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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Nov 02. 2017

당신이 강사로 성공하지 못하는 열 번째 이유

2.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들

10) 고집부리기

 누구나 “신입”딱지를 달고 열심히 일을 하는, 하지만 실수투성이일 뿐인 시절이 있다. 
 열심히 하는데 잘 알지 못하다 보니 마음과 달리 결과물은 신통찮다. 선임자에게 주의를 듣기도 하고 가끔은 심각한 문제가 생겨서 여러 사람 고생시키기도 한다. 
 이런 시간이 쌓이고 경험이 쌓여서 소위 말하는 짬밥이 늘면 자기만의 노하우로 능수능란하게 일처리를 해낼 수 있는 때가 온다. 
 신입 시절에는 이렇게 멋지게 일처리 하는 선임자를 보면서 부러워한다. 그런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 한다. 
 반면 그런 선임자를 보며 불만을 이야기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별것도 아닌데 까다롭게 구는 선임자를 만나면 그렇다. 
 자신만의 고집, 아집에 사로잡혀서 남들과 타협하거나 어울리지 못하는 선임자가 되어 버리는 것. 

 실무 현장에서는 이런 고집이 통하기도 한다. 설령 선임자가 고집을 부리고 말도 안 되는 지시를 한다고 해서 “나 저런 선임자와 일 못해!”라고 대놓고 따지고 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불만이 있어도 꾹 참고 묵묵히 일을 한다. 가끔 충돌이 생겨도 어떻게든 중재되고 해결된다. 그리고 고집부리는 선임자는 원래 그런 사람이려니 하고 넘기게 된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는 선임자의 경험과 노하우가 중요하다. 따라서  아주 심각한 사태만 만들지 않는다면, 큰 문제없이 넘어간다. 가끔은 그런 선임자의 고집이 업무 특성으로 변질되기도 하고, 그렇게 대물림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나는 군대에서 장갑차 운전을 했다. 특이한 생김새 때문에 조심하지 않으면 다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차량 정비 점검을 할 때 특히 조심해야 했는데, 요령을 모르는 신참은 고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무척 신경을 써야 했다. 
 보닛을 열 때는 기다란 쇠막대기를 넣어서 꼭 “오른쪽” 어깨로 밀어 올려야 했다. 절대 “왼쪽”어깨는 쓰면 안 된다고 했다. 물론 이유도 말해주지 않았다. 
 내가 고참이 되고 보니 꼭 “오른쪽”어깨를 써야 하는 이유 같은 건 없었다. 어쩌면 부대 내에서 처음 보닛을 열었던 양반이 오른쪽 어깨를 이용했고, 그걸 나름대로는 표준이라고 정한 것은 아닐까 모르겠다. 

 강의 현장에서 이런 상태가 된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대학교의 경우, 교수는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지만 최종적으로 평가를 통해 학점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교수의 통제에 잘 따라야 한다. 물론 종강 이후 교수의 역량을 평가하는 과정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학생보다는 교수의 권한이 더 크다. 
 따라서 교수가 무언가 어긋나는 행동을 해도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가 많다. 간혹 교수의 성희롱, 언어폭력이 기사화되는 것도 사실은 꽤 오랜 기간 동안 자행되었던 것이 나중에 알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조용히 묻히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한다. 

 기업체 강의, 직무 강의, 문화센터 나 취미생활 강의... 
 강의 시장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이런 강의에서 강사의 입장은 상당히 이중적이다. 우선 강의 현장에서 강사는 정보와 지식의 전달자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전통적으로 선생님에 대해 예우하는 문화가 있다 보니 어지간해서는 강의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수강생은 달리 말하면 “고객”이다. 쉽게 자주 듣는 말로 “고객은 왕”이다. 이런 관점에서 강사는 고객의 만족도를 높여야 하는 일종의 정보와 지식을 판매하는 세일즈맨이 된다. 

 상당히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하고, 세심하게 챙겨야 하며 친절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강생들의 외면을 받게 되고 폐강에 이르기도 한다. 

 대부분의 수강생은 수강 시간을 벗어나서까지 시간을 투자하려 하지 않는다. “내 강의를 들으려면 꼭!”이라는 말과 함께 숙제를 많이 내주거나, 강의 십분 전까지 착석해야 한다거나... 수강생이 부담을 느낄 수 있는 고집을 부리면 안 된다. 

 강의 현장에서 만나는 수강생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그중 하나가 “추억하기”다. 특히 학교를 졸업하고 오랜 시간이 지난 수강생들이 더 그런 면이 강한데, 마치 예전 학창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학생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다. 강사 말도 잘 듣고, 가끔 꽃도 가져다 놓고, 교탁 위에 음료수를 올려두기도 한다. 
 또 다른 하나는 “권리 찾기”다. 딱히 표현할 말이 없어서 “권리 찾기”라는 표현을 썼는데, 아마 크게 잘못된 표현은 아닐 것이다. 강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본인이 생각한 수준과 맞지 않거나 – 이 부분 역시 꽤 어려운 문제다. 누군가는 너무 쉬워서, 또 다른 이는 너무 어렵다고 문제 삼는다. - 어쨌든 자신이 낸 수강료만큼의 가치를 하지 못한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가차 없다. 강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책을 요구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수강 취소 및 환불을 요구한다. 
 이런 부분이 학교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교육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의 차이다. 

 수강생들은 여전히 수업을 조금 늦게 시작하기를 원하고, 일찍 끝내주기를 원한다. 수업 내용이 너무 어려워도 질색을 한다. 하지만 수업이 끝나고 난 뒤에는 그 수업을 선택하며 갖고 있던 기대치만큼의 효과를 기대한다. 

 강사는 강의를 진행하기 위해, 어쩌면 그보다 앞서 수강생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 가끔은 엄격한 선생님 흉내도 내야 하고, 수강생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러면서 여지없이 수업에 대한 그들의 기대치에 도달해야 한다.  

 강사는 강의 현장에서, 강의의 결과로 모든 걸 증명해야 한다.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  
 제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졌더라도 수강생들이 견디지 못하는 강의는 성공할 수 없다. 수강생들이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설령 소크라테스가 와서 철학 강의를 한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강의 현장에서 강사가 부려야 하는 고집은 딱 하나면 족하다. “정해진 수업시간 동안 정해진 내용을 충실하게 전달하기” 

 가끔은 “선생님, 첫사랑 이야기해주세요.”하는 짓궂은 질문도 각오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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