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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리 May 10. 2017

도깨비 소녀

프랑스식 결혼생활 中

나우리, 우경 이야기


분재박물관 수목 디자이너. 프랑스 베노스크 산골마을에서 자라고 현재 외국기업 면세사업부 회사원인 기욤과 자연 속에서 살고 있다. 쟈크와 가비- 아들 쌍둥이의 엄마.




내 얼굴은 평범하다. 예쁘게 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개성을 표현하기를 즐긴다. 남들이 소화하기 힘든 화려하고 다양한 색상의 의상으로 치장하곤 한다. 주변 사람들은 이런 나를 두고 ‘개성이 넘치고 한 번만 보더라도 기억할 수 있는 사람, 사람들을 유쾌하고 즐겁게 만들어주는 사람’이라고 한다. 나 자신을 위해 끊임없이 가꾸고 노력한 결과지만 이런 내 모습이 주변 사람들의 행복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이 나를 지칭하는 별명도 다양하다. 분재원 일꾼, 쌍둥이 엄마, 우면동 성촌마을 목소리 큰 아줌마. 하나 더 재미있는 별명은 ‘도깨비’인데, 옆집 아주머니께서 부르시는 별명이다. 아침에는 헐렁한 무채색 작업복 차림에 넓은 챙모자를 쓴 채 1톤 봉고 트럭을 겁 없이 몰고 다니고, 저녁에는 파란색 바람머리에 킬힐과 웬만한 사람이 보기에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화려한 색상의 옷을 입고 외출하는 모습을 보신 후 예측할 수 없이 변하는 모습이 꼭 도깨비 같다며 붙여주신 별명이다.  

분재박물관 - 나의 일터

주로 흙을 만지다 보니, 일이 끝나면 무엇보다도 허름한 작업복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 원색의 옷과 화려한 액세서리로 몸치장을 하고 하루 종일 장화 속에 꼭꼭 숨겨두었던 내 발을 나만이 소화해낼 수 있는 신발로 감싸고 외출하는 시간이 행복하다. 튀는 의상 때문인지 나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내가 분재원에서 작업복을 입고 일하는 모습을 쉽게 상상하지 못한다. 의상 디자이너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럴 때에는 이렇게 대답한다.


“디자이너이긴 한데 나무를 만지는 수목 디자이너예요.”


나무와 함께 사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계절에 따라 나무의 색이 변하듯 나를 변화시키는 것이 좋다. 단정했던 단발머리를 출산 후 몽땅 삭발하기도 했었고, 짧은 커트 머리를 여름에는 파란색으로, 가을에는 붉은색으로, 겨울에는 보라색으로 색을 입히기도 했었다. 내 옷장 문을 열어보면 더욱 놀랄 수도 있다. 제주도 은갈치보다 더 반짝이는 은빛 반짝이 반팔 여름 재킷, 봄의 신록처럼 화사한 초록 반팔 여름 재킷, 그리고 그 옆으로는 빨강, 파랑, 초록이 경쟁이라도 하듯 진한 줄무늬 원피스 치마도 있다. 선명한 오렌지 색의 롱 드레스, 무지개빛 짧은 미니스커트. 그리고 아래칸엔 크레파스 색깔만큼 다양한 바지들과 그에 맞춘 듯한 다양한 색깔의 신발들이 있다. 여름에는 파란색 긴 끈이 달린 하이힐, 봄에는 빨간색 거미줄이 강렬한 하이힐, 가을에는 멕시코에서 비행기 타고 날아온 카우보이 초록색 부츠, 겨울에는 영원한 내 사랑 은빛 장화를 신는다.


도대체 왜 이렇게 화려하고 한편으론 제멋대로인 옷과 신발들이 가득한 걸까?


첫째는 내가 좋아하는 색깔과 디자인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조금 과하다 싶은 옷들은 다른 사람들이 차마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지라 재고로 쌓이고, 결국 내가 땡처리하듯 싸게 구입하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더없이 아름다운 행운이다. 마지막으로는 주인이 바뀌는 경우다. 원래의 옷 주인들이 소화하기 힘들다면서 나에게 선물로 준다. 두 번째 이유가 아름다웠다면 마지막 이유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행복이다.


아이들을 돌보느라 혹은 일하느라 바쁘다는 이유로 나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자신을 아끼는데 힘쓰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엄마이자 아내이자, 내가 되는 길인 것 같다.


헤어모델 지원해서 태어나서 처음해 본 분홍머리
 색깔의 표현은 나의 열정이다


(5월 출간 예정인 프랑스식 결혼생활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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