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우리 Sep 04. 2017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외모에 대한 생각 바꾸기

둘째를 출산하고 반년이 지난 어느 날 양치를 하다가 거울을 보았다. 순간 내 앞니가 벌어졌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다. 얼굴에서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 코도 눈도 아니고 오직 치열이었기 때문에 그 충격은 더 컸다. 스케일링을 하러 치과에 간 김에 앞니가 벌어진 원인이 무엇인지 물었다.


"보통 출산을 하거나 나이가 들면 잇몸이 약해지거든요. 그래서 앞니가 벌어지신 경우예요."


나이가 들면서 이를 잡고 있는 잇몸이 약해질 테니 앞으로 이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많다는 이야기였다. 아직은 교정을 할 정도의 단계는 아니지만 미래에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과 몇 가지 교정 방법에 대한 설명, 그리고 어떤 방법도 영구적이지는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왔다.


앞니가 벌어진 경우 복이 나간다, 돈이 샌다고들 말한다. 때문에 주변에서도 앞니 교정을 한 경우를 많이 보았다. '정말 돈이 나가게 생겼구나'하고 생각하니 기분이 언짢았고, 미관상 좋지 않다고 생각하니 우울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남편이 말했다.


"자기야 우리 딸 앞니가 벌어지려나 봐~~ 에구 귀여워! dent du bonheur(행복의 이빨)이다!!"


빼꼼히 나온 딸아이의 앞니 두 개가 벌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중에 교정해야겠다. 이는 자기 닮았나 봐."

"애나 앞니는 귀여운데? 잘 어울리잖아! 프랑스에서는 '행복의 이빨'이라고 그래. 그리고 내 뻐드렁니는 개성이거든!"

"한국에서는 복이 나간다고 하는데...."


벌어진 앞니를 갖고 행복의 이빨이라고 한다니, 정말 그런 걸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그리고 프랑스에서 휴가를 보내던 어느 날, 잡지를 뒤적이다가 한 모델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녀는 벌어진 앞니를 환하게 웃으며 속옷을 광고하고 있었다. 한국 같으면 교정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쟝에게 보여주었더니 이 모델은 많이 벌어진 경우 같고 벌어진 앞니를 가졌다고 해서 다 예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서 교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잘 어울린다면 그건 개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글에 'dent du bonheur'이라고 넣고 검색을 하자 벌어진 이를 환히 보이며 웃는 사람들의 사진이 화면에 떴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바네사 파라디.




프랑스의 대표적인 샹송 가수이자 배우, 조니 뎁의 전부인, 그리고 무엇보다 샤넬의 뮤즈로 알려진 그녀 역시 벌어진 앞니가 도드라지는 사람이다. 어릴 적 그녀는 앞니가 부끄러워 잘 웃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앞니는 매력포인트가 되어버렸다.


'내 벌어진 앞니도 개성이 될 수 있을까?'


이를 계기로 내 앞니에 대한 생각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다. 나에게는 다른 매력이 더 많으니까 개의치 말자하고 자신감을 가져보기도 하고 쟝과 외모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그 가운데 알게 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쟝의 어릴 적 콤플렉스가 '높은 코'였다는 점이었다. 콧대를 잘라내는 수술을 하고 싶을 정도로 높은 코가 싫었고 작고 귀여운 코가 예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실제로 서양에서는 콧대를 낮추는 성형수술을 하기도 한다.


"높은 코를 선호하는 동양인들에게는 부럽기만 한 일인데!"


우리 딸 애나는 엄마로부터 동양적인 눈을 이어받아 누가 봐도 혼혈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세히 뜯어보면 얼굴형과 콧대에서 아빠의 흔적이 묻어 나오는데, 얼핏 보면 영락없는 동양 아기다. 쟝을 닮아 크고 깊은 쌍꺼풀을 닮았으면 했건만 아쉽게도 내 유전자가 힘이 더 센 모양이다. 친정엄마 역시 "애나는 너무 예쁜데 눈이 조금 작네."라고 하셨었다. 우리 엄마 욕심도 크시지.

그런 애나의 눈을 보며 쟝은 완벽하다고 이야기한다. 서양인인 그의 생각으로는 옆으로 째진 동양인의 눈이 너무나도 이국적이고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한다. 실제로 프랑스에서 애나를 보고 예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미의 관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나의 생각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다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접하면서 나의 인식이 자극을 받고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모는 자존감이 되기도 하고, 성격 형성, 대인관계 등 많은 부분에서 영향을 미치기에 인생의 중요한 요소다. 나 역시 아름다운 외모를 가꾸는 것을 좋아하고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건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서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기준'을 갖고 사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게 되었다. 세상에 절대적인 미의 기준이란 없는데, 어쩌면 사람들은 가지지 못한 부분에 대한 결핍 덕분에 남이 가진 아름다움을 더 추구하고 부러워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결론은, 점점 벌어지는 앞니에 대한 걱정이 정말로 말끔히 사라졌다. 언젠가 기능상의 문제를 핑계로 교정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당장 하던 고민들-언제 어떤 교정법을 선택해야 할까, 비용은 얼마나 들까, 반복적으로 시술해야 할까-을 멈추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내 벌어진 앞니는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쓰디썼던 인생을 다시 쓰는 나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