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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Oct 25. 2017

당신이 강사로 성공하지 못하는 아홉 번째 이유

2.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들

9) 설렁설렁 대충하기


 간혹 긴급하게 강의에 투입되는 경우가 있다.

 원래 예정되어 있던 강사가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강의를 할 수 없는 경우, 대신 강의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될 때가 그렇다.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의뢰를 받게 되면 난감하다. 개인적인 친분으로 거절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강의 주제에 욕심이 생겨서 어떻게든 하고 싶은 경우도 있다.


 물론 그렇게 “땜빵”을 부탁하는 쪽에서는 내가 충분히 강의를 할 수 있는 실력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또는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탁을 하는 것일 게다.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강의를 진행하게 되는 경우는 대부분 강의 준비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 만일 철저하게 준비된 내용이라면 애초에 내가 강의를 맡는 게 정상이지, 남의 강의를 대신 하는 경우는 없지 않을까?

 동일한 과정이 여러 강좌 개설되어 있는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강의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강의의 질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너무 오랫동안 같은 내용을 강의하게 되다 보니 마치 녹음기를 틀 듯 줄줄 강의를 할 수 있게 되는 경우, 그래서 이젠 지겹기까지 해서 그냥 대충 때우고 마는 경우도 있겠다.

 이 경우는 앞서 예를 든 경우와는 다르게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강의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일 것이다.


 위의 두 경우를 생각해보면, 대신 투입되어 강의 준비가 부족한 경우가 낫다. 강의의 질은 떨어질지 몰라도 강사의 열정은 높을 수밖에 없다.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설마 강의마저 적당히 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어떤 질문이 나올지 예측할 수 없으니 잔뜩 긴장하게 될 것이고, 머릿속에서는 쉴 새 없이 무언가를 끄집어내기 위해 노력을 할 것이다.


 대충한다는 건 지겹다는 말이다.

 내용도 어느 정도 줄줄이 꿰차고 있고, 수강생들이 어떤 질문을 할지 예상할 수 있다. 강의를 진행하는 데에 긴장감을 가질 아무런 이유가 없다......

 이러면 교단에 서도 별 재미가 없다.

 아주 가끔은 강의를 하는 와중에 하품이 나오거나 졸리기도 하다.


 수강생들은 강의 시간 내내 강사의 입과 몸짓만 바라보고 있다. 물론 그 중에는 연신 딴 짓을 하거나 꾸벅꾸벅 조는 분들도 있겠지만... 


폴란드 초대총리를 지난 피아니스트 Paderewski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내가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평론가들이 알지.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관객이 알게 돼.“

 꼭 이런 멋진 격언이 아니어도, 현장에서 느낄 수 있다.

 내가 강의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누구보다 내 자신이 잘 안다. 그리고 수강생 역시 귀신같이 안다.


 수강생 입장에서는 어떤 강사가 더 마음에 들지 않을까?

 약간 매끄럽지 않고, 무언가 모자란 것 같지만 열심히 하는 강사?

 줄줄이 꿰고 있지만, 성의 없고 수업하다가 하품까지 쩍쩍 해대는 강사?

 강의를 오래 하다 보니 이런 건 잘 알 수 있게 된다.

 수강생들은 무성의한 강사를 싫어한다. 부족한 강의는 다음 날 메우면 된다. 하지만 성의 없는 강의는 메울 길이 없다. 의욕이 없으니 무성의하게 강의를 하게 되는데 그걸 나중에 벌충할 생각 따위는 아예 없을 테니 말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말이다.

 무성의한 강의, 대충 때우고 마는 강의가 나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강의를 하게 된다면 그건 강사 자신의 문제다.

 물론 강사에 대한 처우에 불만이 있다거나, 또는 다른 문제로 강의에 집중할 수 없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이번 꼭지에서는 흔히 매너리즘이라고 말하는 그런 상황에 빠졌을 때를 말하고자 한다.


 매너리즘에 빠져서 강의에 집중하지 못할 때 빠져나오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마치 마술처럼 “짠!”하는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건 안타깝지만, 스스로 헤쳐 나오는 것 말고는 없다. 강의를 잠깐 쉬면서 재충전을 하든, 스스로에게 열정을 불태울 자극제를 찾든 그건 알아서 할 일이다.

 중요한 건 매너리즘에 빠진 상태에서 강의를 하게 되는 상황이 지속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강사라는 직업은 수강생이라는 심사위원들 앞에서 오디션을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직업이다. 강의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수강생들의 끊임없는 평가가 시작된다. 그 평가는 강의가 끝나는 순간까지 계속된다. 강의가 끝나고 강사가 자리를 벗어나면 수강생들의 평가토론이 시작된다.


 대학교에서는 학기가 끝날 때 학생들이 교수의 강의에 대해 평가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의 평가는 학교 교직원 관리 시스템에 저장되고 점수화된다.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몇 년 하다 보니 은근히 신경 쓰이는 부분이 바로 이 학생평가였다. 서울 소재 모 대학에서 몇 년간 강의를 했었다. 신학기가 시작되고 개강 첫날, 학교에 도착해보면 노란 봉투에 담긴 지난 학기 평가 자료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펼쳐본들 별 것 없다. 한 학기동안 휴강한 날은 있었는지 어떤지 정리해둔 내용이다. 더불어 한 항목을 차지하는 건 바로 이 “학생 평가 항목” 부분이다. 심지어 백분율로 점수까지 기록되어 있었다. 당연히 강사 역량 평가에도 반영된다.


 이 “학생 평가”를 보면 내가 한 학기동안 학생들에게 어떤 강의를 했는지 대충 짐작을 할 수 있다.


 무성의한 강의를 진행하는 강사는 여지없이 낮은 점수를 받게 된다. 휴강을 많이 하고 과제도 별로 내주지 않고 적당히 강의를 진행하면 학생들은 일단 편하게 학기를 마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학생도 수업을 대충하는 교수는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매너리즘에서 빠져나오기, 대충하지 않기, 무성의하게 하지 말기...

 어렵다. 쉽지 않다. 가끔은 다 때려치우고 싶을 만큼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강사를 직업으로 택하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이 부분도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어떻게든...


 그게 아니라면?

 역시 강사로 성공하지 못할 또 하나의 이유가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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