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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Nov 10. 2017

당신이 강사로 성공하지 못하는 열네 번째 이유

2.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들

14) 강의는 말빨 

 인간관계를 맺는데 꼭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가장 자주 언급되지만 정말 어려운 것, 바로 진심이다. 조금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그 진심을 전달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대화라는 방법을 이용한다. 즉 말을 이용해서 진심을 전하게 되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믿을만한 사람인가 아닌가에 대해 판단을 하게 된다. 
 결국 적절한 수준의 대화 방법을 익히는 것은 누군가에게 나를 알리기 위해 꼭 필요한 방법이라고 하겠다. 

 말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실제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평가를 받을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때로는 너무 말을 잘 해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사기꾼 치고 말 못 하는 사람 없다”는 말이 바로 그런 경우일 것이다. 말을 너무 청산유수 흘러가듯 잘하면 오히려 경계대상이 되기도 한다. 
 “말을 잘한다., “말만 잘한다. 두 표현은 비슷하지만 뜻은 천지차이다. 전자는 말 그대로의 칭찬이고, 후자는 비아냥이거나 비난의 표현이다. 
 우리는 사실 다 알고 있는 것이다. 이 사람이 말만 잘하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인지, 말도 잘하는 믿을만한 사람인지... 

 강의를 할 때 우리는 전적으로 ‘말’에 의존하게 된다. 여기에서 ‘말’은 단순히 입에서 나오는 소리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손짓, 발짓, 몸짓... 다양한 행동이 함께 이루어지게 되고, 이런 모든 것들이 적절하게 버무려져서 강사의 ‘말’이 수강생에게 전달된다. 

 얼마 전, 마술사를 한 분 알게 되었다. 
 국내 1호 마술사라고 자신 있게 스스로를 소개하는 그분에게 간단한 마술 몇 가지를 배웠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이렇게 배운 마술은 제법 그럴듯하게 강의에서 활용할 수 있었다. 

 전문적인 마술사를 직접 만난 건 처음이었다. 그전까지 나는 마술은 적당한 눈속임, 적절한 기계장치를 활용하는 것 정도로 치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마술사를 만나서 몇 가지 마술을 배우다 보니 마술이야 말로 정말 제대로 관객의 심리를 활용하는 분야라는 걸 알게 되었다. 
 마술도구를 주머니에 넣고 꺼내거나 관객에게 빈손을 보여주는 과정에서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마술사의 의도대로 관객이 반응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빈손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양손의 높낮이, 손가락을 벌리고 오므리는 정도, 그 과정에서 마술사가 건네는 몇 마디 말... 이 모든 것은 관객이 눈치 채지 못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술사가 원하는 대로 이끄는 과정이라는 걸 말이다. 

 이 모든 ‘전술’은 그대로 강의에 써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손에 물건을 들고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필요한 쪽 손을 살짝 위로 들어 올린다거나 하는 방법은 충분히 활용 가능한 기법이다. 

 덕분에 나는 요즘 카드마술까지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강의는 이렇게 말을 보조하는 다양한 수단을 필요로 한다. 당연히 강의 자료도 필요하다. 파워포인트로 만든 멋진 슬라이드 자료가 필요할 때도 있고, 특정 기기의 조작 과정을 보여주어야 할 때도 있으며 필기를 해야 할 경우도 있다. 

 어떤 것이 우선순위에 놓이게 될까? 
 제 아무리 그럴듯한 강의 자료를 내놓아도 설명이 없으면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모든 정보는 강사의 말을 통해 정리되고 전달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해야 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자주 벌어진다. 
 학생의 경우에는 교실에서 같은 반 학생들 앞에서 이야기를 해야 할 일도 있을 것이고, 회사 생활을 하는 직장인의 경우에는 업무회의에서 발표를 해야 할 일도 생긴다. 
 강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야 말할 것도 없고... 

 남들 앞에서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참 아찔한 경험이다. 이런 경험을 늘 해야 하는 강사라는 직업은 그런 의미에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말을 잘하고, 의도한 바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똑바로 말하는 것’이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 ‘똑바로 말하는 것’을 잘 못한다. 
 목소리가 작아지는 사람도 있고, 말을 더듬거나 우물쭈물하거나 얼굴이 빨개지고 호흡이 가팔라지는 사람도 있다. 심한 경우에는 입도 벙긋 못 하고 있다가 고개 푹 숙이고 도망치는 경우도 간혹 볼 수 있다. 
  
 나 역시 첫 강의는 그렇게 망쳤다. 쩔쩔매며 2~30분을 헤매다가 결국 죄송하다고 한마디 하고는 도망쳐 버렸으니까 말이다. 

 대중 앞에서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 해야 할 말을 원고로 작성해놓고 그걸 외우고 녹음해서 들어보고 원고를 고치고... 
 이렇게 열심히 연습을 해도 막상 대중 앞에 서면 머릿속이 하얘진다. 

 원고를 펼쳐놓고 읽을 수도 있고, 중요한 내용만 간추려서 큼직하게 적어 두고 그걸 보며 이야기할 수도 있다. 
 즉, 전달해야 할 내용을 놓치는 일은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 
 남은 문제는 자연스럽게 잘 들리도록 말하는 것이다. 
 간혹 발음이 안 좋거나 목소리가 너무 작거나 하는 이유로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들리지 않는 경우가 있다. 
 만일 이런 문제가 말하는 습관의 문제라면 고쳐야 한다. 

 고등학생인 내 딸은 장래희망이 가수란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보컬학원에서 노래를 배우는데, 딸아이가 어느 날 내게 이런 말을 한다. 
 “아빠, 강의를 하려면 발성 연습을 해야 하지 않아? 보컬학원 성인반 보니까 그것 때문에 배우는 사람들도 있던데? 아빠는 그런 연습하지 않아도 돼?” 
 “야! 아빠가 강의만 30년 가까이하고 있다. 그런데 무슨 그런 걸...”이라고 대답은 했는데 막상 돌아서 생각해보니 내 발성이나 호흡이 문제가 되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딸아이의 이야기를 들은 뒤로 강의할 때마다 내 목소리가 어떻게 들리는지 신경을 더 쓰게 되고, 말이 너무 빠르지는 않은지, 목소리 톤이 너무 낮지는 않은지... 여러모로 확인을 하게 된다. 
 다행히 아직까지 그런 부분에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최근 들어 강의를 많이 진행하다 보니 목에 무리가 된다고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딸을 불러 조용히 물었다. 
 “발성을 배우면 목에 무리가 가는 걸 줄일 수도 있어?” 

 아무래도 조만간 딸아이가 다니는 보컬학원에 나도 등록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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