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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리 Jul 05. 2017

나에게 감탄하기 연습

걸음마 떼는 딸아이를 보면서

딸아이가 걷기 시작했다. 

첫날에는 한걸음 떼고 주저앉고 또 한걸음 떼고 주저앉았다. 그게 어느새 두 걸음으로 늘었고 세 걸음 걷고 나면 부여잡을 소파가 있는 거리에서 후다닥 걷고 멈추더니만 이젠 계속 걷는다.

 


기어 다니던 것이 둘과 이틀 전인데 오늘은 100% 걸음마다.


아이가 말을 했다면 "내가 걷기 시작했는데 더 이상 기는 것 따윈 하지 않겠어요."라고 했을만한 기세다.


아직 능숙하지 않은 걸음이라 엉거주춤 흔들거리기도 하고 엉덩방아도 자주 찧는 바람에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은 불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리를 펴고 꿋꿋이 걷는 모습이 용하다.


아이의 모습이 너무 예뻐서일까. 걸음마하는 딸아이 안에 자꾸 나를 투영하게 된다. 지금 아이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두 다리에 단단히 들어간 힘이 충분히 강하다고 느낄까? 무릎에 의지에 걸을 때보다 더 자유로운 기분일까. 그래서 자신감에 충만한 상태인 것 같기도 하다!


딸아이가 스스로의 걸음마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면 옆에 있던 나는 어떻게 반응을 해주어야 엄마로서 훌륭한 역할을 해주는 것일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같이 웃어줄까? 잘했다고 칭찬해주어야 하겠지!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딸아이의 신이 난 감탄 소리를 따라갈 수가 없다. 정말 신이 나서 죽겠다는 듯한 표정을 따라갈 수가 없다.


바닥을 기면서 보던 세상과 걸으면서 보는 세상은 다를 것이다. 아이는 매일같이 탐색하고 새로하는 경험에 스스로 감탄을 하고 있다. 처음 다섯 발자국을 걸은 순간 신이 나서 박수를 쳐댔는데 그 순간이 얼마나 짜릿했는지 두 팔을 위아래로 휘저으며 즐거워 못 견디겠다는 듯 까르르르 웃어댔다. 저 작은 아이도 성취감에 희열을 느끼고 있다니 놀랍기도 하고 그 기쁨에 넘치는 순간을 매일같이 목격하는 시간들이 목메도록 감사하다.


나이를 먹고 익숙하게 잘 하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스스로에게 감탄하는 시간들이 적어지고 있다. 스스로에게 감탄해 본 기억이 언제인지 기억에서 찾아보려 하는데 잘 없다. 그보다는 부족함과 개선해야 할 단점에 집중하고 노력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분명 어려서는 누구나 당연하게 하는 걷기조차도  신기하고 세상을 다 가진 듯 황홀한 일이라고 여기며 스스로에게 감탄했을 텐데. 우린 언제부터 스스로에 대한 감탄을 멈추게 되었을까. 칭찬과 감탄보다는 질책과 지적질, 남과의 비교를 하는데 익숙한 세상살이를 하는 엄마가 티 없이 순수하게 스스로에게 기뻐하는 딸을 바라보며 예상치 못한 깨달음을 얻고 있다.

 

나에게 감탄해야겠다! 딸아이의 행복을 온전히 이해하고 나누기 위해서라도 난 나에게 감탄해야겠다. 남들이 뭘 어떻게 하고 사는지 어떤 속도로 나아가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이 순간 내 인생이 충분히 황홀하고 행복하다. 내가 할 줄 아는 게 얼마나 많은지 뒤돌아보면서 새삼 내가 참 자랑스럽다. 아, 이 기분이구나! 지금이다. 딸아이와 손뼉 치며 한바탕 웃어야겠다. 까르르~~!!

신이 나서 못살겠다는 듯이 마음껏

까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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