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식 결혼생활 中
여성의 아름다움에 관한 프랑스 남편과의 대화
이나: 개인적인 기준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객관적으로 아름다운 외모가 있지 않아? 어떤 외모가 아름다운 외모일까?
앙뚜안: 보편적인 아름다움?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아. 사람마다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기준은 달라. 그러니 보편적인 아름다움이란 건 없어. 예를 들어 나는 가슴이 큰 여자보단 작은 여자가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만 내 의견에 반발할 사람들이 지구촌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 테니까.
이나: 매력적인 여성은 어떤 여성이라고 생각해?
앙뚜안: 좋은 질문이야. 근데 대답하긴 힘들다. 글쎄. 잘 웃는 여자. 자기에게 확신이 있는 여자. 부끄러워하지 않는 여자. 당당하게 자기가 원하는 것을 요구할 줄아는 여자.
이나: 그럼 반대로 매력 없는 여성은 어떤 모습이야?
앙뚜안: 저속한 여자 UNE FEMME VULGAIRE.
이나: 어떤 여자가 저속한데?
앙뚜안: 팔자로 걷는 여자? 오리처럼 걷는 여자?
이나: 엥? 팔자로 걷는 게 저속해? 그건 그냥 걷는 태도잖아.
앙뚜안: 아니야. 아주 저속해.
이나: 그으래. 그리고 또?
앙뚜안: 자세가 나쁜 여자. 어깨가 굽은 여자. 뭔가 부자연스러운 여자. 매력적인 여자는 엘레강스한 여자야. 몸가짐이 부자연스럽거나 정확하게 말하지 않는 여자. 의도나 발음 모두. 그런 여자는 매력적이지 않아.
이나: 여자 형제와 자랐고 결혼한 후 딸을 키우는 아빠가 되었어.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있어?
앙뚜안: 전혀. 여자 형제와 자라면서 시각이 완성됐지. 결혼하고 딸이 있다고 해서 바뀌진 않았어. 여자 형제들과 인형놀이도 같이 했고 함께 자라면서 그녀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문제가 무엇 인지도 알게 되었지. 거의 항상 같이 놀았으니까.
이나: 마고에게 어떤 여성이 되라고 말해 주고 싶어?
앙뚜안: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아는 여자가 돼라. 자신의 계획대로 행동하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후회하지 말라고.
이나: 한국 여성과 프랑스 여성의 차이가 정말 존재해? 장단점을 이야기할 수 있겠어?
앙뚜안: 그게 장단점인지는 모르겠는데 프랑스 여자가 더 직선적이야. 한국 여자는 섬세하지만 원하는 걸 잘 얘기하지 않아. 항상 머리를 굴려서 알아맞혀야 하지.
이나: 뭐야 내가 그런다고?
앙뚜안: 아니……. 응.
이나: 내가 언제?
앙뚜안: 와인 마시고 싶을 때 어떻게 말해?
이나: 아직 와인 있냐고?
앙뚜안: 거 봐!
이나: …….
이나: 당신이 만약 여자였다면?
앙뚜안: 커리어우먼.
이나: 의심치 않아. 두 아이의 엄마이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일듯해. 나한테 바라는 것처럼. 그럼 정치에 관심 있는 여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앙뚜안: 굉장히 좋은 현상이야. 여자가 집에서 일어나는 일만 책임지던 시대는 끝났어. 그런 의미에서 바람직하다고 봐
이나: 내가 광화문에 시위하러 나갔을 때 우리 엄마한테 뭐라 그랬어?
앙뚜안: 그날 퇴근하고 장모님 모시고 고기 먹으러 갔었거든. 자기 어디 갔냐고 물으시길래 알려드렸지. 그랬더니 위험하게 거길 왜 가냐고 그러시더라고 그래서 물어봤지. 장모님께서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무얼 하고 계시냐고, 여기 이렇게 앉아계신다고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지.
이나: 멋진데~!
앙뚜안 : 한국은 대부분의 변화가 여자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 머릿속의 한 가지 생각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항상 더 나은 것을 위해 바뀔 준비가 되어있지. 정치에 참여하는 여자들이 더 많아진다면 또 그들이 엄마가 되고 아이들을 잘 교육시킬 수 있다면 한국은 분명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거야. 사실 5,60대 어른들의 사상은 바꾸기 힘들어. 하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지. 그래서 교육이 중요한 거야.
이나: 한국 여성 고용률이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거 알고 있어?
앙뚜안: 응, 그뿐만이 아니야. 같은 일을 해도 더 적은 월급을 받아. 우리 회사에도 애 낳고 일하는 사람은 딱 한 명 밖에 없어. 그만큼 제도가 잘 안되어 있다는 얘기지. 프랑스는 전업주부가 별로 없어. 일을 안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우리 누나를 보면 슈퍼우먼 같아. 직장에서는 남자들과 동등하게 목소리 내고 집에서는 애들 케어하고, 몸매 관리까지 하면서 주말에는 친구들과 모임도 갖고 즐기면서 살아.
이나: 역시나 자기가 그리는 이상형은 슈퍼우먼이었어!
(5월 말 출간 예정인 '프랑스식 결혼생활'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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