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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리 Apr 26. 2017

결혼에 관한 프랑스 남편들의 생각

프랑스식 결혼생활 中


결혼이란 누군가에게는 낡은 가죽 소파처럼 편안한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서로의 뿌리와 줄기가 되어가는 과정이기도 하죠. 또 누군가에게는 사랑의 결정체이기도 합니다. 막걸리와 백숙을 먹으며 결혼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이는 세 커플의 식탁에 함께 앉아 보세요.  


우경: 앙뚜안. 결혼이 뭐라고 생각해? 개인적으로 결혼에 대해서 정의를 내린다면 말이야.


앙뚜안: 장기적인 약혼기간. 그리고 평생 약속. 우리 부모님 두 분 다 정년퇴직을 하셨거든. 지금은 연금으로 여행 다니면서 사셔. 나도 이나와 함께 그렇게 늙어가고 싶어.

 

우리 같이 여행하며 늙어가자. 연애할 때 처럼


나금: 오~~ 멋진 꿈이야.


이나: 그럼 쟝은 결혼이 뭐라고 생각해?


쟝: 나금, 그 자체. 나금이란 존재만으로 결혼을 한다고 결심했으니까.


우경: 푸하하하. 진짜야?


쟝: 나에 대해서 너희가 더 잘 알잖아. 한때 결혼을 망설였지만, 나금을 만나서는 단 한 번도 고민하지 않았어. 그냥 이 여자다 싶었으니까. 나금이 임신했을 때도 전혀 망설임 없이 결정했지. 이 여자와 평생 살아야겠다고.

결혼에 대해서는 앙뚜안과 생각이 같아. 죽을 때까지 같이 하겠다는 약속이니까. 결혼을 할 때가 되었다는 이유로 본인의 의사를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채, 또는 환경 때문에 결혼을 선택해선 안돼.


쟝과 나금


앙뚜안: 결혼은 미친 짓이야.


이나: 엥? 무슨 뜻이야, 쉐리(cheri 자기)?


앙뚜안: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하며 살겠다는 약속이잖아. 이보다 미친 짓은 없지. 그러니까 절대로 떠밀려서 결정해서는 안 돼. 오래 만났다거나, 나이가 찼다는 바보 같은 이유로 결정한다면 곧 후회하게 될 테니까.


이나: 그러고 보면 평생을 같이한다는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다는 건 이혼율에서도 알 수 있네.


앙뚜안: 가톨릭에는 결혼에 필요한 네 가지 서약이 있어. 그 서약을 해야만 결혼을 할 수 있고. 그중 하나가 파기할 수 없다는 거야.


기욤: 사실 우리에겐 가톨릭이란 종교가 많은 영향을 줘. 난 주일 예배는 가지 않지만 가톨릭 집안에서 자란 영향 때문에 결혼에 대한 생각은 확실해. 평생토록 한 사람과 하는 약속이라고 말이야.


쟝: 음... 난 결혼하고 아이를 갖고 싶었지만, 결혼한다고 해서 꼭 아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결혼해도 아이 없이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어.


나금: 다른 선택을 존중한다는 뜻이지?


쟝: 맞아.


이나: 그렇지. 가톨릭의 서약이 그렇다는 뜻일 거야. 자신과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을 존중해야 해.

그럼 기욤은 우경의 어떤 점이 좋아서 결혼한 거야?


쟝: 그녀의 특이한 머리 색깔 때문이겠지!


우경: 어머, 쟝. 나는 그때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에 빛나는 검은빛이었어~!


쟝: 그래, 그것도 특이하긴 했어.


우경: 으하하하!!


기욤과 우경


기욤: 장모님께서도 우경이 같은 여자랑 어떻게 사느냐고 장난스럽게 물어보시는데, 우경은 때나 지금이나 멋졌어. 남다른 스타일에 호탕한 성격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매력적이지.


나금: 그럼 우경이의 '으하하' 하는 우렁 찬 웃음소리까지 좋았던 거야?


기욤: 그 부분이 가끔 날 시험에 들게 해. 지금은 그냥 받아들였어. 우경이의 큰 웃음소리로 귀가 아플 때도 있지만 그 모습도 그녀의 한 부분이니까.


이나: 그럼 쟝은 나금의 어떤 점이 좋아서 결혼했어?


쟝: Feeling. 그냥 느꼈어. 나금을 처음 본 날 알았어. 이 여자와 결혼해야 되겠다. 때로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라는 것이 있잖아. 난 그걸 느꼈어.


쟝과 나금의 첫 여행 사진이 청첩장 사진이 되었다


우경: 여보~! 나도 이렇게 대답해 줘. 내 존재가 당신의 전부라고 말이야.


기욤: 나도 그렇게 얘기한 거 같은데? 그럼  앙뚜안은 이나의 어디가 좋아서 결혼했지?


앙뚜안: 이나와 내가 다르다는 그 자체가 좋았어. 너무나 다른 우리 둘이라서 늘 이해하도록 노력하며 살 수 있다고 생각했어. 내가 만났던 베르사유, 파리, 보르도 지역의 부유한 여자들의 피상적인 모습과는 달리 늘 도전적인 이나가 멋졌어.

 

나금: 너무 달라서 선택했다면, 너희는 평생 잘 살겠다!


우경: 싸울 이유도 없겠는데. 서로가 다른 것을 알고 시작하면 의견이 다를 때마다 이해하도록 노력하면 되는 거잖아.


이나: 뭐 매번 그렇지는 않지만 어쩌다 보니 잘 살고 있네.


나금: 이나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게 있어? 앙뚜안이 부인에게 바라는 것들이 있을까?


앙뚜안: 난 이나가 전형적인 도시 아줌마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이들 보내고 커피숍에서 만나서 돈, 부동산, 아이들의 학원강사에 대해서 이야기하시간을 보내지 말고, 자신을 위해서 조금 더 바쁘게 움직이고 지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자가 되면 좋겠어.


앙뚜안과 이나


이나: 지금처럼 매력적이게 있어 달라는 거지?


앙뚜앙: 바로 그거!


나금: 기욤은 우경한테 바라는 것이 있어?


기욤: Organization. 우경이 정리 정돈을 잘 해주었으면 해. 정말 그녀가 그것만 지킨다면 우리의 생활이 훨씬 좋아질 거야.


우경: 뭐야!! 나 오늘도 일찍 일어나서 집안 청소했거든!!!

 

제임스 본드와 본드걸 - 기욤과 우경


기욤: 내 말은, 평소에 늘 하는 정리정돈을 이야기하는 거야. 집에 들어오면 키는 오른쪽에 두고 옷은 걸어두고 액세서리는 한 곳만 두고, 보던 책은 책꽂이에. 있어야 할 자리를 지켜주는 기본적인 정리정돈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이지. 난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인데, 당신은 그렇지 않으니. 더 노력해주면 좋겠어.


이나: 쟝이 나금에게 바라는 것은 뭐지?


쟝: 나금은 우경이보다 훨씬 낫기는 한 것 같은데, 정리정돈을 더 잘하면 좋을 것 같아.


이나: 그럼 우경이가 제일 지저분한 거야?


모두들: ㅋㅋㅋㅋ (그냥 웃지요)


우경: 그래. 모두 날 욕한다 해도 이해심 많은 내가 이해할게. 마지막으로 건강한 결혼생활을 위해서, 행복한 가정을 위해 서로 지켜야 하는 것들이 뭐라고 생각해?


남편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며) 우리의 휴식시간을 존중해 주오. 우리도 때론 우리만의 시간이 필요하니까!



(5월 출간 예정인 '프랑스식 결혼생활'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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