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좋은 연극 한 편을 보았다.
이름하야 <토일릿 피플>
탈북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듯 하지만, 실제로는 사회의 부조리, 소외된 사람들의 아픔, 무책임한 정부관료들과 언론, 제도의 불합리와 남한사회의 불합리성을 꼬집고 풍자하는 내용이다. 변기를 타고 북한을 탈출했다는 설정은 가정이지만, 원래 사회는 현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은 만큼 비상식적이라 한편으론 토일릿 보트가 현실처럼 느껴진다. 북한체제 전복을 위한 대량학살 프로젝트였다는 이야기조차 현실이라고 믿고 싶을 만큼.
시작 5분 만에 울컥하기 시작해서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집중해서 보았다. 극의 메세지는 무겁고 사회에 대한 엄중한 경고들로 가득했지만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재미없지도 않았다. 웃기지만 의미를 곱씹게 되는 블랙코미디가 순간순간 튀어나올 때는 '이 시나리오 참 잘 썼다' 하고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연극은 기존 사회 시스템의 불합리성 때문에 상처받고 좌절하는 수 많은 한결이들을 되뇌이게 만들었다. 도움을 받아야할 대상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해답보다는 지원 사업 자체에 목적을 두는 답답한 현실은 도처에 널려있고, 상처받은 이에게 또다시 상처가 가중되는 악순환은 되풀이 된다. 그 상처의 깊이는 결국 개인의 몫이며 소외된 개인은 철저히 버려지는 잔인한 게임이 벌어지는 곳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극이 끝나고 나름 각성이 된 상태로 극장을 나왔는데, 부조리한 현실을 가볍게 다룰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무거울 필요도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아,주인공을 연기한 사람이 아는 오빠인데 연극에 몰입하고 그 감정을 어찌 처리하는지 걱정이 되었다.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텐데 감당해내는 그가 참 대단하다!
오늘이 마지막 공연 날 이었는데, 이 작품이 또 무대에 오르길 기대해본다!!
작품 정보
<토일릿 피플>
공연단체 : 극단 작은 신화
작가 : 이여진
연출 : 최용훈
2016 공연예술창작산실 대본공모 선정작
2016 공연예술창작산실 우수작품제작 지원 선정
2017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레퍼토리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