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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리 Apr 14. 2017

'지난날'에 관한 세 여자의 수다

우리 안의 트라우마


나금  :   하... 지난날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 건 생각보다 힘들었어. 나의 과거와 그로 인한 상처를 들여다보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야. 글을 쓰면서 얼마나 아팠는지 몰라.


이나   :   나도 이 글 쓰면서 많이 울었어. 시간이 좀 지났으니까 무뎌졌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왈칵하고 눈물이 쏟아지는 거야. 한 사흘 그랬던 거 같아.


우경   :   내가 처음 쓴 글을 엄마가 보셨거든. ‘너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좋지만 부모님 사이가 좋지 않아서 힘들었다는 것을 굳이 써야 했니?’라고 하셨었지. 그런데 얼마 전에는 전체 원고를 보시더니 잘 썼다고 하시더라.


나금    :   그랬구나. 사실 한 사람의 과거, 인생이라는 게 혼자서 만드는 게 아니잖아. 부모님의 일이 너의 일이기도 하지.


우경    :   맞아. 그리고 누군가가 과거의 상처를 털어놓으면 위로하는 게 당연한데, 되려 약점이 되거나 괴롭힘을 당하는 구실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 좋은 이야기를 해도 축하받기보다는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그래서 내 이야기를 한다는 게 어려운 일인 듯 해.


이나   :   우경의 어머니가 처음에 글을 쓰는 거 싫다고 하셨다고 했잖아. 만약 우리 엄마도 내가 이 글 쓴다고 했다면 뜯어말리셨을 거야. 다행히 모르시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둡고 아픈 과거는 덮어두려고 해. 사실 그럴수록 속으로 곪는 건데.


우경   :   힘들었던 시기를 인정하니까 오히려 더 편해졌어. 자유로워진 것 같아. 드러내지 않으면 곪아. ‘나 이렇게 힘들었고 그래서 이런 부분이 약점이야’하고 이야기하면서 치유가 되는 게 아닐까.


이나   :   나는 가끔 화를 못 참을 때가 있는데 옛날에는 내가 왜 이러지? 정말 구제 불능인가? 생각했었거든. 근데 나의 과거가 내 일부고 그게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니까 불완전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더라.


우경   :   그래서 지금은 화 안 내?


이나   :   물론 사람이 하루아침에 변하진 않아. 대신 화가 날 것 같으면 심호흡도 하고, 기분이 안 좋은 날에는 초콜릿도 먹으면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려 해.


나금   :   나의 트라우마는 얼마 지나지 않은 과거였어. 다 내 의지로 선택한 거였지. 그래서 더 인정하는 게 힘들었던 것 같아. 이혼을 선택한 이유는 너무 많았지만 딱 하나로 정리할 수 있게 되자 스스로 당당해진 것 같아. 가장 큰 이유는 어찌 보면 간단하더라고.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런데 여러 가지 핑계를 찾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 사실 난 아이를 전남편에게 보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었는데 말이야. 나의 지난날을 명확히 보니까 오히려 지금 내가 뭘 해야 행복해지는지 보이는 것 같아.


이나   :   우리 부부는 가끔 애들한테 넘어져서 다쳤던 일을 상기시켜주곤 해. 아이들에게는 분명 좋은 기억은 아니지만 가볍게 웃으면서 이야기하면 애들도 같이 웃고 지나가더라고. 별거 아니라는 듯 상처를 봐도 웃으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상처를 입었던 기억이 예전보다 더 커지더라고. 하물며 몸에 난 작은 상처도 이런 치료의 과정이 필요한데 마음은 오죽하겠어.


나금   :   결론은 우린 계속 이야기해야 하는 거구나.


이나   :   응. 감추지 말고 꺼내서.


우경   :   그거 알아? 우울증 환자는 상담치료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치유가 된대. 나 자신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


나금   :   과거를 들여다보면서 객관화하는 경험. 지금의 나와 분리해서 생각하는 과정이 중요한 듯 해. 지난날은 지금의 나를 만들기도 했지만 현재가 아닌 건 분명해. 과거를 현재로 끌어와 힘들어하는 건 결국 나잖아.


이나   :   이 책을 쓰는 게 바로 그 과정이었던 것 같아.


우경   :   우리 이제 지난날의 상처는 벗어던지고 더 자유로워지는 거야!


이나   :   상처만 벗어던져. 딴 거 벗지 말고.



(5월 출간 예정인 '프랑스식 결혼생활'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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