 내 전공과 관련한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경우가 많더라고. 고등학교 졸업할 때 생각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내 점수로 갈 수 있는 학교와 학과를 정하잖아. 그러니 졸업 후에 사회에 나가서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거지.


나금:      ‘네가 학교에서 뭘 공부하고 싶니?’가 아니라 ‘이 점수로 어떤 인생을 살래?’하고 묻는 것과 다르지 않네. 그 선택이 인생전반에 영향을 미치는데 말이야.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내가 사는 세상은 어떤지에 대한 공부가 우선인데 그럴 기회조차 없잖아. 


이나:      엄마의 일로 시작했지만 결국 모든 건 맞물려있어.


우경:      그래서 부모가 중요한 거야. 부모가 바로 서고 아이의 인성을 지도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힘을 기르게 도와줘야지.


나금:       난 여자 정치에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 여자의 삶에 대해서 쥐뿔도 모르는 사람들이 정책을 쥐락펴락하고 있잖아!



(5월 출간 예정인 '프랑스식 결혼생활'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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