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하는 비즈니스와 인생을 위한 33가지 전략) 전쟁의 기술 - 로버트 그린/안진환,이수경/웅진지식하우스
흔히 인생을 전쟁에 비유한다. 그리고 지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보다 열심히 살아야 하고, 가열차게 투쟁을 해야 하며,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을 한다.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인생이 정말 전쟁처럼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라면 사람으로 태어난 것은 얼마나 불행한 것일까?
흔히 약육강식의 세계라 불리는 동물들의 삶에서는 먹고 먹히는 관계가 비교적 명확하다. 대체로 초식동물들은 연약하고 순하며 육식동물들의 먹이가 된다.
그들도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하지만 먹이사슬 전체를 놓고 보면 순탄하게 그 순환구조가 유지된다.
초식동물들은 풀을 뜯으며 그들에게 미안함을 느끼지 않고, 육식동물 역시 자신의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사냥을 한다.
그뿐이다. 동물들은 언제나 생존을 위해 먹이를 찾는다. 자신의 배가 부르면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또한 인간 이외에는 자신이 속한 종을 살육하는 동물은 없다. (물론 예외가 있다고 하기는 하지만 그 역시 생존을 위한 먹잇감으로만 살육을 할 뿐일 것이다.)
인간은 어떤가?
인간의 역사, 문명이라고 부르는 인류의 역사는 같은 종끼리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인간끼리의 전쟁은 얼마나 무모한가?
삼국지와 같은 책들을 펼쳐보면 시체가 들판에 쌓여 뫼를 이루고, 피가 강이 되어 흐른다는 식의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피비린내가 코를 찌른다거나, 시체 썩는 냄새가 사방에 진동한다는 따위의 표현도 빠지지 않는다.
그렇게 동종끼리 죽이고 죽이는 전투를 벌여서 얻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역사 속의 전쟁은 대부분 땅따먹기 놀이에 다름없었다.
다스리는 영토를 늘리기 위해, 즉 내 것을 더 갖기 위해 싸우는 것이다.
게다가 인간의 능력은 점점 발전하여 전쟁에서 이기는 갖가지 방법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가장 유명한 전쟁 필독서라고 불리는 손자병법은 오랜 역사 속에서도 여전히 가장 뛰어난 전략 지침서라고 한다.
이 이외에도 무수히 많은 수의 “성공적으로 전쟁을 치르는 방법”에 대한 기록들이 남아있다.
이 책, 전쟁의 기술은 제법 두툼한 책이다.
내가 이 책을 구입한 것은 몇 년 전, 누군가의 추천에 의해서이다.
언젠가 다른 책의 리뷰에 “책을 읽는 데에는 시기와 궁합이 따로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했었다.
이 책 역시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사서 몇 번이고 읽기 위해 책을 펼쳤었다. 참 신기하게도 이 책은 앞 부분 몇 장을 읽고 나면 도로 덮어서 책꽂이에 꼽기 일쑤였다.
다른 책에 비해 활자도 작고 빽빽한 데다가 중간중간에 책의 펼침면 쪽에 다른 색으로 인용 구절을 제법 길게 달아두기도 했다.
나는 책을 읽을 때는 그냥 페이지를 넘겨가며 본문 내용을 꼼꼼히 읽는 편이다.
그런데 두세 장도 넘기기 전에 인용 구절이 등장하다 보니 본문 내용에 몰입하기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번에 이 책을 펼치면서도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을지 자신하지 못했다.
‘읽다가 질리면 또 책장에 꼽아두면 되지 뭐...’하는 가벼운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아마 이번이 적어도 다섯 번 내지는 여섯 번째 도전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비교적 양호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예전에는 글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지루했었는데, 이번에는 제법 잘 읽힌다.
나는 보통 책을 한 권 잡으면 아무리 길어야 일주일을 넘기지 않는 편이다. 소설 같은 가벼운 읽을거리는 서너 시간이면 끝내기도 하니까 책 읽는 속도가 그다지 느린 편은 아니다.
