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우리 Apr 24. 2017

나의 결혼 원정대

프랑스식 결혼생활 中

나우리, 이나의 결혼 이야기


*이나: 전직 아동복 디자이너. 파리 유학 중 베르사유 출신의 사업가 앙뚜안을 만남.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살고 있다.


화산이라는 뜻밖의 복병을 만나 결혼식이 무산될 뻔했지만 유럽 대륙을 가로질러 온 프랑스 시댁 식구들의 대장정 덕분에 무사히 결혼을 하게 됩니다. ^^ "나의 결혼 원정대" 이야기 한 번 들어 보실래요?



결혼식은 한국에서 한 번, 프랑스에서 한 번 치르기로 했다. 아빠를 도와 이것저것 준비하기 위해 나 먼저 한국으로 귀국했다. 앙뚜안은 물론 시부모님, 큰 시누이 내외, 작은 시누이 내외, 막둥이 도련님까지 결혼식 일주일 전에 한국에 도착해서 관광을 즐기다 결혼식을 치를 계획이었다.


새신부는 여행 스케줄을 짜느라 피부 관리를 받을 시간도 없었다. 서울과 경주, 부산까지 호텔 예약을 하고 깐깐한 시누이들의 입맛에 맞을 식당들도 알아 놓았다.


그런데 마른하늘에 날벼락 아니, 마른땅에 화산이 터졌다. 아이슬란드에서 터진 화산으로 화산재는 바람을 타고 점점 번져서 유럽 곳곳의 공항을 마비시켰다. 프랑스 전역은 물론 이탈리아까지 한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비행기 경로가 막힌 상태였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이기는 했지만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다.


모두가 심장을 졸이고 하늘만 보고 있을 때 시아버지와 앙뚜안이 큰 결정을 내렸다. 프랑스에서부터 독일을 지나 터키까지 자동차로 이동한 후에 이스탄불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들어오는 대단한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시아버지와 앙뚜안, 막둥이 도련님, 이스탄불에서 다시 프랑스로 차를 몰고 돌아갈 앙뚜안의 사촌 내외로 구성된 5명의 결혼 원정대가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 출발했다. 나의 결혼 원정대는 9인승 자동차에서 쪽 잠을 자며 교대로 운전한 끝에 38시간 만에 이스탄불에 도착했고 무사히 한국 행 비행기를 탔다. 나는 그동안 전화기를 붙잡고 나머지 가족들의 비행기 표를 구했다.


출국 게이트를 걸어 나오던 시아버지, 도련님 그리고 앙뚜안의 모습은 지구를 구하고 살아 돌아온 우주전사들 같았다. 나는 기쁨과 고마움의 눈물로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내 영웅들을 맞이했다.


자동차에서 쪽 잠 자며 교대로 38시간 운전한 나의 프랑스 가족

결혼식 당일, 신부 화장을 받으면서 나와 비슷한 시기에 결혼하는 국제결혼 커플들이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예약을 취소하는 일이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결혼식을 위해서 엄청난 여정을 결심한 시아버지와 앙뚜안에게 너무나 고마울 뿐이었다. 항상 몸매가 드러나는 옷만 입던 큰 시누이가 한복을 입어준 것도 고마웠다. 흐린 날이 유독 많았던 그해 4월, 딱 하루 해가 나던 날에 나는 결혼을 했다. 화산재도 샘 많은 봄 날씨도 방해하지 못한 결혼이었다.


한복을 입은 가족들

(5월 출간 예정인 <프랑스식 결혼생활>의 일부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자 여러분과의 만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