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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Nov 10. 2017

당신이 강사로 성공하지 못하는 열다섯 번째 이유

2.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들

15) 눈치 보는 강사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하나... 
 내가 가장 부담스러운 강의 대상은 흔히 아줌마라 불리는 중년의 여성들이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대체적으로 강의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느껴진다. 
 쉬는 시간에 자판기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수다를 떠는 건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강의를 할 때 이상할 정도로 분위기가 잡히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내가 원하는 대로, 내 의도대로 강의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가끔은 엄숙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그러다가 슬그머니 농담하듯 그렇게 진행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된다. 
 진지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잡을라치면 어느새 뒤쪽에 앉은 한 분이 “에이... 그게 뭐예요?” 한마디 한다. 그리곤 갑자기 바람 빠진 풍선마냥 헐렁해진다. 

 2000년대 후반, 4~5년 정도 여성인력개발센터와 여성발전센터에서 바로 이 중년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었다. 
 처음 할 때는 이런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아 꽤 애를 먹었다. 강의 두 시간이 마치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지고 준비한 내용을 절반도 못 하고 끝나기 일쑤였다. 

 떠들지 말라고 사정도 해보고, 짐짓 화도 내보고, ‘오늘은 수업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아서’라는 이유를 대며 원래 수업시간보다 훨씬 일찍 끝내기도 해보고... 

 한동안 고민하다가 내가 선택한 방법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반장을 뽑는 것. 
 첫날 강의 끝나기 전에 십분 정도 시간을 주고 알아서 반장을 뽑으라고 한다. 그렇게 뽑힌 반장에게 출석 확인도 대신하게 하고, 강의에 필요한 자료 배포나 결석생 확인도 의뢰를 한다. 그러면 확실히 수업 분위기가 나아진다. 

 다음은 내가 아줌마가 되는 것. 
 쉬는 시간에는 그들과 같이 수다를 떨고, 강의 중에 분위기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즉각 수다 모드로 돌변해서 잠깐 분위기를 바꾼다. 그러면 수강생들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는지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진다. 

 강의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수강생과 강사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다. 
 제아무리 엄청난 내용의 강의를 한다고 해도 수강생의 마음을 열지 못하면 그 강의는 겉돌다 끝나 버리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강의 중에 수강생들의 분위기를 살펴보게 된다. 
 이 과정에서 까딱 실수를 하게 되면 여러모로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진다. 
 ‘저 강사는 왜 저렇게 뭔가를 캐내려고 하는 거지?’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면 수강생들은 기분이 나쁘다. 반면 강사가 수강생들을 생각하지 않고 강의만 하게 되면 수강생들은 무시당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상할 것이다. 
 그러니 수강생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만 그들을 살펴봐야 하고, 그들이 무시당한다는 기분이 들지 않도록 강의를 이끌어 가야 한다. 

 친근감을 표시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반말을 하는 강사도 있을 수 있지만, 이름도 제대로 못 외우면서 언제 봤다고 반말이냐는 반감을 살 수도 있다. 
 반면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면 너무 격식을 차리는 것 같아서 편하지 않다고도 한다. 
 이 모두를 다 만족시킬 수는 없으니 강사 나름대로 원칙을 세워서 일관되게 밀고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참고로 나는 절대 수강생에게 반말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로 극존칭을 쓰는 편이다. 
 당연히 수강생들이 처음에는 마음 편치 않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냥 자연스레 받아들여진다. 강사가 수강생들에게 극존칭을 써가며 존대를 하면 그들 역시 강사에게 예의를 차리게 된다. 
 물론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고, 강사 스스로 나름대로의 원칙을 세우고 그걸 지켜 나가면서 수강생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말이다. 

 내 경우에는 이렇게 극존칭을 써가며 강의를 하면서 농담을 건네게 되면 의외라는 느낌에서인지 더 극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강사라는 직업은 서비스업이다. 따라서 고객인 수강생의 만족도가 중요하다. 반면 강사는 무언가를 가르치는 직업이다. 강사의 행동과 말에 어느 정도의 권위가 필요한 이유다. 
 강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당당해야 한다. 강사가 수강생 앞에서 기가 죽으면 그 강의는 분명 망하는 강의가 된다. 
 하지만 강사의 당당함이 수강생을 주눅 들게 한다면 그 역시 잘못된 강의다. 

 친절하고 예의 바르지만 절대 비굴하면 안 되는 일이 바로 강의를 하는 일이다. 

 앞서 언급하기를 강사는 강의 시간 안에서 모든 걸 끝내야 한다. 숙제를 내주거나, 강의 시간 이외에도 부담을 갖게 하는 건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난 사실 수강생들에게 숙제를 참 많이 내준다. 강의를 끝내면서 그날 했던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해서 들려주면서 이런저런 숙제를 해오라고 요구한다. 
 반면 절대 하지 않는 것은 ‘숙제 검사’다. 제아무리 많은 숙제를 내주어도 그걸 일일이 검사하지 않는다. 
 즉 내가 내주는 숙제는 각자 알아서 연습할 부분에 대한 언급이지 강제사항이 아니다. 

 숙제를 내주면 수강생들은 진지하게 메모를 하고 구체적으로 숙제하는 방법을 묻기도 한다. 그리고 다음 강의 시간에 적어도 몇 명은 지난번에 내준 숙제를 하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그 숙제를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그게 바로 내가 그들에게 숙제를 내준 이유니까... 

 반면 종종 숙제를 전혀 해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지나가는 말처럼 한마디 건넨다. 
 “이 반은 이 많은 수강생들이 아무도 숙제를 하지 않았군요. 그만큼 제가 강의를 잘 했다는 걸로 이해하겠습니다. 숙제를 하지 않아도 모두 이해할 정도로...” 
 짧은 웃음과 함께 지난 숙제는 지워진다. 

 수강생은 강사에게 강의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무엇이든 요구할 권리가 있고, 강사는 그 요구를 들어줄 의무가 있다. 
 반면 강사는 수강생에게 강의 범위 내에서 필요한 것들을 지시할 수 있다. 반면 수강생들이 그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강제할 수는 없다. 그게 강사라는 서비스업의 특성이다. 

 그런 문제로 상처받지 말 것. 그게 강사라는 직업의 특성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수강생 눈치나 보며 빌빌대지도 말 것.  강사는 언제나 늘 당당해야 한다. 

 모르는 게 있어도 아주 당당하고 카리스마 있게 말할 것!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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