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일기
프랑스에 온 지 2주가 지났다. 잘 먹고, 잠도 잘 잔다. 분명 잘 지내지만 잘 지내는 것도 아닌듯 하다. 내 예상대로 흘러 가는 것은 별로 없는 듯하다. 6월의 변덕스럽지만 다소 선선한 프랑스 날씨를 생각해 짐을 꾸렸건만 이상 기온으로 연일 30도를 웃돌고, 집은 아직도 못 찾았고, 한국 음식에 대한 그리움은 고작 일주일만에 한국식품점으로 달려가게 만들었다.
그리고, 내 아이들도 있으니 덜 할 줄 알았는데...내 가족이 너무 그립다.
자주 못 찾아뵈서 죄송스럽고, 연락 자주 못한 친구들에게도 미안하다. 내가 가졌던 내 생활이 그립다. 아이들과 등원하던 길, 중요한 약속에라도 늦은 듯 걸음을 재촉해서 다니던 운동. 단골 삼겹살집, 항상 밝게 웃어주던 집 앞 마트 아줌마,
살가운 딸이 되지 못한게 너무 미안하고 또 보고싶어서
"엄마, 잘 지내지..."몇 자 적다가 아차 하고 시간을 확인하니 한국 시간은 새벽 네시반이다. 혹여 메세지 알림 소리가 단잠을 깨울까봐 이내 포기했다. 한국 시간으로는 한밤이었을 시간에 한창 나금언니와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아이들 저녁을 차려줄 시간이라 대화를 이어가지 못했다. 오늘 따라 한국과 프랑스의 물리적 거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진다. 가쉽거리나 날씨등으로 시시콜콜한 생활속 대화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 뿐아니라. 내가 사는 2017년 6월 22일 9시 42분이 한국에는 23일 새벽 4시가 넘은 시간이라는 것도 어마어마하게 느껴진다. 지금 이 시각에 내가 느낀 감정을 공유 할 수 없는 것 뿐 아니라, 공유한다고 해도 내가 느낀 저녁의 감성을 똑같이 느낄 수가 없다니 같은 생에 살아도 다른 생에 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