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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리 Aug 23. 2017

'열린 마음'이 주는 행복

나의 프랑스 남편과 함께 하는 일상

지금으로부터 2주쯤 되었을까. 셋째를 임신하고 얼마 되지 않아 우리 부부는 아이의 성별이 무엇일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딸일까 아들일까? 이런저런 가능성에 대해서 점치던 남편 쟝이 말했다.


"이미 아들 딸 하나씩 있으니까 뭐가 되던 상관없어."


그의 말을 들은 나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내심 기쁨을 감추지 못해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지금 우리에게는 아들 훈이와 딸 애나가 있다. 내가 전남편과의 결혼에서 얻은 아들 훈이 그리고 쟝과의 결혼에서 얻은 딸 애나. 엄밀히 말하면 그의 피가 섞인 자식은 아직 애나 하나뿐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아들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할 법한데, 그는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훈이는 이미 그의 삶 속에 완벽하게 아들로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남편의 사고와 그와 함께 나누는 대화 속에서 내가 느끼는 편안함을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사실 쟝이 '나 닮은 아들 하나 갖고 싶어.'라고 말해도 십분 이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훈이를 온전히 아들로 받아들인 그는 늘 자신에게 이미 아들이 하나 있음을 전제로 삶을 산다. 그런 그의 곁에 있는 나의 마음은 지극히 평화롭고, 그에게 보호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쟝이 나의 삶을 통째로 흡수한 채 살아가고 있으며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에 느끼는 행복감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이런 대화를 나누며 행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쟝을 만나기 전의 내 과거는 상처 입은 모난 흉터였기 때문이다. 가리거나 없앴으면 좋겠는데 절대 사라지지 않는 그런 존재. 야속하게도 세상은 내 흉터를 지속적으로 각인시켰다. '이혼하고 애까지 있다고? 어휴, 못났네. 그러니까 넌 남들처럼 행복하려고 꿈도 꾸지 마. 절대 그 이상은 바라지도 마.'라고 말하는 듯이. 그것은 지독히도 잔인했지만, 세상은 아주 냉정하게 반복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당시 만났던 연인을 통해서, 혹은 가족, 혹은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타인을 통해서.


그렇게 아프고 지울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나의 흉터를 말끔히 지워버린 것이 바로 쟝의 '열린 마음'이었다. 그에게는 '이렇게 살아야만 해, 모름지기 사람이란 이래야만 해' 하고 정해놓은 고리타분한 원칙이란 게 없는 듯했다. 삶이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는 법. 다만 살면서 중요한 가치는 내 여자가 아들이 있다는 사실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함께 즐겁게 사는 법을 모색하는 거라는 걸, 이 남자는 자신의 인생을 바쳐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부단히 애를 쓰는 것도 아니다. 그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행복과 기쁨에 집중하며 한 발 한 발 내딛을 뿐, 나와 아이들은 쟝의 손을 잡고 앞으로 함께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쟝이 지치면 이번엔 내가 조금 더 그를 끌어주고, 아이들은 웃음으로 엄마 아빠 힘을 내라고 응원해주고. 그 가운데 우린 어느새 완벽한 한 가족이 된다. 쟝이라는 아빠와 아들 훈이, 딸 애나 그리고 엄마인 나, 나금. 

이만하면 내 삶도 나름 완벽한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통과 아픔이 가득한 세상살이에서 이 정도 행복이면 내심 자랑할 만하지 않은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과거는 아팠지만 덕분에 지금 나에게 주어진 평화가 가장 필요한 행복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내 삶에 필요한 기쁨을 온전히 누리며 살고 있는 지금, 나에게는 누구보다도 완벽한 마음을 지닌 나의 남편과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있어서 행복으로 넘치는 삶을 살 수 있음이 가슴 깊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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