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미래 - 인구학이 말하는 10년 후 한국 그리고 생존전략
조영태 (지은이) | (주)북스톤 | 2016-09-30
우선 밝히지만, 이 책은 출판사에서 보내온 책이다. “정해진 미래”라는 제목이 다소 암울한 느낌도 들고, 호기심을 불러서 받아들었다.
이 책은 조영태라는 인구학자가 쓴 우리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인구학이라는 학문이라는 게 있다는 것조차 몰랐던 나는 인구학자가 들려주는 우리나라의 2~30년 뒤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에 무척 놀랐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초저출산국이 되었다고 한다.
책에서도 언급을 하지만, 예전에는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할 정도로 학교의 학생 과밀은 심각한 문제였다.
생각해보니 나 역시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는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뉘어 학교를 다녔고 한 반에 60명이 넘었으며 한 학년에는 적어도 15반 이상이 있었다.
내 졸업앨범을 들여다보니 6학년 때 우리 반 학생 수는 62명이었고, 우리 학교는 18반까지 있었다.
내 딸이 초등학생이 되고 보니 한 반에 25명 정도란다. 한 학년은 4개 반을 넘지 않는데, 딸아이가 5학년 때였나? 그 때 입학한 신입생은 모집 정원에서 심각한 수준으로 미달이었다고 했다.
내 딸이 고등학생이 된 지금도 역시 한 반이 30명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어린아이들이 줄어든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물론 본격적으로 자료를 찾아들고 심각하게 고민을 하면 어느 정도 유추는 가능하겠지만 먹고 살기 바쁜데 그런 걸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 책이 마음에 드는 건 바로 이런 궁금증을 꼼꼼하게 해결해준다는 점이었다.
2002년부터 우리나라는 초저출산국가가 되었고, 이들이 대학에 들어가게 되는 몇 년 후면 대한민국에서 예상보다 많은 수의 대학이 문을 닫아야 할 것이며,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한다. 아직은 경제력이 높지 않은 상황이라 사회적으로 실감하지 못하지만 이들이 성인이 되고 나면 그 뒤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에 큰 충격을 가져 올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이 책 초반부의 한 꼭지 제목은 “그나저나 군대는 누가 채우지?”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군대조차 제대로 운영하기 어려울지 모른다는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사실 또 하나...
나도 기억하는 그 유명한 구호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나중에는 이렇게 바뀌었다. "둘도 많다." ”한집 건너 하나“
어머니께서는 이렇게 기억하신다. “하나 둘 낳다 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
이렇게 강력하게 펼친 산아제한 정책이 외국에서는 성공적인 가족계획 사례로 꼽힌단다. 실제 그런가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대한민국은 산아제한을 펼쳤다. 그리고 몇 년 뒤 급격하게 발전해서 잘 살고 있다.’라는 이유로...
이 책에서는 지금과 비교했을 때 ‘작은 나라’가 되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성공적인 작은 나라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을 하고 끝맺음을 한다.
개인적으로는 분량을 조금 더 늘리거나 1, 2권으로 나누어서 심도 깊은 이야기를 해도 좋았을 것 같다.
모르던 ‘인구학’이라는 학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도 의미 있고 요즘 한참 말이 많은 출산율 제고가 왜 이렇게 심각하게 떠들어야 하는 문제인지 잘 짚은 책이다.
단순히 복지 차원이 아니라 사회투자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무척 공감이 됐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복지를 말하면 사상을 검증하자고 덤벼드는 나라 아닌가? 이런 나라에서 복지의 대안으로 사회투자를 제시했다는 건 무척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한숨 나오는 걱정은...
나라를 운영하는 그들이 정말 이렇게 미래를 바라보는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을까 하는 점이다. 내 새끼가 살아야 하는 대한민국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며 옮겨 적은 문장 몇 개...
30P
상업하는 사람에게는 사람이 중요하고 농업하는 사람에게는 땅이 중요한 입장 차를 볼 수 있어 흥미롭기도 하다. 생산의 주체가 사람의 손이면 사람이 많아야 하고, 땅이면 땅이 넓어야 하는 것.
- 결국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 안에서 모든 걸 판단하게 된다는 이야기 아닐까? 하긴 나도 강의를 30년 가까이 하다 보니 몇 명 앞에 두고 앉으면 자연스레 강의하는 것처럼 말투가 바뀌니까...
32P
인구는 통제의 대상이라는 인식에 민족주의가 결합돼 순수 독일 혈통만 남기고 다 없애려 하지 않았는가. 그가 자행한 홀로코스트도 말하자면 앙성제어인 셈이다.
- 우리나라라고 별 수 있었겠는가? 삼청교육대도 그렇고 소록도도 그렇고... 무수히 많은 시설에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격리하고 통제했으니 말이다.
59P
심지어 학력이 높으면 소득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래 살기까지 한다. 개인의 건강간리는 타고난 체질뿐 아니라 건강에 관한 지식과 삶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것이 상당부분 교육에서 비롯된 때문이다. 막연한 추측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긴 하다. 아는 게 많으니 그만큼 잘 챙기기는 하겠지.
225P
전 세계적으로 볼 때 가족계획은 유색인종 국가에서 주로 시행되었다. 가족계획 아이디어가 실행되기 시작한 1960년대에 백인들의 출산율은 이미 낮아지고 있었기에 굳이 산아제한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것. 백인들은 그 전에 이미 낳을 만큼 다 낳았고, 그러고는 인구가 많다며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에 가족계획을 강요한 셈이다.
- 결국 지금 이 세상은 백인들이 훨씬 많은 기득권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다는 말이겠지?
233p
정부가 근본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한 채 단기처방에 급급하다 보니 여전히 젊은 사람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남는 장사’라 생각한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많이 낳는 것이 좋다. 훗날 옆집 아이들의 세금으로 내가 부양받아야 하니 말이다.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자기 자식을 맡기는데, 지금 우리는 자신을 남의 자식에게 의탁하는 셈이다. 거꾸로 가장 손해 보는 경우는 아이 키우느라 내 소득을 다 쓰고, 잘 키워놨더니 내 자식이 세금 많이 내서 옆집 노인을 부양해주는 것이다.
- 이렇게 심각한 상황인데 어린 학생들 급식마저 정쟁이 되고 있다. 언젠가 본 독일의 대학 등록금 이야기가 생각난다. 대학생에게 등록금을 받는다는 건, 결국 노인들이 연금을 받을 명분이 없는 것이니 노인들도 대학 무상 교육에 찬성한다고 했다던가?
236P
지금도 감성에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애국심에 호소하면서 사회의 위기를 개인이 감당하라고 떠넘긴다. 국민들은 그걸 싫어하면서도 어쨌든 감내한다.
- 어쩌면 우리민족의 감성이 그만큼 대단한 걸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런 감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집단인 거지.
더욱이 과거에는 국가와 개인의 목표가 같았기 때문에 일치단결이 가능했다. 잘먹고 잘사는 것. 그런데 노동력이 안 되는 아이들이 너무 많으니 아이를 적게 낳자는 단순한 합의가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합의가 깨진 시대다. 국가는 아이가 없으면 안 되지만 개인은 아이가 없는 편이 이득이다.
오히려 국가가 먼저 투자해서 아이 키우기 쉬운 사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 “국가는 아이가 없으면 안 되지만 개인은 아이가 없는 편이 이득이다.” 이 말이 참 크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