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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Aug 06. 2017

당신이 강사로 성공하지 못하는 여덟 번째 이유

2.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들

이유 #8 부끄러움 

 처음 강의를 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티가 난다. 아주 심하게... 
 제아무리 강심장이라고 해도, 설령 강의할 내용에 대해 컴퓨터에 자료 입력하듯 모조리 통달을 하고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생애 첫 강의는 잊을 수 없다. 그토록 긴장하며 보낸 한 시간, 두 시간이 평생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다. 
 얼굴은 달아오르고, 숨은 가빠 오고, 한겨울에도 등줄기에는 땀이 흐른다. 말은 꼬이고 해야 할 말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혹시 실수할까 싶어서 준비한 큐 시트는 아예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렇게 허둥지둥하다 보면 더 이상 할 말도 없는데 아직 시간은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눈앞이 캄캄하다. 남은 시간을 어찌 보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 남은 시간을 해결하지 못하게 되면 나처럼 중간에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뛰쳐나가는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남들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토론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수업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걸 무척이나 부끄러워하고 자신감을 갖지 못한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본 동영상이 생각난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전 세계 기자들 앞에서 연설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겠다며 특별히 콕 집어서 한국 기자에게 질문할 시간을 주었다.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혹시 영어 소통의 문제라면 통역을 준비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묵묵부답... 그 와중에 중화권 기자가 그다지 유창하지 않은 영어로 자신이 대신할 수 있겠느냐고 묻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그 제안을 거절하고 한국 기자를 찾는다. 결과는? 그날 한국 기자는 모두 꿀 먹은 벙어리였다. 

 믿을 수 없었다. 
 오바마의 연설을 취재하기 위해 파견된 기자라면 적어도 영어는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것이고, 기자라는 직업은 취재를 위해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 동영상을 보면서,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만일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한들 딱히 달라질 것 같지도 않다. 

 그런데 강사라는 직업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뚜렷한 목적을 갖고 이야기를 해야 하고, 그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게 이야기해야 하며,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야기만이 아니라 가끔은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어야 할 수도 있다. 
 쉽게 말해서 무척 뻔뻔해져야 한다는 말이다. 
 뻔뻔하지 않은 강사, 부끄러움이 많은 강사는 강의를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없다. 

 어떻게 하면 강의를 잘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그러면 나는 대부분 이렇게 대답을 한다. 
 “뻔뻔해지세요. 그러면 됩니다.” 

 사람들 앞에서 정해진 강의안대로 수업을 진행하는 데 익숙해지는 데에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마이크를 쓰느냐 마이크 없이 하느냐에 따라 목소리 크기가 달라져야 하고, 발음을 얼마나 정확하게 하는지도 달라져야 한다. 
 너무 지루하다 싶으면 우스갯소리로 분위기를 바꾸어야 할 필요도 있고, 가끔은 아주 엄숙하게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이런 모든 것들이 익숙해지고 나면 머릿속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일일이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진행할 수 있다. 
 소위 강약을 조절하며 강의를 이끌어갈 수 있다. 나름대로 제법 그럴듯하게 강의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부분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는 해결되니까 말이다. 꾸준히 강의를 하면서 스스로 문제점을 찾고 해결 방법을 고민한다면 강의는 조금씩 나아진다. 

 정말 제대로 뻔뻔한 강사가 되기 위해서 거쳐 가야 할 마지막 관문은 이 부분일 것이다. 
 수강생의 질문에 “몰라요”라고 대답하는 것.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정말 모르는 부분에 대해 질문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것도 생각보다 훨씬 자주 그런 일이 벌어진다. 
 이럴 때 당당하게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정말 실력 있는 강사다. 
 상당히 많은 강사들이 이런 상황에서 차마 “몰라요”라는 말을 하지 못해서 쩔쩔맨다. 
 괜히 말을 빙빙 돌리기도 하고, 엉뚱한 소리를 하고, 얼버무리기도 하며, 알아듣기 힘든 어려운 말을 섞어가며 적당히 넘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되면 수업을 듣는 입장에서는 다 눈치를 챈다. “아! 저 사람, 잘 모르는구나.” 

 나 역시 “몰라요”라는 대답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당연히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말을 한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단, “몰라요”라는 말을 할 때, 절대 잊지 말아야 할 다음 말은 이거다. “확인해보고 다음 시간에 알려드리겠습니다.” 

 강사가 모른다는 대답을 하는 게 무슨 죽을 만큼 큰 잘못도 아니고, 강사가 신이 아닌 만큼 모르는 부분이 있는 것도 당연하다. 수강생 역시 모른다는 강사의 대답에 대단한 실망을 하지도 않는다. 다음 시간에 깔끔하게 해결을 해주면 된다. 
 모른다는 말을 못 해서 쩔쩔매는 것보다, 다음 시간에 명확하게 해결해주는 강사가 훨씬 더 신뢰감을 얻을 수 있고, 진짜 실력 있는 강사다. 

 물론 가능하다면 100% 다 알고 있어서 막힘없이 설명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수강생의 질문은 언제나 강사의 예측 범위를 뛰어넘는다. 그리고 단 한 번도 “몰라요”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좋은 강사라고 평가받지도 않는다. 

 모르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내가 하는 대답은 딱 두 가지다. 
 1. 잘 모르겠습니다. 다음 시간까지 알아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2. 잘 모르겠네요. 제가 모르는 걸 보니 그 부분은 모르셔도 됩니다. 

 어떤 상황에서 1번 혹은 2번 대답을 할지 정해져 있지는 않다. 
 자주 쓰이지는 않아서 나도 잘 모르기는 하지만, 수업과 관련이 있는 질문일 경우, 1번 대답을 한다. 
 수업과의 연관성도 크지 않고, 딱히 중요한 질문도 아닌 경우, 2번 대답을 한다. 
 그리고 어떻게 대답을 했든 상관없이 질문을 따로 메모를 한 뒤, 꼭 확인을 한다. 그리고 다음 수업 시간에 간단하게 언급을 한다. 
 “지난 시간에 이런 질문을 받았고, 다음 시간에 알려드린다고 했으니 오늘 말씀드리겠습니다.” 
또는 “지난 시간에 나온 질문 중에 별로 필요 없다고 말씀드린 부분을 찾아보니 이러저러합니다. 제 생각과 달리 중요한 내용인 것 같아서 (또는, 딱히 중요한 내용은 아니지만)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당당하게, 뻔뻔하게, 그리고 망설임 없이 대답하자.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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