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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리 Apr 19. 2017

"여성의 아름다움"에 관한 프랑스 남편과의 대화

프랑스식 결혼생활 中


여성의 아름다움에 관한 프랑스 남편과의 대화


이나:   개인적인 기준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객관적으로 아름다운 외모가 있지 않아? 어떤 외모가 아름다운 외모일까?


앙뚜안:   보편적인 아름다움?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아. 사람마다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기준은 달라. 그러니 보편적인 아름다움이란 건 없어. 예를 들어 나는 가슴이 큰 여자보단 작은 여자가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만 내 의견에 반발할 사람들이 지구촌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 테니까.


이나:   매력적인 여성은 어떤 여성이라고 생각해?

예쁜 여자가 항상 매력적이지는 않아


앙뚜안:  좋은 질문이야. 근데 대답하긴 힘들다. 글쎄. 잘 웃는 여자. 자기에게 확신이 있는 여자. 부끄러워하지 않는 여자. 당당하게 자기가 원하는 것을 요구할 줄아는 여자.


이나:   그럼 반대로 매력 없는 여성은 어떤 모습이야?


앙뚜안:   저속한 여자 UNE FEMME VULGAIRE.


이나:   어떤 여자가 저속한데?


앙뚜안:   팔자로 걷는 여자? 오리처럼 걷는 여자?


이나:   엥? 팔자로 걷는 게 저속해? 그건 그냥 걷는 태도잖아.


앙뚜안:   아니야. 아주 저속해.


이나:   그으래. 그리고 또?


앙뚜안:   자세가 나쁜 여자. 어깨가 굽은 여자. 뭔가 부자연스러운 여자. 매력적인 여자는 엘레강스한 여자야. 몸가짐이 부자연스럽거나 정확하게 말하지 않는 여자. 의도나 발음 모두. 그런 여자는 매력적이지 않아.


이나:   여자 형제와 자랐고 결혼한 후 딸을 키우는 아빠가 되었어.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있어?


앙뚜안:   전혀. 여자 형제와 자라면서 시각이 완성됐지. 결혼하고 딸이 있다고 해서 바뀌진 않았어. 여자 형제들과 인형놀이도 같이 했고 함께 자라면서 그녀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문제가 무엇 인지도 알게 되었지. 거의 항상 같이 놀았으니까.


딸아, 자신이 원하는게 뭔지 아는 멋진 여자가 되렴


이나:   마고에게 어떤 여성이 되라고 말해 주고 싶어?


앙뚜안: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아는 여자가 돼라. 자신의 계획대로 행동하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후회하지 말라고.


이나:   한국 여성과 프랑스 여성의 차이가 정말 존재해? 장단점을 이야기할 수 있겠어?


앙뚜안:   그게 장단점인지는 모르겠는데 프랑스 여자가 더 직선적이야. 한국 여자는 섬세하지만 원하는 걸 잘 얘기하지 않아. 항상 머리를 굴려서 알아맞혀야 하지.


이나:   뭐야 내가 그런다고?


앙뚜안:   아니……. 응.


이나:   내가 언제?


앙뚜안:   와인 마시고 싶을 때 어떻게 말해?


이나:   아직 와인 있냐고?


앙뚜안:   거 봐!


이나:     …….




이나:    당신이 만약 여자였다면?


앙뚜안:   커리어우먼.


이나:     의심치 않아. 두 아이의 엄마이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일듯해. 나한테 바라는 것처럼.  그럼 정치에 관심 있는 여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앙뚜안:   굉장히 좋은 현상이야. 여자가 집에서 일어나는 일만 책임지던 시대는 끝났어. 그런 의미에서 바람직하다고 봐


이나:    내가 광화문에 시위하러 나갔을 때 우리 엄마한테 뭐라 그랬어?


앙뚜안:    그날 퇴근하고 장모님 모시고 고기 먹으러 갔었거든. 자기 어디 갔냐고 물으시길래 알려드렸지. 그랬더니 위험하게 거길 왜 가냐고 그러시더라고 그래서 물어봤지. 장모님께서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무얼 하고 계시냐고, 여기 이렇게 앉아계신다고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지.


이나:     멋진데~!


앙뚜안 :  한국은 대부분의 변화가 여자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 머릿속의 한 가지 생각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항상 더 나은 것을 위해 바뀔 준비가 되어있지. 정치에 참여하는 여자들이 더 많아진다면 또 그들이 엄마가 되고 아이들을 잘 교육시킬 수 있다면 한국은 분명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거야. 사실 5,60대 어른들의 사상은 바꾸기 힘들어. 하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지. 그래서 교육이 중요한 거야.


이나:   한국 여성 고용률이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거 알고 있어?


앙뚜안:   응, 그뿐만이 아니야. 같은 일을 해도 더 적은 월급을 받아. 우리 회사에도 애 낳고 일하는 사람은 딱 한 명 밖에 없어. 그만큼 제도가 잘 안되어 있다는 얘기지. 프랑스는 전업주부가 별로 없어. 일을 안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우리 누나를 보면 슈퍼우먼 같아. 직장에서는 남자들과 동등하게 목소리 내고 집에서는 애들 케어하고, 몸매 관리까지 하면서 주말에는 친구들과 모임도 갖고 즐기면서 살아.


이나:    역시나 자기가 그리는 이상형은 슈퍼우먼이었어!



(5월 말 출간 예정인 '프랑스식 결혼생활'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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