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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Nov 03. 2017

당신이 강사로 성공하지 못하는 열한 번째 이유

2.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들

 11) 배려 없는 강의 

 조금 거창하게 시작해보자.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라는 말이 있다. 
 인간은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특징을 갖는다는 의미다. 
 인간 이외에도 집단생활을 하는 개체는 많다. 심지어 인간보다 훨씬 더 정교하지 않을까 의심받는 개미도 있다. 

 인간이 사회를 이루어 생활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는 말을 달리 표현하면 “인간은 관계를 중심으로 생존한다"라는 말이 된다. 
 생판 모르는 사람과도 이야기를 나누고 웃음을 나누는 것이 “관계 중심”의 “사회적인” 행동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고, 다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겠지만 나는 “배려”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배려”한다는 것은 단순히 친절하다거나 예의가 바르다는 의미가 아니다. 
 상대방을 배려하려면 일단 그 사람의 상황에 대한 공감능력이 필요하다. 상대방의 상황이 어떤지 모른 상태에서는 그 어떤 배려도 할 수 없는 까닭이다. 상대의 상황이 어떤지 판단하고 그 상황에서 어떤 심리상태일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어야 배려할 수 있다. 

 남을 배려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상황이나 현실에 대해 충분한 공감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학창 시절로 돌아가 보자. 
 수업이 즐거웠던 선생님, 또는 반대로 수업이 지루하고 재미없었던 선생님... 
 어떤 차이가 있을까? 
 수업시간에 등을 많이 보여주는 선생님의 수업은 항상 재미없고 지루했으며 꾸벅꾸벅 졸며 지났다. 칠판 가득 쓰신 글을 옮겨 적기에도 벅찼던 기억만 있다. 
 반대로 칠판에 글을 거의 쓰지 않으셨더라도 얼굴을 보여주는 선생님의 수업은 재미있었다. 
 생각해보니 얼굴보다 등판이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선생님도 있다. 물론 재미없는 수업이었다. 

 사람이 누군가와 대화를 한다는 것은 공감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특별한 목적을 갖고 있다면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더욱 강렬하게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수업시간에 등을 더 많이 보여주는 선생님과 무슨 공감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방법과 같이 실습이 필요한 과목 강의를 주로 진행했다. 이런 강의는 강사가 수강생과 눈을 맞출 기회가 많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수업시간 내내 눈을 마주칠 기회가 별로 많지 않다 보니 앞서 말한 등을 보여주는 선생님과 별반 다를 바 없이 수업이 진행된다. 나는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마우스를 움직이거나 키보드를 두들기며 설명을 한다. 학생들은 모니터, 또는 프로젝터 화면을 들여다보며 설명을 듣는다. 
 수업이 끝날 때가 되어 수강생들을 쳐다보면 심지어 처음 보는 얼굴도 등장한다! 
 수업 시간 내내 함께 있었는데, 얼굴조차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이런 수업을 진행하게 되면 별로 즐겁지 않다. 수강생들과 교감이 생기지 않는 수업이 재미있을 리 없고, 재미없는 수업에서 성과가 나올 수 없다. 

 강의는 강사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수강생들과 강사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강사 혼자 열정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면 수강생들은 겉돌게 마련이고, 수강생들이 제아무리 열심히 하고 싶어도 강사가 잘 이끌지 못하면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없다. 

 결국 강사는 단순히 강의를 잘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강생들의 관심을 끌어야 하고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 
 수강생들이 내 강의에 반응하게 하고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사실 강의는 강사에게 유리한 게임이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부터 수강생들은 관심을 갖고 있다. 많고 많은 “할 일” 중에 강의를 선택했고, “수많은 강의” 중에 하필 내가 진행하는 강의를 선택했다. 충분히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남은 건 수강생들의 그 관심을 얼마나 충족시켜주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나는 수업 중에 내 가족 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이다. 부모님에 대해, 자식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수강생들 역시 공감하는 고갯짓을 보낸다. 이런 이야기는 쉽게 공감할 수 있다. 누구나 다 겪는 고민이고 생활이라는 점에서 심리적 거부감이 줄어든다. 

 가령 이런 식이다. 
 제법 연세가 있으신 분들께서 컴퓨터 수업을 들으며 어렵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때 나는 꼭 어머니 이야기를 꺼낸다. 
 “칠십 대 중반이신 제 어머님 께서는요...” 
 컴퓨터 강의로 밥 벌어먹고 사는 나는 절대 어머니께 알려드리지 않는다고, 가족 간에 그러다가 싸움 나는 경우 많다고, 노인복지센터에서 컴퓨터를 배우시는 어머니께서는 지금 혼자서도 잘 하신다... 어떤 프로그램을 다루시고 그걸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는지, 그런 것들이 실제로 어떻게 이용되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한다. 
 에피소드를 들려주다가 시간을 많이 잡아먹을 때도 종종 있다. 
 그러면 어렵다고 고개를 흔들던 이들도 웃으면서 다시 한번 집중하기 위해 노력한다.  

 앞서 말했듯이 강의는 강사와 수강생 간의 교감이자 소통이다. 기본적인 소통이 되지 않으면 수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 
 수강생에게 강사를 먼저 이해하고 받아들여 달라고 말할 수는 없다. 강사가 먼저 수강생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을 받아들여야 한다. 
 어떤 질문이든 부담 없이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고,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젓는 수강생에게는 열 번이든 백 번이든 알아듣도록 설명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강사의 입장에서 하는 이런 모든 것들에 대해 수강생이 미안해하거나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 

 수준 높은 강의보다는 쉽고 편한 강의가 백번 낫다. 
 수업 시간 내내 수강생들이 침묵을 지키는 것보다, 웃고 떠들며 진행하는 수업이 훨씬 좋다. 
 근엄하고 엄숙한 강사보다 재미있고 수다스러운 강사가 무조건 최고다. 

 수강생 이 쉽고 편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진짜 강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강사가 진짜 강사다. 
 그게 바로 배려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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