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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Nov 05. 2017

당신이 강사로 성공하지 못하는 열두 번째 이유

2.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들

12) 끈기가 없으면 

 초중고 교사, 대학교 교수는 참 안정적인 직업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표현이 주는 매력은 상당하다. 교사가 되기 위한 임용시험의 경쟁률이 높다는 말을 종종 듣곤 하는데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정년이 보장되고, 퇴직 후에도 일정 수준의 연금까지 지급된다고 하니 그처럼 매력적인 직업이 어디 있겠는가? 

 강사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적어도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소개하기는 어렵다. 

 정말 유명한 스타급 강사가 되면 수입도 엄청나게 늘어나고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의가 밀려들어온다고 하지만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볼 수는 없다. 

 우선 스타급 강사가 되는 것 자체가 결코 쉽지 않은 데다가, 평생 꾸준히 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더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년이 보장되는 등의 안전장치가 따로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국 강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면 그 순간부터 끊임없이 현실과 미래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더 많이 양산되고 있다. 당장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아야 하고, 직장이 나의 삶을 보장해주지 않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강사라는 직업은 이런 부침이 더 심하다. 

 나 역시 소위 잘 나가던 시절에는 사방에서 강의 요청이 밀려 들어왔다. 

 심심찮게 지방으로도 출장을 가야 했고, 일정 관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바빴었다. 

 물론 그에 따라 수입도 가파르게 올라갔었다. 

 그런 시간이 지나고 언젠가부터 조금씩 일정이 한가 해지는 걸 느끼면서도 불안하기보다는 시간 여유가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다. 막연하게나마 ‘내 실력에 설마 강의 자리가 끊기기야 하겠어?'라는 자신감도 있었던 것 같다. 

 강의를 하면서 내 나름대로 세운 원칙 중 하나는 이런 것이었다. ‘어떠한 경우에도 내가 진행하는 과정이 제대로 마무리되기 전에는 몸을 옮기지 않는다.’ 

 강의를 하다 보면 꽤 매력적인 조건으로 이직을 권하는 경우를 만나게 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보장하겠다는 식으로 꽤나 그럴듯한 근무조건과 강사료를 제시하는 경우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경우, 나는 미련 없이 자리를 옮겼다. 흔한 말로 ‘메뚜기도 한 철’이라는데 어쭙잖은 의리를 지키는 것은 결코 현명한 처사가 되지 못했다. 

 특히 사설학원의 경우에는 강사들의 이직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리를 옮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 당시 내가 지킨 원칙은 앞서 말했듯이 ‘지금 진행하는 강의 종료한 뒤’였다. 적어도 내 강의를 듣는 이들에게 원칙 없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대단히 투철한 직업관을 가져서 그런 것은 아니고, 또 대부분의 강사들이 그 정도는 당연히 지킨다. 그렇지 않은 극소수의 강사가 있을 뿐이다. 

 그럴 경우, 그 피해는 당연히 수강생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또한 빈자리를 대신 채워야 하는 다른 강사 역시 또 하나의 피해자가 된다. 

 조금 극단적인 비유였을지 모르겠다.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른들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처럼, 엉덩이가 무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엉덩이가 무겁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 

 강의를 하기 위해 학원이든 또 다른 교육기관이든 소속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조금 더 나은 조건을 보고 쉽게 이직을 하게 된다면? 물론 당장은 경제적인 이득을 얻을 수도 있고,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강의를 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일이 너무 자주 반복된다면? 

 그런 강사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해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회생활은 결국 수없이 많은 인연을 엮어나가는 과정이고, 이 과정에서 우리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게 된다. 그렇게 스쳐가는 사람들 중에 나를 기억하는 이는 얼마나 될까? 그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으로 남았을까? 

 살면서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신중해지고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을 실감한다. 또한 누군가에게 내가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강사는 자신의 강의 자체로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 ‘강의 자체’라는 표현이 단순히 강의 실력만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강의 실력보다 더 중요한 건 ‘믿을만한 강사인가’라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오래전 강의를 했던 곳에서, 예전에 알던 사람에게서 강의 의뢰를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또는 누군가의 소개로 강의 의뢰를 받게 되기도 한다. 

 나를 잊지 않고 찾고, 누군가에게 소개해준 사람은 나의 어떤 부분을 보고 연락을 하고, 소개를 시켜주었을까? 

 단언컨대 ‘실력’만은 아니다. 

 과거에 실력이 좋았다고 지금도 그러리라는 법은 없다. 

 실력보다는 ‘됨됨이’가 더 큰 이유라고 장담한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됨됨이는 신뢰, 믿음이다. 

 어떤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   

 내 어머니는 요즘도 가끔 이런 말씀을 하신다. 

 “세상은 적당히 손해 보면서 살아야 한다. 너무 제 잇속만 챙기면 그게 오히려 손해 보는 거야.” 

 난 어머니의 이 말씀을 믿는다. 

 강의료가 생각만큼 넉넉하지 않아도, 수강생들이 속을 썩여도, 강의 환경이 열악해도 “조금 내가 손해보고 말지...”하는 생각으로 제자릴 지키는 정도를 감수할 수 있는 사람... 

 훨씬 좋은 조건으로 옮겨가는 동료를 보면서 덤덤하게 손 흔들며 보내주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사람... 

 인생은 생각보다 길고, 일도 생각보다 꽤 오래 해야 한다. 

 오늘 본 손해가 내일 이자까지 물고 나를 찾아올 수도 있다. 

 그러니 엉덩이 쉽게 들썩이지 말자. 

 내가 오늘 본 손해를 꼼꼼하게 기록할 생각도 하지 말자. 

 언제 내게 돌아올지 모르는데 일일이 기억하고 모아두면 그 스트레스가 나를 꽤나 힘들게 할 테니... 

 조금 손해보고, 빨리 잊고... 

 오늘도 무난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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