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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리 Aug 23. 2017

생리컵이 두려운 당신에게

요즘 한국의 소식을 접할 때 깜짝 놀라는데 계란 파동에 이어 이번에는 생리대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되었다. 찬찬히 기사를 살펴보니 나도 구매한 적이 있는 생리대였다. 관련기사와 댓글들을 살펴보다가 생리컵 사용이 두렵다는 글 들을 보여, 생리컵 애용자로서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생리컵을 처음 접한 것은 작년 여름이었다. 20대 중반인 도련님의 집에 남편과 놀러 갔을 때이다. 잠깐 소개를 하자면 내 남동생이나 다름없는 막둥이 시동생은 게으른 구석이 있어서 어렸을 때에는 시부모님의 속을 애타게 하기도 했지만 또 영리한 면도 있어서 지금은 회계공부를 마치고 직장에 다니고 있으며, 여자 친구와 파리에서 동거 중이다. 남편과 셋이 와인 한 잔 씩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게 보여줄 게 있다더니 이상한 물건을 가지고 나왔다.


“이게 뭐야?”

시동생은 여자 친구가 쓰고 욕실에다 말려놓은 생리컵을 들고 나타났다.

처음 보는 물건의 정체를 머리를 굴리며 분석하는 동안 옆에 있던 남편이 먼저 알아맞혔고, 이어 시동생은 사용방법까지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평소 생리대와 체내형 생리대를 번갈아 쓰고 있었던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새 남편은 인터넷을 뒤져가며

“이나, 네가 평생 쓰고 버리는 생리대가 몇 톤인지 알아? 이거 쓰면 환경오염 걱정 안 해도 돼.”

“그래? 나도 써봐야겠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남편은 동네 약국으로 생리컵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곧 생리컵이 담긴 봉투를 한 손에 들고 나타났다.

약사와 상담 끝에 내 사이즈로 추정되는 생리컵을 골라왔고, 프랑스 남자 둘은 머리를 맞대고 앉아 생리컵이 왜 좋은지에 대해서 토론하고 있었다.

“상상이 되니? 생리대가 썩으려면 100년 이상이 걸려, 우리가 죽어도 네 가 평생 쓴 생리대는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알았어. 일단 한 번 써보고.”

남편이 사 온 생리컵을 핸드백 속에 챙겨 담으며 두 프랑스 남자의 생리컵 찬양론을 멈출 수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드디어 개시할 때가 되었고,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접어서 삽입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에 내게 맞는 방법을 찾았다. 결과는 대 만족이었다. 쓰레기도 나오지 않고, 냄새도 나지 않았다. 간편하고 깔끔했다.



그 뒤로 나는 생리컵 전도사를 자처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권하고 다녔다. 하지만 이외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몇 가지를 정리해 보자면.



1. 생리컵이 깊숙이 들어가서 빼내지 못하는 경우에 관한 거였는데 여자의 자궁은 망망대해가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 혹시 깊숙이 들어가더라도 살짝 힘을 주면 금방 손에 닿을 수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2. 손으로 넣고 빼야 한다는 점. 본인 신체의 일부분을  만지기를 꺼려하는 소녀감성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생리컵을 넣고 빼는 과정에서 생리혈이 손에 묻는 것도 피할 수는 없지만 생리컵이 가져다주는 장점들을 생각하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부분이다.



3. 외부 화장실 사용 문제. 물 한 병과 물티슈면 걱정 없다.



4. 사용해 봤는데 아프다? 체내형 생리대와 마찬가지다. 삽입이 완벽하게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또한 삽입하고 빼는 과정에서 온 몸에 힘을 잔뜩 주고 긴장을 하고 있으면 아프고 안 들어간다. 릴랙스~

그래도 아프다면 한 치수 작은 사이즈를 권장한다.



이번 생리대 사건을 계기로 생리컵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쓰레기도 줄고, 가정경제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리대 하나도 깨끗하고 올바르게 만들어 주지 않아 소비자를 불안에 떨게 하는 못된 기업들이 이익을 얻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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