그런데 이 책은 거의 한 달 가까이 걸렸다.
이번에도 이 책이 그다지 잘 넘어가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이번에는 그래도 이 책을 다 읽는 데에 성공을 했네.’
이 책은 비즈니스 맨, 그리고 인생을 전략적으로 승리하며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목차를 보면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 자기 준비의 기술
2. 조식의 기술
3. 방어의 기술
4. 공격의 기술
5. 모략의 기술
우리는 흔히 남을 속이는 행위를 ‘양심을 속이는 행위’라고 생각하고 주저하게 된다. 그리고 적어도 상대방과 싸우게 되었을 때는 정정당당하게 앞에서 마주 보고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약간 껄끄러운 느낌을 가졌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전쟁은 정정당당한 승부를 겨루는 것이 아니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따라서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속이기도 해야 하고, 중상모략도 해야 하며 상대방의 약을 올려서 판단을 흐리게 만들기도 해야 한다.
이 책 중간쯤에 이런 내용이 있다.
“어차피 인간관계는 상대방에게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것이다. 그것이 돈이 되었든, 사랑이 되었든 또 다른 어떤 것이 되었든 말이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방을 설득할 수도 있고, 무릎 꿇고 빌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용납이 되는데, 왜 상대방을 속이거나 기만하는 것은 안 된다는 말인가?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내가 설령 상대방을 진심으로 대한다고 해서 상대방도 나에게 똑같이 대하리라는 보장은 없는 것 아닌가? “
처음 이 내용을 읽었을 때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골탕을 먹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그런 골탕을 먹는 것이 그냥 몇 시간의 시간 낭비로 끝나거나 몇 푼의 금전적 피해로 끝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재판정까지 끌려간 적도 있었고, 중요한 프로젝트를 망친 적도 있었으며 다른 사람들과의 인간관계에서 곤란함을 겪었던 적도 부지기수였다.
그렇다면 내가 아무리 진심으로 대한다고 해도 상대까지 그러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위의 글은 맞는 말이 된다.
이 책에서는 위의 내용 다음에 이런 말도 달아두었다.
“설령, 시간이 지나고 보니 상대방이 정말 내게 진정을 갖고 있었고 내가 상대에게 피해를 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때 가서 사과를 하고 정당한 보상을 해주면 된다. 내가 당하느냐 상대가 당하느냐의 싸움이라면 결코 물러서서는 안 된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인간관계를 너무 적대적 관계로 몰고 가는 것 아닌가 싶어서이다.
나 이외의 모든 사람은 일단 적으로 간주하고 상대하는 것이 “전쟁”의 기본 전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 취향에는 그다지 맞지 않는 내용이긴 하다.
하지만 만일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이런 작전이 필요한 업무라면, 그래서 무수히 많은 가정을 세우고 상대의 수를 읽어가며 일 처리를 해야만 하는 치열한 비즈니스 현장이라면 이 책은 분명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책이 마음에 드는 또 한 가지는 정말 많은 사례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전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명한 사건과 인물들 - 나폴레옹, 알렉산더, 맥아더..., 트로이의 전쟁, 이라크 전, 911 테러까지 -을 소개하면서 각각의 경우가 주는 교훈을 꼼꼼히 짚어 준다는 점이다.
물론 단순히 전쟁에서만 사례를 꼽고 있지는 않다.
영화감독 히치콕, 할리우드의 여배우, 예술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사례도 등장시킨다.
전쟁이라는 것이 단순하게 무기를 갖추고 나가서 서로 마주 보고 싸우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작가는 영화를 제작하는 현장, 예술가가 자신의 예술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를 큰 의미에서 전쟁으로 본 것이다.
[자, 내일은 또 내일의 전쟁이 시작되리니...]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읽고 책을 덮으면서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