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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리 Jun 12. 2017

공항으로 가는 길

마지막 작별인사

공항으로 향하는 자동차 안


훌쩍거리며 운전하는 친오빠, 그런 그를 위로하는 마음씨 착한 오빠의 여자 친구. 어른들의 속을 알리 없는 아이들은 뒷좌석에서 신나게 떠들고, 복잡한 내 심경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의 남편은 내 어깨를 쓰다듬었다.

가방에 고이 숨겨 두었던 나의 [프랑스식 결혼 생활]을 펼쳤다. 한 손에 아담하게 들어오는 이 작은 책이 내 인생에 많은 것들을 변하게 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다. 첫 번째 장에는 우경, 나금 언니와 이나의 서로 다른 글씨체의 싸인이 꽉 차 있다. 나금 언니네서 떠나는 날 아침 마지막으로 셋이 모여 몇 권의 책에 사인을 남겼다.

그리고 그 뒷장에 적어 내리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오빠에게...'


울컥 눈물이 쏟아지지만 소리 내어 울 수가 없었다. 엊그제 엄마와 작별 인사를 하면서도 아이들 앞에서 흐느끼는 엄마에게 애들 앞에서 그런다며 모질게 쏘아댔었다. 바로 그 순간부터 후회했지만 목 놓아 울 수 있는 엄마가 부럽기도 했고, 상대방을 위해서 나처럼 어른스럽게 감정을 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끝까지 나쁜 딸이다.

엄마, 아빠 앞에서도 그랬듯이 어금니를 꽉 깨물어 울음을 삼켰다. 미안해할 남편 앞에서도 울 수가 없었고, 엄마인 내가 울면 아이들도 따라서 슬퍼할 테니 그럴 수가 없었다. 운전좌석 머리받침 뒤로 숨었다. 행여 백미러를 통해서라도 오빠가 내 모습을 볼 수 없게 꼭꼭...

오빠에게 남기는 긴 편지를 쓰는 동안 얼굴은 울긋불긋해지고 눈 은 퉁퉁 부어버렸다.


'나와 같은, 어쩌면 보다 더 아픈 시절을 보내야 했던 13살의 어린 소년에게 이 책을 바칠게...'


대체 우리 가족은 왜 이리 유별나게 이별이 서글픈 것일까?

눈가에 눈물만 흐르는 것이 아니라 흐느낌 속에 한이 느껴진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바로 그 울음에는 떠나는 딸, 동생에 대한 그리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해주지 못한 미안함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잘나서, 상황이 좋았다면 더 잘 해줄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되지 못한 상황에 대한, 삶에 대한 혹은 자신에 대한 질책 때문인 듯하다.


애써 감정을 다스려 보려는데 진동이 울렸다.

'나금언니'

 지금 상태에서 전화를 받아도 단 한마디도 할 수가 없을 것 같아

 

'언니, 작별 인사하러 전화한 거야? 눈도 퉁퉁 붓고 목도 잠겨서 전화를 받을 수가 없네. 우리 톡으로 작별 인사하자.'


나금언니와 나는 전생에 어떤 관계였을까? 항상 나를 믿어주고 내 안에 잠재력을 100프로 끌어낼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 나라는 식물에 물을 주지는 않지만 햇빛을 받을 수 있게 나를 가리고 있는 가지들을 걷어 내주는 사람. 확실한 것은 나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언니를 만나서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내게는 없는 용기와 끈기로 결국 나를 일으켜서 같이 달리게 만드는 사람. 언니 같은 친구를 만나서 참 기쁘다.

항상 밝은 에너지를 줬던 썬도,

특유의 감성으로 모두를 즐겁게 해줬던 장도,

무뚝뚝한 줄만 알았던 기욤도,

남편들 덕에 우리는 친구가 되었고, 친구의 남편들도 이제는 내 친구가 되었다. 그래서 엄청난 캐미를 자랑했던 우리 세 커플! 이들을 만나서 우리의 한국 생활이 조금 더 즐거웠었다.

지금은 각자 비슷한 듯 다른 삶을 살지만 같은 추억을 공유한 어릴 적 친구들,

유학시절에 만나 인연은 지켜나가는 친구들.

떠나기 전에 알게 된 같은 취미를 가진 친구들.


모두 모두 그리울 거예요.

나와의 이별을 슬퍼해줘서 사실 난 굉장히 기쁘답니다.

작별인사는 이게 마지막이에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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