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하루는 생각보다 불안하지 않았다.
아침에 창 너머로 눈이 오는 모습이 보였다.
신기해서 뚫어져라 쳐다봤다.
일본에 와서 눈이 왔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처음으로 눈발이 휘날리는 것을 보았다.
현관문을 열고 휘날리는 눈발을 보는 순간
춥다는 생각보다 시원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눈은 세상을 뒤덮을 용기가 있는 것처럼
소중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품은 것처럼
땅에 닿으면 영영 사라진다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자신 있게 그리고 강하게 휘날렸다.
스쳐가는 눈은 언제 찾아왔었냐는 듯 사라지지만
꾸준히 내리는 눈은 어딘가에 쌓여 흔적을 남긴다.
어쩌면 스쳐가는 눈 또한
그 순간을 바라본 사람들에게 남겨준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싶다.
눈앞에서 확신을 가지고 내려준 눈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보다는 현재를 살아내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현재의 귀찮음보다는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는 것을
흩날리는 눈발처럼 꾸준히 쌓아가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며 활기찬 시원함을 불어주었다.
또한 스쳐가는 눈이 누군가의 시선 끝에 닿아 남겨주었을 감정들을 생각해 보면
지금의 선택이 맞는 것일까, 이게 맞는 방법일까, 잘살고 있는 걸까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걱정했던 마음이
오늘 살아낸 하루가 언젠가는 또 어딘가에서는 피어날 것이라는 작은 안심으로 바뀐다.
스쳐가는 오늘은 어딘가에서 피어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