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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리 Apr 18. 2017

'사랑과 섹스'에 관한 프랑스 남편의 생각

프랑스식 결혼생활 中

사랑과 섹스에 관한 나금과 쟝의 인터뷰



나금: 나를 사랑한다고 느낀 순간이 언제야?


쟝:  처음 봤을 때.


나금: 공연장에서? 그럼 오직 외모만 보고?


쟝: 아니, 농담이야. 처음 공연장에서 너무 섹시하고 예뻤어. 하지만 그렇다고 사랑에 빠지지는 않지. 외모를 보고 호감을 느꼈고 두 번째 만났을 때 사랑에 빠졌어.


나금: 경훈 오빠랑 셋이 만난 날?


쟝: 응. 그날 처음보다 안 예뻤어.


나금: (버럭) 뭐라고? 이건 무슨 소리야?


쟝: 공연장에서의 화려한 락스타가 아니었잖아. 그런데 그날 밤에 잠을 못 잤어.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했지. 자기와 대화를 나눠보니 오픈 마인드이고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었어. 일요일 오후에 와인을 마시고 저녁에 막걸리를 마시러 가자고 했을 때 엄마와 약속이 있다고 집에 갔다가 다시 오겠다고 했잖아? 난 자기가 안 올 거라고 생각했어. 대부분의 여자가 그런 약속을 던져놓고 안 지키거든. 하지만 자기는 지켰어. 그래서 정말 사랑에 빠졌지.


나금: 내가 아들이 있는 돌싱이라는 사실은 마음에 걸리지 않았어?


쟝: 응.  공연 다음 날 자기에 대해 친구와 이야기 나눴어. 그 여자 예쁘다고 말이야. 그때 경훈이가 자기가 이혼했고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 줬어. 그리고 경훈과 나는 자기 같은 상황에 놓인 여자와의 결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지. 내가 만약 자기 같은 여자와 연애를 하고 진지한 관계가 된다면...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Why not? 과거는 결혼과 전혀 상관없어.


우린 그렇게 사랑에 빠졌다




나금: 사랑이 먼저일까? 섹스가 먼저일까?


쟝: 사랑.


나금: 왜?


쟝: 질문이 좀 모호해. 자기랑 사랑이 더 중요하지. 사랑 먼저. 내가 자기랑 하는 섹스가 좋은 건 자기를 사랑하기 때문이지. 물론 그건 상황에 따라 다르고 사랑 없이 섹스할 수도 있지만 자기랑은 안 그랬어. 그래도 섹스는 좀 중요해. 섹스할 때 안 맞으면 문제지. 근데 내 아내를 생각하면 사랑이 가장 중요해.


나금: 사랑은 변하는 걸까? 변하지 않는 게 사랑인 걸까?


쟝: 사랑은 변해. 100퍼센트.


나금: 그럼 우리 사랑도 변해? 그럼 어떡해?!


쟝: 사랑은 3년이 지나면 바뀐다고 하잖아. 그런데 누군가를 정말 좋아하면 같이 변하고 계속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해. 우리도 많이 바뀌었잖아. 아이가 태어나면서도 바뀌고.


나금: 바뀌는 게 나쁜 게 아니네.


쟝: 그럼. 나쁜 거 아니야. 더 강해지고 더 좋아지는 거지. 그렇게 변하는 거야. 우린 잘할 거야.


사랑이란, 변해도 좋은 것.



나금: 사랑할 때 제일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해?


쟝: Complicité amoureuse et respecter. 한국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사랑과 존경의 묵계라고 해야 하나?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거. 우리는 생각이 다르지만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생각을 알 수 있잖아.  


나금: 맞아 우린 눈빛만 봐도 서로의 기분을 알 수 있어. 하지만 생각이 많이 달라? 내 생각에는 열 가지 중에 두세 가지가 다르고 나머지는 같기 때문에 우리가 같이 사는 거 같아. 예를 들면 우린 아파트를 싫어하고 여유 있는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외식보다는 집에서 먹는 걸 즐기지.   


