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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리 Mar 08. 2018

늘어지고 울퉁불퉁해도 나는 아름답다

세 번째 출산을 앞두고.. 내 몸에 대한 각오

벌써 세 번째다. 배가 이렇게 터질 듯이 불러온 것이. 막달이 되면 가만히 서 있는 모습조차 부담스러울 정도로 배가 커진다. 서서 아래로 고개를 숙여도 내 발을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다. 발톱 깎는 것도 힘들어서 그냥 잊고 지낸다. 그러다가 신발에 엄지발톱이 닿아서 아프다 싶을 때가 되어서야 어렵사리 발톱을 깎을 생각을 하고 그마저도 남편에게 부탁해야 해결이 된다.


배 주변의 피부는 터서 하얀 지렁이처럼 구불구불한 길이 난지 오래다. 사람마다 튼살이 생기는 부위나 정도가 다른데, 나 같은 경우 특히 배보다 허벅지 양옆이 많이 텄다. 처음 임신했을 때는 살이 거의 트지 않아서 안심했었는데 둘째 이후부터 급속도로 터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가 이내 마음을 내려놓았다. 어디가 텄는지 확인하는 행위도 부질없고 튼살 크림이 있지만 발라도 소용이 없는 것 같아 보습용으로나 가끔 쓰게 되었다. 게다가 배꼽은 올챙이처럼 불룩 튀어나와있어 상당히 우스꽝스럽다. 본래 안으로 쏙 들어가 있어야 하는 부위가 반대방향으로 툭 튀어나올 정도로 배가 불렀다는 뜻이다. 그냥 부른 게 아니라 터질 듯이 불렀다. 그러한 와중에 내 몸에 마음 쓰면 무얼 할까 싶어서 일종의 '포기'라는 걸 해버렸다.


실제로 이렇게 예쁜 배는 흔치 않을 걸?



이렇게 몸이 변화할 때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이 있으니 바로 남편이라는 존재다. 내 터진 살들과 뭉툭하여진 보디 라인을 보고도 변함없이 날 사랑해줄까? 어떤 기분으로 내 몸을 바라볼까? 그의 사랑만 한결같다면 내 몸에 새겨진 흠이야 용납할 수가 있을 것 같은데. 다행히 쟝은 단 한 번도 내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이 없었다. 오히려 '자기는 임신한 몸이 너무 잘 어울려! 너무 예뻐~'하고 발랄하게 칭찬을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럼~ 난 임신해도 예뻐!'라고 생각하게 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자학하거나 우울해하 않을 정도의 효과는 있다.


엄마가 되면서 몸에 관하여 스스로 다짐한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섹시한 몸매를 유지하자는 것이었다. '육아가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꾸준히 운동하고 애플힙을 만들자!!' 나하고 하는 약속이지만 가장 지키기 어려운 약속이기도 했다. 이 몸 하나 움직여 땀을 내고 근육을 만드는 일이 어찌나 힘겨운지. 육아는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소진시키고, 아이를 재우고 나면 쓰러져자거나 누워서 쉬고 싶기만 하다. 그 와중에 시간을 내어 운동을 한다는 건 엄청난 각오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것도 임신과 출산으로 망가진 몸을 일으켜 세워야만 한다. 정말이지 엄마이면서 몸짱인 여성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존경과 찬사가 절로 간다.


한 번 불렀던 배는 금새 늘어난다. 두번째 임신 5개월



그래도 첫 출산 이후에는 나름 몸매 관리를 잘했고, 어디 가서 주눅 늘지 않을 정도의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시 몸을 만들기가 꽤나 힘들 것이다. 비유하자면 몸이 풍선처럼 크게 부풀었다가 바람이 빠진 꼴인데 그것을 세 번이나 반복했으니... 아... 출산 후의 내 몸을 상상하면 참담하다. 아이를 낳은 직후의 배는 결코 예쁘지 않다. 아이와 태반, 양수만 쏙 빠져나갈 뿐 늘어져있을 것이고, 근육이란 찾아보기 힘든 살덩어리만 모여있겠지. 음... 잠시 고 싶다.



그 모습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산후 우울증이 몰려올지도 모른다. 욕심을 버리고 장거리 레이스를 하듯 조금씩 몸을 추스르고 만들어가는 여정을 계획해본다. 비록 튼살과 모양이 우스꽝스럽게 변해버린 배꼽을 장착했지만, 대신 근육이 자리 잡은 엉덩이와 팔을 뽐내는 몸을 만들어봐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반복해서 이야기하지만,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 게 인생이고 내 몸 또한 완벽할 수는 없다. 본래의 모습으로 회복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마음을 내려놓는 대신, 내가 노력해서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기로 했다.


조금 울퉁불퉁해도 멋스러운 몸, 완벽하지 않기에 특별한 몸을 만들어봐야겠다. 1년 뒤에는 "나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운동해서 건강해졌고, 더 아름다워졌어"라고 주변에 자랑도 해봐야겠다. 결국은 망가진 몸매 덕분에 예쁜 아이들의 엄마가 되었고 더 아름다운 삶을 살게 되었으니 너무나 행복하다고. 그렇게 엄마가 된 내 몸을 예찬하고, 자신감에 넘치는 아름다운 엄마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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