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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Nov 07. 2017

당신이 강사로 성공하지 못하는 열세 번째 이유

2.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들

 13) 과도한 열정 

 어떤 강사가 실력 있는 강사일까? 
 잘 가르치는 강사! 
 맞다. 맞는 말이다. 무언가를 가르치는 일을 하는 직업이 강사다. 당연히 잘 가르치는 강사가 실력 있는 강사다. 
 그럼 잘 가르친다는 건 무슨 뜻일까? 
 강의 내용을 수강생들이 알아듣고 이해하게 하는 것? 
 대충 그 정도 의미인 것 같다. 

 그럼 방법은? 잘 가르치기 위해 어떤 방법이든 다 써도 되는 걸까? 
 아마 여기서부터 의견이 나뉠 것 같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어떤 수단을 동원하든 상관없이 ‘잘 가르친다’는 목적만 달성하면 되는 걸까? 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되는 걸까? 

 요즘은 많이 달라졌지만,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만 해도 교사들의 체벌은 당연시하는 분위기였다. 수업 시간에 졸아도 맞았고, 시험 점수가 낮게 나와도 맞았다. 지각을 해도, 땡땡이를 쳐도 맞았다. 교사에게 말대꾸라도 했다가는 초주검이 되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몽둥이로 허벅지를 맞는 경우도 있었고, 종아리나 손바닥을 맞는 일도 자주 있었다. 심지어 따귀를 맞아 고막이 터지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종아리나 허벅지가 터져서 피가 나는 건 흔한 일이었고... 
 그리고 그렇게 맞으면서 배우면 일단 성적이 조금은 나아졌다. 
 학생들은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맞지 않기 위해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했고, 차라리 커닝이라는 부정한 방법을 쓸지언정 일단 점수는 높여야 했다. 
 이 방법이 올바르지 않다는 건 누구나 다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체벌이 용납되고 당연시되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엔 오히려 교사가 학생에게 피해를 입는 경우도 발생하는 모양이다. 어쨌든 교사의 체벌은 비교육적이고 비도덕적이며 절대 해서는 안 될 행동이 되었다. 

 잘 가르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쓰든 상관없는 세상은 아니다. 
 더구나 강사라는 직업은 교사와는 또 달라서 이런 강압적인 방법을 쓸 수도 없다. 

 강의를 너무도 열심히 하는 경우에는 어떤 일들이 발생할까?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강사가 앞에서 지나칠 정도로 열정적인 강의를 하다가 수강생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빽빽하게 필기를 하고, 열정적으로 설명하면 그게 수강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어서 쏙쏙 내용을 알아듣고 쑥쑥 실력이 올라가면 참 좋으련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학교는 기본적으로 학생보다는 교사의 권한이 더 세다. 
 공교육이라는 특성상 학생들에게는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좁다. 기껏해야 전학 말고는 방법이 없다 보니 교사에게 끌려갈 수밖에 없다. 물론 요즘에는 학생인권 조례와 같은 장치도 있고, 학생이 교사를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도 보이지만... 

 하지만 강사라는 직업은 다르다. 
 수강생은 강의를 스스로 선택한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스스로 찾고 결정해서 강의를 듣는다. 그 어떤 압력도 발생하지 않는다. 강의의 만족도에 대한 책임도 그 강의를 선택한 본인이 지게 된다. 따라서 수강생의 강의에 대한 눈높이는 대단히 까다롭다. 
 아마 이 정도의 평가기준을 갖고 있지 않을까? 
 - 꼭 필요한 내용일 것. 
 - 부담 없이 들을 수 있을 것. 
 - 듣고 나면 쉽게 이해되고 기억될 것. 
 - 듣고 난 뒤 써먹을 수 있을 것. 
 - 재미있을 것. 

 특히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는 강의실 안에서 모든 것을 소화해야 한다.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강의 이후 숙제를 해야 하거나, 다음 강의를 듣기 위해 자료를 찾아보아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물론 강의에 따라서는 강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듣기 위해 이런 장치가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그건 말 그대로 특별한 경우다. 보편적인 대부분의 강의는 강의시간 안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강사는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강의의 목표점을 정하게 된다. 이 강의를 통해 수강생이 어느 정도의 결과를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느냐 하는 부분이다. 
 특정 기술을 익혀서 써먹을 수 있게 할 수도 있고, 강의 주제와 관련해서 수강생 개인이 분석하고 통찰하는 능력을 길러줄 수도 있다. 
 조금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수강생에게 ‘어떤 변화를 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 목표 설정이 잘못되면 강의는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강사는 대부분 실제 이룰 수 있는 수준에 비해 목표점을 높게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몇 년 전, 나는 수도권 공무원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활용 강의를 진행한 적이 있다. 5일간 하루에 7시간씩 진행하는 강의다 보니 꽤 많은 내용을 알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세웠던 목표는 “스마트폰으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인 파워포인트로 만든 슬라이드 제어를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리라 예상했다. 
 어떻게 진행하겠다는 시나리오를 짜고 필요한 자료를 꼼꼼하게 챙겼다. 
 드디어 강의가 시작되는 첫날 첫 시간... 
 수강생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서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 
 “수업 시작하기 전에 일단 질문을 먼저 받겠습니다. 혹시 지금 당장 해결했으면 하는 문제점이 있으신가요? 스마트폰 사용하면서 잘 모르겠다 싶은 부분 하나만 질문받겠습니다.” 
 정년이 몇 년 남지 않았다고 자신을 소개한 수강생께서 이렇게 질문을 한다. 
 “전화를 받는 건 알겠는데요, 도대체 전화는 어떻게 걸어요? 문자 보내는 것도요.” 
 정말 상상도 못 하였던 질문이었다. 전화 거는 방법을 모르다니, 그럼 그동안 전화를 한 번도 걸지 않았다는 말인가? 
 “이 강의 때문에 어제 퇴근하면서 전화기를 바꿨거든요. 그 전에는 일반 핸드폰 쓰다가 바꿨는데 전화 거는 것도, 문자 보내는 것도 잘 모르겠네요.” 

 보통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 나오면 동료 수강생들도 반응을 보인다. 웅성거린다거나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거나... 
 그런데 다들 숙연하다. 대부분 비슷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물론 내가 강의했던 그 시기는 스마트폰이 보급된 지 얼마 되지 않기는 했지만, 어쨌든 기본적인 전화기 사용법을 물어보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결국 내가 준비한 강의 자료는 전혀 풀어놓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의에 대한 만족도는 꽤 높았다. 추가로 강의를 진행할 정도로... 

 강사가 열심히 준비하고 강의를 이끄는 건 당연하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문제는 그 열정을 수강생에게도 요구할 때 벌어진다. 
 강사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강의를 해야 한다. 그리고 수강생은 부담 없이 편하게 강의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수강생이 부담을 느끼거나 힘들어하게 된다면? 
 그 강의는 망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 
 너무 열심히 하지 마라. 
 수강생이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편하게 받아들이고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 
 거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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