쟝: 그러네. 맞는 얘기야. 자기는 편리함을 위해서 돈을 더 많이 버는 삶과, 아끼며 사는 불편함 대신 시간적 자유가 있는 삶 중에 뭘 택할 거야?


나금: Balance.


쟝: 아니, 난 명확해.


나금: 양자택일이라면 후자.


쟝: 나도 절대 자유를 선택할 거야. 그리고 사랑할 때 중요한 건 존중. '다른 생각'에 대한 존중. 서로의 취미가 달라도 의견에 동의할 수 없어도 친구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존중하는 거.


나금: 성교육을 어떻게 받는가에 따라서 평생의 섹스가 좌우되는 것 같아. 프랑스는 성교육을 어떻게 해?


쟝: 성교육은 열네 살 때 아이가 어떻게 생기고 태어나는지 교육받았어. 프랑스의 성교육은 매우 철저하고 중학교부터 시작해. 한국의 성교육은 잘못된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예를 들어 한국 친구들하고 이야기해 보면 콘돔은 임신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콘돔 사용의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성병 예방이야. 프랑스인은 피임약은 임신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고 콘돔은 병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


나금: 그렇게 생각하는 한국 사람이 있을까?


쟝: 지인 중에 프랑스 여자와 한국 남자 커플의 사례가 있는데 프랑스 여성은 데이트를 하면서 당연히 피임약을 복용했고 한국 남자는 여성이 피임약을 복용하니 콘돔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어. 처음 섹스를 하는데 프랑스 여자가 한국 남자에게 화를 냈지. 프랑스식 성교육을 받은 여자 입장에서 콘돔은 성병 예방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고 이 남자의 과거 성생활을 100퍼센트 알 수 없었어. 여성이 피임약을 먹으니 콘돔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한국 남자를 이해할 수 없었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했지. 한국 남자는 여자가 피임하는데 자신이 왜 콘돔을 써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남자가 이해했다고 하더라.


한국 여성이 섹스에 수동적인 이유 또한 피임 때문이라고 생각해. 한국 여성은 임신이 두렵기 때문에 결혼을 생각해야만 섹스를 하는 것 같아. 반면 90퍼센트가 넘는 프랑스 여자는 피임약을 복용하고 남성은 콘돔을 쓰기 때문에 섹스할 때 임신을 걱정하지 않지.


프랑스는 열여섯 살이 되면 무료로 약국에서 피임약을 살 수 있고 부모님의 동의도 필요 없어. 열여덟 살 이하 면 부모의 동의 없이 낙태도 할 수 있고 합법이지. 정부가 여자를 보호하고자 하기 때문이야. 아무튼 성교육은 미국이나 북유럽도 발전했지만 유독 프랑스가 잘하고 있어. 영국도 잘못된 피임법을 가르치기도 하고 덴마크도 젊은 싱글맘이 많은 걸 보면 성교육이 취약한 것 같아. 유럽도 나라에 따라서 다르기도 하지만 일부는 종교적인 이유로 섹스는 임신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해. 반면 프랑스는 가톨릭 국가지만 성과 종교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고. 이런 환경이 프랑스가 유럽 국가 중에서도 높은 출산율을 갖게 된 이유 중의 하나인 것 같아.


나금: 여성의 몸과 삶 자체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거지?


쟝: 낙태를 법적으로 금지해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도리어 여성의 몸을 파괴하고 건강한 출산을 저해한다는 거지.


나금: 피임교육이 섹스를 바라보는 태도, 적극성과 소극성을 결정하는 이유가 된다니. 국가의 정책이 개인의 성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 주네. 어쩌면 사랑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지 몰라. 자기 인터뷰 너무 재미있다. 고마워!


나를 존중하고 아끼는 사람과의 삶은 늘 유쾌하다



(위 인터뷰는 5월 말 출간 예정인 '프랑스식 결혼생활'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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