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가미 일족 / 요코미조 세이시 / 정명원 / 시공사
추리소설은 언제나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한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 읽었던 추리소설들은 주로 ‘셜록 홈즈’나 ‘괴도 루팡’이었다. 누구나 그랬듯이 홈즈와 루팡의 대결이라면 누가 이길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말이다.
그러다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도 만나게 되고,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도 만나게 되고...
내게 있어서 추리소설은 둘로 나뉘는 것 같다.
우선, 처음부터 범인이고 뭐고 다 드러내고 이야기를 하는 것. 이 경우는 대체로 범인과 피해자, 혹은 탐정이나 경찰과의 심리싸움이 주된 이야기이다.
다음은 일단 피해현장 보여주고, 절대로 외부에서 침입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을 강조하는 일종의 ‘밀실 살인’과 같은 류의 이야기.
이런 경우, 나는 문제 해결을 위해 뛰는 탐정이 되어 주어진 정보 속에서 어떻게든 해결해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두 번째 이야기의 경우는 간혹 저자가 핵심적인 정보를 감추어서 골탕을 먹이거나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 혹은 결코 쉽지 않은 경우를 상정해서 어이없게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독자의 상상력이 갖고 있는 허점을 명확하게 꿰뚫는 기가 막힌 작품들도 있지만 말이다.
이누가미 일족은 일본 내에서는 꽤나 유명한, 추리소설의 고전에 속하는 작품인가 보다.
영화로 세 번, 드라마로 다섯 번이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하니 말이다.
간단하게 줄거리를 보자면...
이누가미 사헤라는 엄청난 부를 소유한 노인이 죽으면서 그 집안의 유산을 둘러싼 갈등을 가져온다.
젊은 시절, 은사였던 분의 손녀를 거두어 기르고 있던 이누가미 사헤는 집안의 아들 셋 중에서 이 손녀, 다마요와 결혼하는 사람에게 유산의 대부분을 물려준다는 유서를 남기고, 그 유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살인사건이 주를 이룬다.
아들 셋이 <요키, 고토, 기쿠> (도끼, 거문고, 국화)라는 가문의 상징을 이용한 기묘한 죽음을 당하게 되는 이야기.
추리소설에서는 항상 뛰어난 문제 해결사가 등장하게 된다. 그리고 그 문제 해결사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일어난 사건을 정리하거나 해석하는 역할만을 담당하게 된다.
이 책에서도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인물이 그런 역할을 맞는다.
다분히 ‘형사 콜롬보’를 연상케 하는 외모와 버릇-별로 깔끔하지 못한-을 갖고 있지만 명석한 두뇌를 소유하고 대단한 해결 능력을 발휘하는 사설탐정이다.
아쉬운 점은 이런 뛰어난 해결사가 이 책에서는 항상 뒷북만 치고 다닌다는 점이다. 무언가 알아내고 달려가 보면 일은 벌어진 다음이었다던가 하는 식으로...
이 책은 발표된 지 꽤 오래된 책이라고 한다.
1950년부터 1년간 잡지에 연재된 작품이라는 내용이 책의 뒤편 해설 부분에 적혀있다.
그래서인지 대화체나 문장이 복고풍의 단어와 내용이 많다. 이는 아마 번역을 한 [정명원]이라는 역자가 충분히 원저의 느낌을 살리고자 그렇게 번역한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그로 인해 오래된 작품을 읽는다는 기분을 충분히 전하고 있다.
잘 짜인 소설, 하지만 앞서 말한 몇 가지 부분에서 아쉬움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장점은, 일단 책장이 너무도 잘 넘어간다는 것!
오랜만에 읽어본 추리소설이다.
앞으로 추리소설도 종종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