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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리 Jun 15. 2017

나금에게 보내는 편지

프랑스에 온 지 일주일하고 하루

분명 익숙한 이 곳인데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6년간의 프랑스 생활 끝에 한국으로 이사를 오던 날도 같은 기분이었어. 분명 내 나라인데 낯선 느낌.

이 곳에 마음을 붙이고 무조건 잘 살아야 한다는 부담감 인지도 모르겠어. 행복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냥 투정 부리고 싶은 건지. 사실 오늘 아침에 협상 중이던 집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메일을 받고 나서부터 기분이 영 안 좋네. 고작 첫 번째 실패인데 너무 기대했었나 봐. 잘 될 거 같았거든. 정말 그 집이 우리 집이구나 했었어. 아담한 정원으로 뚫린 부엌과 집주인의 취향이 돋보이던 바닥 타일, 정원의 체리나무와 산딸기나무에서 여름이면 입 주변이 빨갛게 돼서 간식을 따 먹는 아이들을 상상했었는데...

두 번째로 그 집을 보러 갔을 때 아이들을 동원해 갔었는데 유난히 좋아했던 마고가 상심이 크더라고 아침부터 울고불고했어. 그 집 벽면이 노란색이었거든. 내가 더 멋진 집 찾아준다니까 그 집도 꼭 노란색이어야만 한다며 울더라고. 집 만 구해놓으면 한 숨 돌리고 조금 여유롭게 지낼 수 있었을 텐데.

하긴 집만 없는 것도 아니네 차도 없다. 프랑스는 대부분 수동기어인데 나는 오토기어를 찾고 있어. 오토기어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닌데 대부분 고급옵션이라 중고차를 찾고 있는 나에게는 참 어려운 문제다. 작은 차를 사려니 애들 데리고 주말에 여행이라도 가려면 비 좁을 것 같고, 주로 아이들 통학용이라 큰 차는 필요 없는데 주차 공간도, 도로도 한국에 비해 좁은 이 곳에 큰 차를 사고 싶지는 않고, 그렇다고 차를 두 대를 구할 수도 없고.

보다시피 우리는 작은 돈으로 가능한 만큼의 편리함과 안락함을 누리고 싶어서 발품을 팔고 있어. 다행히 시부모님 댁에 얹혀있어도 눈치 주시지 않아서 몸은 편하네. 가끔 장 보는 것을 제외하고는 우리 네 식구를 먹여 살려주고 계셔.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보태겠다니까 남편이 17살 때 독립을 했으니까 그때 못한 거 지금 해주는 거라고 마음 편히 있으라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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